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엔 국제복합운송조약의 탄생

국제복합운송(International Multimodal Transport)1)은 선박에 의한 해상운송(海上運送), 트럭이나 기차에 의한 육상운송(陸上運送) 또는 비행기에 의한 항공운송(航空運送) 등을 결합하여 단일 복합운송증권에 의하여 하나의 운송계약이 완성되는 국제간의 운송이므로 이에 참여하여 운송을 실행하는 운송인들도 최소한 둘 이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국제복합운송을 인수하는 운송인과 구간별(해상, 육상, 항공) 운송을 이행하는 실제운송인은 각기 다른 국가의 법체계 및 운송모드별로 적용되는 법규 아래에서 행위하므로 이들의 권리, 의무 및 책임도 나라별, 운송구간별로 각기 다를 수 있다. 이 중에서 예컨대, 복합운송인의 책임부분만 보더라도 복합운송 중에 화물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발생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면 복합운송인의 책임도 그 해당 국가의 법 테두리 안에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복합운송은 화물이 거의 대부분이 컨테이너용기에 내장된 상태로 운송되므로 대체적으로 목적지에서 수하인이 화물을 인도받은 후에야 비로소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 수 있게 되며 그러한 손해가 어느 구간에서 발생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어느 구간의 법을 적용하여 복합운송인의 책임을 결정할 것인가가 문제로 제기된다.
따라서 국제복합운송이 보편화된 오늘의 국제사회에서는 손해의 발생구간이 확인된 경우는 물론 그것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여 화물이 복합운송인의 관리아래 있는 전 구간에서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국제복합운송인의 책임체계를 확립할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대두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유관기구, 예컨대, 국제사법통일협회(UNIDROIT; Institut International pour L'unification du Droit Privẽ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Unification of Private Law),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 U.N.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국제해법회(CMI, Committee Maritime International),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등이 국제복합운송에 관한 통일조약을 성립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1969년 국제해법회(CMI)는 “Tokyo Rules”을 작성하였고, 이를 1970년에 “Rome조약”으로 대체하였으며, 이어 1971년에는 정부간 해사자문위원회(Inter-Governmental Maritime Consultative Organization)가 국제물건복합운송조약(TCM조약)을 제정하였으며,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1980년에 전문 40개조로 구성된 유엔국제복합운송조약(U.N. Convention on International Multimodal Transport of Goods)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효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미발효 상태에 있다.

2. 유엔국제복합운송조약의 주요내용

1) 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주요 용어

(1) 국제복합운송(International Multimodal Transport) : 복합운송인이 화물을 인수한 어느 국가의 한 지점에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인도지점까지 복합운송계약에 의거,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을 이용한 화물운송을 말한다(유엔국제복합운송조약-이하 복운조약이라 함- 제1조 1항).

(2) 복합운송인(Multimodal Transport Operator) : 송하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송하인이나 운송에 참여하는 운송인의 대리인(代理人; agent)이 아니라 본인(本人; as the principal)으로서 행위하고, 또한 계약의 이행에 관한 채무(債務)를 부담하는 자를 말한다(복운조약 제1조 2항).

(3) 복합운송계약(Multimodal Transport Contract) : 복합운송인이 운임을 대가로 복합운송을 자신이 직접 실행하거나 또는 실행을 확보할 것을 인수하는 계약이다(복운조약 제1조 3항).

☞ 위 (2), (3)을 종합해 보면, 복합운송계약을 인수한 본인(principal)이 운송수단을 보유하고 직접 운송을 실행하는 경우(선사 등)가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운송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것이 반드시 본 조약에서의 복합운송인의 요건은 아니다. 그러므로 예컨대, 아무런 운송수단을 보유하지 않은 국제운송주선인(international freight forwarder)이나 선박을 운항하지 않는 NVOCC(non-vessel operating common carrier)도 本人으로서 복합운송의 실행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복합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인수하면 복합운송인이 될 수 있음은 부언의 여지가 없다.

2) 국제복합운송인의 책임체계에 관한 일반이론
국제복합운송인의 책임체계에 대하여 학자들은 대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1) 단일책임형 또는 균일책임형(Uniform Liability System) : 화물의 멸실, 훼손, 지연손해가 복합운송도중 어느 구간에서 발생하였느냐를 구분하지 않고 복합운송인이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체계이다.

(2) 분할책임형 또는 이종책임형 (Network Liability System) : 이것은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고 각각 다른 책임을 적용하는 체계이다. 예컨대, 해상운송구간이 포함된 복합운송에서 손해발생구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라면 해상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고, 손해발생구간이 밝혀진 경우는 손해발생구간에 적용될 국내법이나 국제조약을 적용하는 등의 체계이다.

(3) 변형 단일책임형(Modified Uniform Liability System) : 이것은 화주에 대하여는 운송인이 인수한 전 운송구간에 걸쳐서 동일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책임한도액은 위 Network Liability System에 의거 각 구간에 적용되는 강행 법률 등이 정한 바에 따르도록 하는 체계이다. 이 체계는 화물의 손해가 발생한 구간의 知・不知에 관계없이 책임액수를 균일하게 정하고 있으면서(예, 복합운송조약 : 포장당 920SDR, UNCTAD/ICC규칙: 포장당 666.67SDR 등 : ☞ 이점에서는 Uniform Liability System임), 그러나 손해발생구간이 확인되어 그 구간에 적용될 국내법이 이 보다 더 높은 경우는 그 법의 적용을 인정하므로2) (☞ 이점에서는 Network Liability System임), 위 (1)의 Uniform Liability System과 (2)의 Network Liability System이 혼합된 체계로 볼 수 있다.

3) 유엔국제복합운송조약상 복합운송인의 책임기간과 책임사유

(1) 책임기간 : 화물이 복합운송인의 관리 아래로 ‘수령된 때부터 인도되기 까지’ 전 기간(복운조약 제14조 1항).

(2) 책임사유 : 화물이 복합운송인의 관리아래 있는 동안에 멸실, 훼손되었거나 또는 지연으로 말미암아 화물의 이해관계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복합운송인은 그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복운조약 제16조 1항).

(3) 지연인도 : 지연인도는 당사자 간에 명시적으로 합의된 기한 내에 화물이 인도되지 않는 때에 생긴다. 다만 명시적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당시의 사정을 고려하여 성실한 복합운송인(diligent multimodal transport operator)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기한 내에 화물이 인도되지 않는 때에 생긴다(복운조약 제16조 2항).

4) 복합운송인의 사용인, 대리인 등에 관한 책임

복합운송인은, 그의 직무범위 내에서 행위하고 있는 그의 사용인이나 대리인 등이 복합운송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한 작위(作爲) 또는 부작위(不作爲)는 복합운송인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인 것처럼 책임을 진다(복운조약 제15조).

5) 복합운송인의 책임제한 금액

(1) 해상운송이 포함된 복합운송 : 포장 당 920SDR 또는 Kg당 2.75SDR 중 높은 금액으로 제한된다(복운조약 제18조 1항).

(2) 해상운송이 포함되지 않는 복합운송 : 이 경우는 포장단위에 기준을 두지 않고, 멸실 또는 훼손된 화물의 무게를 기준으로, Kg당 8.33SDR로 제한된다(복운조약 제18조 1항).3)

(3) 어느 특정 구간에서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이 발생된 경우 : 당해 구간에 적용되는 국제조약 또는 당해 국가의 강행법규가 상기 액수보다 높은 경우에는 그 한도액에 따른다(복운조약 제19조).

(4) 지연손해의 책임한도 : 지연된 화물의 운임의 2.5배 금액으로 제한하되, 복합운송계약으로 정한 총 운임을 초과하지 않는다(복운조약 제18조 4항).

(5) 복합운송인의 배상책임의 총액 : 복합운송인의 책임의 총액은 화물이 전손(全損)되었을 경우의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복운조약 제18조 5항).

6) 복합운송인의 책임제한권의 상실사유

화물의 멸실, 훼손이나 지연을 일으킬 의도로써, 또는 그러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 무모하게(recklessly) 행위(作爲, 不作爲 포함)한 것이 증명된 때는 위의 책임제한권을 상실한다(복운조약 제21조).

7) 제소기한(提訴期限)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화물이 인도된 날 또는 인도되었어야 할 날로 부터 2년 이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다만 화물이해관계인이 복합운송인에게 손해배상의 종류, 명세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화물인도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제소시효가 소멸된다(복운조약 제25조 1항).

8) 복합운송증권 기재의 증거력

복합운송인은 복합운송증권에 기재된 대로의 화물을 수령하였다고 추정된다(推定的 證據力; prema facie evidence). 그러나 운송증권의 기재를 신뢰하고 선의(善意)로 행위(acted in good faith)하는 제3자(수하인 포함)에게 증권이 양도된 때에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운송인의 반증(反證)이 허용되지 않는다(복운조약 제10조).

3. 유엔 국제복합운송조약의 전망

유엔 국제복합운송조약은 성립당시 복합운송을 인수하는 운송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규정하고 있어서 운송 선진 제국을 비롯 여러 나라의 냉담한 반응 속에 그 발효 요건인 30개국의 가입을 채우지 못하여(현재 11개국 가입)4) 동 조약이 채택된 이래 35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어렵사리 마련된 1980년의 국제복합운송조약은 현재까지 잠자고 있는 상태이고, 앞으로도 어떤 국가가 이 조약을 추가로 비준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므로 동 조약의 발효를 기대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