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70돌이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높은 뜻을 기리고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알리며 한글사랑 의식을 고취해 문화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한글은 1997년 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고 일본어 300개, 중국어 400개에 비해 한글의 소리 표현은 무려 10,000개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음성공학적 문자다. 그리고 어느 나라 국민이건 자기 나라 글과 말을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쓰는 건 국민 된 도리요 기본적인 상식이자 품격이라 하겠다.

한편 이는 자기 의견이나 사상을 문자나 언어를 통해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기초적 수단이 될 뿐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학문을 연마하는 데도 밑바탕이 되고 의사소통의 근간이자 사회생활서 교양이나 인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객관적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안'과 '않'을 구분 못하거나 '몇일'과 '며칠'을 혼동하는가 하면 '벚꽃'을 '벗꽃'으로 쓰기도 하고, '반드시'와 '반듯이'의 뜻을 헷갈려 쓴 식자들의 글과 일상 어문생활 주위를 살피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흔히 우리는 알파벳 어문들의 사용시에 철자가 틀리거나 문법에 맞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거나 난리를 치고 야단법석들이다. 하지만 우리 글을 잘 못 쓰거나 맞춤법에 어긋난 경우에는 뭐 그까짓 것,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관대하게 보거나 심지어 이를 지적받게 되면 대수롭지 않은 일에 쓸 데 없이 따지기를 좋아한다며 되레 핀잔을 주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그럴 때마다 필자는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너무나 안타까워 자주 비분강개하게 된다.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방식을 규정한 법이 맞춤법'이고 이는 '소리나는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쓰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밥은 '안치다'​, 걸상엔 '앉히다'로 하고 팔다리는 '저리다',소금에 '절이다'가 맞다. “임자, 해보기나 했어?”란 말이 더욱 의미있게 해석되듯 우리 글을 바르게 안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 쉬운 일은 아님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평생을 배우고 익혀도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하기가 힘든 외국어 공부에 비해 전문가나 학자가 되는 길이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짜투리 시간을 선용하여 관심만 가지고 눈여겨 보기만 해도 우리글 바르게 익히기란 그리 크게 어렵잖을 것이란 게 또한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 해보지도 않고 우리 글이나 말의 바르게 익히기가 어렵다며 아예 팽개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지적을 받으면 겨우 한다는 소리가 우리 글이 외국어 보다 어렵다거나, 이랬다 저랬다 아침저녁으로 바뀌니 무슨 재주로 이를 따라잡느냐고 늘어놓는 푸념이 고작이다.
국어 잘 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 한다는 말도 있거니와 우리 글과 말의 기초 위에 타국어, 인문학은 물론 공학, 의학, 우주과학도 높이 쌓을 수 있다고 고집하면 수구파로 몰아부칠지 모를 일이긴 하다.

​문자를 표기나 전달매체로 하는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장르나 논리 정연함이 생명인 논조나 논단에서 조차 한글표기가 틀리거나 잘 못 표현된 경우를 보면 옥에 티같아 너무나 필자 눈에 거슬리게 되고 한편 이는 글 전체를 먹칠한다는 게 필자의 확고한 지론이요 가지관이다. 개인 서한문과 연구논문서부터 공공기관이나 정부문서 또는 외교문서 등등 공문서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사례는 사전에 엄격히 차단해야 어느 분야건 문서로서의 격식과 권위를 갖출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한글학자나 문법학자 및 활자매체와 인쇄 또는 출판매체에 종사하는 신문, 방송, 언론매체의 교정·교열부나 편집부서에 일하는 전문가 그룹도 가끔 오자(誤字) 이전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고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활자(活字)’라고 이름 붙여진 게 아니냐는 면피성의 우스개 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여하간 현학적인 논조나 미사여구로 수준높은 표현기법을 동원하는 최첨단 고급 논단이나 논문에서조차, 혹은 유식이나 식자들의 지식 경연장 같은 학회지나 학술지도 예외는 아니다.

언어 구사의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라디오 TV 대담프로 또는 무슨 심포지엄이니 세미나니 하는 현장청취에서 우리글이나 말의 오용 사례를 접할 때도 필자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이래선 안된단 생각을 금치 못한다. 게다가 방송을 타는 연기자나 ​출연자의 화법서부터 어휘 선택하며 엉터리 자막 표기를 볼 땐 더욱 그렇다. 심지어 글을 써 밥벌이 하는 활자매체 종사자들도 뜻만 통하면 된다거나 내용이 중요하지 '설거지'를 '설겆이'로 쓰면 어떠냐고 반문한다면 표준말의 의미는 뭘까다.

그 누구도 글과 말에 완벽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고 또 맞춤법이나 표준어의 기준이 자주 바뀌다 보니 ‘짜장면’이나 ‘개발새발’도 표준어에 추가된 사실을 몰랐다거나 ‘내과(內科)’와 ‘냇과’중 어느 게 맞냐는 정오(正誤)를 이분법적으로 따지려는 게 결코 아니다. 전술했듯 우리가 우리글과 우리말에 지나치게 소홀하여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더 나아가서는 잘 못 쓴 게 대수롭잖다고 여기거나 심지어 이를 지적하는 성의가 시시콜콜 하다거나 핀잔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한 나라의 어문정책의 근본과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평소 지론이요 지울 수 없는 우려다.

문단에 등단한 여러 장르에 걸친 전문 작가나 유명 시인 및 기타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글꾼(?)이 많다는 건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름하는 측면에선 단연 돋보일 현상이다.
하지만 일반국민에 앞서 이들 전문가의 글 특히 근년 들어 자타천에 의한 소위 등단 작가로 분류되는 문인들의 작품이나 글마저 더러 맞춤법이 틀리거나 문법에 맞지 않다면 작품이나 글의 문학성 혹은 작품성과는 별도로 우선 이를 고쳐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오랫적 부터의 필자 소견이다.

우리글 바르게 쓰기를 위해서는 2004년에 설립된 국립 국어원의 다양한 활동에 거는 기대와 필자가 지적한 이 같은 우리글과 말의 오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매우 밝다. 어문정책에 필요한 자료를 과학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어문정책의 기반을 조성하고 국어생활에 필요한 어문 규정을 개정하거나 표준말을 사정하고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등 교양있고 표준적인 언어생활의 기초를 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글을 쓰다가 언제고 전화를 해서 상주 전문 상담원으로 부터 즉시 도움을 받는다.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특별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같이 평소 우리글과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특히 10월9일 한글날에 즈음, 필자 같은 관심은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화 되어야 할 당위성의 차원에서 앞장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겠단 생각에 기초하여 그간 필자 생활주변에서 주로 활자매체서 보고 들은 끔찍한(?) 사례를 보며 외국어에 앞서 기본적인 우리 글과 말 바르게 쓰고, 옳게 말하기를 생활화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권유할 것을 다짐해 본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