자율화 이후 사후관리에 구멍...성수기 운임하락에 적자(?)

 
국내 해운물류시장이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운선사는 선복과잉으로, 포워딩업체들은 4~5천여개에 달하는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사후관리가 크게 미흡한 관계로 해운물류시장이 갈수록 혼탁해 지고 영세화되고 있다.

해운대리점업 등 해운부대업 등록갱신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국적외항해운선사들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면서 업체수가 큰폭으로 증가해 현재 200개사 이상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최악의 벌크선 시황으로 새로 외항해운업계에 진입한 영세한 상당수의 벌크선사들이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개점휴업이라는 단어가 포워딩업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외항해운업계도 이같은 상황이 심각히 전개되고 있다. 포워딩업계는 정확한 숫자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추정치로 미등록 업체까지 합쳐 5천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보다 해운물류시장 파이가 훨씬 큰 일본의 포워더 숫자는 4백여개사로 알려져 있다.

국내 유수 포워딩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포워더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과잉상태여서 200여개업체를 제외하곤 영업실적이 채산성을 밑돌거나 사실상 경영악화로 개점휴업 상태인 포워딩업체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고제라는 완전 자율화이후 포워딩업계의 시장질서를 위해 관계당국의 철저한 사후관리는 없고 방관하는 정책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적외항해운업계도 공급과잉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2분기는 1분기와는 달리 성수기로 진입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수기인 1분기보다 영업실적이 좋아지는 것이 관례인데 올해는 유가하락 등으로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한일, 동남아, 유럽, 북미항로 할 것 없이 선복을 투입하면서 일부 항로를 제외하곤 항로마다 운임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전통적으로 운임이 안정돼 있는 한일항로도 선복과잉으로 운임하락세가 눈에 띄고 특히 동남아항로는 유럽항로에서 전배된 대형선과 근해선사들간의 경쟁적 선복투입으로 운임하락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2분기 영업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는 근해선사도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공급과잉에 항로 운임시장이 초토화된 유럽항로는 다행히 최근 다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500달러선까지 상승하면서 큰 위기를 넘기고 있다. 한때 200달러선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왔던 유럽항로의 취항선사들은 최악수준에서 벗어나는 형국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500달러선 운임회복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정된 시황에선 20피트당 1000~1200달러선을 유지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근해선사 한 관계자는 "한일항로 운임도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동남아항로는 심각한 수준임은 분명하다"며 "제살 깎아먹는식의 제각각 선사들의 운임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협의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해운물류업계의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하는 관계당국이나 금융권의 시책에도 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국내 굴지선사들이 구조조정이란 명분하에 사선을 대거 매각하고 다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  용선해 운영하는 행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해운선사들에게 제로 금리로 자국선사들의 자금유동성 지원을 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우리 정부나 금융권의 해운물류업계에 대한 몰이해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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