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사태 피해 포워더, 보험금 청구가 보다 확실한 해법
한진해운 붕괴, 리스크관리 부실과 외부요인 병행돼

 

▲ 한진해운이 채무 존부에 관한 일도양단적인 다툼이 아니라, 영업적인 접근으로 화해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밝히는 김현 대표변호사.
Q.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지난 10월 17일에는 법원이 부산항에 기항한 국취부나용선 한진샤먼호의 가압류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사태까지 번졌습니다. 해상법 권위자이신 변호사께선 한진해운 피해 범위가 어디까지 비화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한진해운이 애초 회생절차 개시신청에 들어가기 전 정상화를 위한 자금이 1조원이 필요하다고 예상됐습니다만, 현재 화주들의 화물손해배상 금액만 십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상황입니다. 한진해운에 거액의 미수금을 가지고 있는 선주나 항만운영회사, 컨테이너 회사는 물론이고, 수출화물 운송이 지연되다 보니 수입선인 거래처를 잃을까 염려돼 자비로 하역을 실시하거나 항공운송으로 대체품을 보낸 화주들, 한진해운의 선박이 파나마 등지에서 압류되는 바람에 수출농산물의 유통기한이 단축되거나 부패손상을 입은 화주들 등 그 피해는 다양하고 또 막대합니다. 회생절차란 것이 회생개시 전 발생한 채권들은 지급을 동결함으로써 회생개시 후 영업을 정상화시켜 기업의 재건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만,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회생개시 후 발생한 화주들의 손해배상채권이 엄청나게 커져버린 상황입니다.

결국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거나 피해가 돌고 도는 형국이 됐는데요, 가령 미수금을 크게 가지고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들이 한진해운에게 컨테이너를 빌려준 컨테이너리스회사들을 상대로 보관하고 있는 컨테이너들을 볼모로 삼아 우리 터미널에서 그 소유의 컨테이너를 회수해가려면 한진해운의 미수금을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컨테이너리스회사들은 컨테이너터미널들의 행태에 분개해서 한진해운에 해결을 촉구했지만, 한진해운은 별다른 해결책을 낼 수 없고, 그러는 중에 컨테이너리스회사들이 한진해운의 선박을 압류하면 한진해운이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지 하는 바램으로 선박을 압류하는 식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 압류된 선박에 실려 있던 화물들은 도착이 지연돼 부패하거나 혹은 화주가 항공비용을 들여 대체품을 보내거나 하게 된 거지요.

회생절차 내에서는 모든 채권자들의 채권이 집단적, 획일적으로 다루어지게 되고 또 그 안에서 채권액 탕감과 장기분할변제 등의 불이익한 변경은 감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채권자들이 회생절차 외에서 타인에게 불이익이나 고통을 주어서라도 신속하게 자신의 채권만은 회수하려고 애쓰게 됐고 그러는 와중에서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고 그 피해가 다시 한진해운에 돌아가게 됐습니다.

한편, 한진해운의 채권자가 우리나라 회생개시결정을 승인하여 주지 않는 중국에서 혹은 회생개시결정 전에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압류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한진해운의 용선선박을 압류하도록 허용한 것은 무척 유감입니다. 우리나라 법원의 판사들이 회생절차나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합니다.

한진해운이 미국법원에서 받은 보호명령에 의하면 한진해운 소유의 재산뿐 아니라, 한진해운이 타인으로부터 용선한 선박, 임차한 재산 기타 영업에 사용하는 재산이 폭넓게 보호됩니다. 회생절차는 단지 회생회사의 소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해가 있기 때문이지요. 회생절차가 문제의 회사는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크다는 전제 하에 기존의 채무는 동결시키고 청산 대신 영업을 계속하게 해 그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게 하는 것이므로, 파산절차와는 달리 소유재산이 아니라 영업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소유권 개념에 집착해 한진해운이 영업에 사용하지만 등기부상 소유명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회생개시결정에 의한 보호범위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실은 2013년 팬오션 사건 때에도 팬오션이 용선한 선박이 벙커회사의 선박우선특권 행사에 의해 인천지방법원에서 경매에 붙여진 사건이 있습니다만, 3년여 동안 통합도산법의 실무에 있어 그 점은 전혀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금융논리로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가 결국 국내 최대선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을 재촉하게 됐습니다. 글로벌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큰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세계적으로 한진해운과 관련된 항만업체나 화주, 포워더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인데요?

10월 25일이 회생채권 신고기한이므로 일제히 회생채권 신고를 하겠지요. 다만 한진해운의 회생전망에 대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회생채권자들이 실제 어느 정도로 만족을 얻을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산업은행이 금융논리로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하여는 잘잘못을 말할 입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무지와 정책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해운산업은 세계물동량의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므로 경기변동에 가장 민감하고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호황이던 시절의 운임을 불황인 시절에 인상하기에는 다른 해운사와의 경쟁 때문에 어렵고 해운사들끼리 누가 더 버티나 하는 치킨게임이 되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태평양을 건너 컨테이너화물을 보내는 해운운임보다 미국 내에서의 육상운임이 훨씬 높습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해운회사는 당연히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산업인 탓에 정부의 정책적 관리와 육성이 중요한데, 한진해운이 무너지게 된 데에는 스스로 불황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잘못한 탓도 있습니다만, 그 밖의 외부요인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특히 중소 포워더들의 피해가 막심해 한진해운 사태로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 포워더들이 수없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실은 포워더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인 대응책은?

한진해운의 회생전망에 대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포워더들이 회생채권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어느 정도로 만족을 얻을 것인지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회생이란 모든 채권자들의 채권이 집단적, 획일적으로 다루어지게 되므로 일단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다음에는 이해관계인 집회의 다수결 등 채권자들 다수의 결정에 따라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생회사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소송제기나 강제집행 등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불가능하고, 회생채권신고, 조사확정재판 등 통합도산법에 따른 절차만이 유일합니다. 포워더들이 영업배상책임보험을 가입했고 약관상 부보하는 손해에 해당한다면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청구를 하는 것이 더 신속하고 확실할 수 있습니다.

Q. 피해를 입은 외국 항만업체, 화주들도 한진해운을 상대로 소송에 임할 것으로 보는데요. 한진해운으로선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하는지요?

한진해운으로선 성공적인 회생을 위해 공익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만 합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외에서 수시변제돼야 하고, 회생담보권은 변제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진해운으로선 위 양 채권은 회생채권보다 훨씬 무거운 부담이 됩니다. 그 외에 한진해운이 채무 존부에 관한 일도양단적인 다툼이 아니라, 영업적인 접근으로 화해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Q. 끝으로 해운산업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계시는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소회(所懷)는?

40여년에 걸쳐 일궈온 우리나라의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의 소중한 영업망과 명성이 이렇게 일순에 무너진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허망합니다. 외국 선사들만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물류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으로 제공, 운영될 때에는 아무도 그 존재조차 의식하지 않지만, 문제가 생기고 탈이 나는 순간 막대한 충격과 피해를 주게 됩니다. 앞으로는 정부가 그 중요성에 걸맞게 적정한 정책을 성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선사들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충실하게 경영을 하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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