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국정감사에서 국회 이완구 의원은 해양수산부는 지난 과거 동안 부산항의 적정하역능력을 1선석 당 연간 40~45만 teu로 해서 신항 개발 및 부두 건설계획을 추진했으나, 외국의 주요 항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선석 당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해양수산부는 적정하역능력 목표치를 상향, 수정하여 기존 항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즉 부산항은 41선석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 중으로 지난 2012년 연간 1,702만 teu를 처리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처리물동량을 계산하면, 선석 당 연간 41.5만 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한 셈이 된다. 이는 주요 경쟁항만인 상하이 항, 싱가포르 항, 홍콩 항의 연간 선석 당 처리물동량 72.4만, 60.9만, 88.8만 teu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적정하역능력의 목표치를 상향조정한다 해서 우리 항만의 효율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항만의 효율성이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항만의 효율성은 단위면적, 단위시간, 장비 당 처리능력, 곧 생산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항만의 생산성은 부두에 설치되어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 야드 크레인 등 장비의 성능과 대수, 그리고 컨테이너 야드의 면적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 항만에 설치되어 있는 장비 대수는 주요 경쟁항만에 비해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의 안벽크레인(C/C) 대비 야드 크레인(TC)의 보유비율이 평균 2.37대이고 부산항은 2.52대이지만, 경쟁항만인 홍콩항의 평균 3.84대와 싱가포르항의 평균 3.25대로 우리보다 많다. C/C 보유율 또한 부산항의 경우, 선석 당 2.76대이고, C/C당 야드 트랙터(YT) 보유율도 C/C당 5.34대로 보유수준이 낮으며, 야드 장치장 면적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경쟁항만과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항만의 장비 보유율이 경쟁항만에 비해 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만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인 정책적 고려사항 때문이다. 항만개발 시 정책적 고려사항으로는 운영 선석수, 서비스 수준, 무료장치기간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항만의 장비보유율이 낮고, 그로 인해 부두의 효율성이 뒤떨어지게 된 가장 큰 정책변수는 항만개발 시 선석 당 얼마를 처리하는 부두로 개발하라고 제한하는 ‘적정하역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개발 시 적용되는 선석 당 적정하역능력은 40만 teu 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해운항만학자인 벨기에 안트워프 대학의 노테붐(Notteboom) 교수는 그의 논문을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기항하는 허브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선석 당 적어도 150만 teu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필자도 2010년에 한국항만경제학회(26집 3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허브항만이 되기 위해 선석 당 적어도 100만 teu를 처리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노테붐 교수의 분석 전제조건은 초대형선의 양적하 물량 5,000개를 24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이다. 크레인 당 총 작업시간 당 생산성이 40개 내외가 되어야 하며, 선석 당 이런 크레인을 5대-6대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의 논문에서는 주 선석 2개(900미터)와 피더선석 2개(500미터)의 1400미터 선석에서 총 16대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설치하여 300만 teu를 처리해도 선석점유율, 선박대기시간이나, 서비스 면에서 기존의 항만보다 오히려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선 기항 주 선석을 기준으로 하면 450미터 선석기준으로 크레인 5-6기를 설치하고, 선석 당 100만 teu를 처리하는 것이다.

항만을 개발할 때, 선석 당 얼마를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부두를 운영할 운영사가 결정할 일이다. 투자수익률, 물동량을 감안하여 상부시설에 어떤 야드 방식을 채택하고, 자동화는 어느 수준까지 하고, 몇 대의 장비를 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운영사는 적정하역물동량이 아니라, 투자수익률이 보장이 된다면 가능한 최대로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려 할 것이다. 또한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의 입장에서도 40만 teu의 처리능력으로는 초대형선이 요구하는 생산성을 맞출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항만개발계획을 세울 때 이와 같은 선석 당 적정처리능력을 적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적정처리능력이 항만 개발규모를 장래 소요 항만처리능력을 선석수로 환산하여 계획하기 위한 계수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의 컨테이너 부두 개발 계획에 적정한 하역능력 개념과, 실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고생산성의 컨테이너 부두를 개발할 때의 효율적 하역능력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이 표출되는 것이다.

만약 항만건설시 운영사를 미리 선정하고 운영사가 선석 당 요구하는 처리량 즉 생산성에 맞추는 방식으로 항만을 하부공, 상부공으로 개발한다면, 그 운영사 선정 시에 선석 당 가장 많은 처리량,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업체가 선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두운영의 효율성, 즉 질적 항만개발에 나서려면, 우선 10년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법정계획인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에서 사용하고 있는 선석수로 계획을 잡는 방식이, 항만별 개발 필요 물동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적정하역능력이란 개념도, 그리고 부두 개발방식도 바뀔 수 있고, 선석 당 최고의 생산성을 계획하는 운영사를 선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항만개발계획 및 투자재원 조달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역할 정립을 우선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민자 유치 항만개발 사업은 상부공에 한하되, 안벽이나 항만개발 규모에 비해 가장 최대의 처리능력과 최고의 생산성을 계획한 실수요자에게 사업이 선정될 수 있는 선정평가기준 변경 등이 필요하다.

또한 고효율 첨단 터미널이 되면 터미널 처리능력이 표준처리능력을 상회하게 될 것이며, 이 경우 항만개발규모는 표준처리능력 기준에 의한 항만개발규모에 비해 줄어들게 되어 그만큼 재정 투자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고효율 첨단 터미널의 추가 상부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터미널 시설사용료 등 요율이 일반 컨테이너 터미널에 비해 높아질 수가 있다.

특히 정부가 재정투자 절감분 내에서 세금감면,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을 병행한다면, 경쟁력 있는 질적으로 우수한 항만건설을 유도하는 정책의 실효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선석수로 환산하기 위해 적정하역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의 정부 항만개발계획이, 가능한 최대 하역능력을 가진 항만을 건설하도록 독려하는 항만개발계획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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