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호 KMI 해운물류연구본부장
해운경기는 호ㆍ불황을 반복하고 있다. 호황국면인 경기 확장기에는 소득과 투자가 늘고 재고가 감소하며, 최고 호황인 정점을 지나면 소득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와 고용이 감소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경기 후퇴기로 접어든다. 이러한 호황을 지나 소득, 투자가 감소하고 재고와 실업이 늘어나 경기가 수축기에 접어들면 불황이 시작되며, 수급 등 시황요인 변동으로 소득과 투자가 늘고 재고와 실업이 감소하면 경기는 최악의 불황인 저점을 지나 회복기로 접어들게 된다. 회복기를 지나면 다시 확장기로 이어지는 순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건화물선 운임지수 상승으로 해운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운경기는 저점을 통과하여 불황을 벗어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해운경기는 불안한 회복기라고 할 수 있다.

경기순환변동의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해운경기 상황을 진단해 본다. 우선 해운기업의 매출액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반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비록 최근에 건화물선 운임지수가 급상승했지만 이로 인해 기업매출이 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8월 들어 건화물선 운임지수가 급상승하여 10월까지 2배 가까이 상승했으나 최근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즉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개월 정도 운임이 상승해 실질적으로 기업 실적 개선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스팟마켓에 활동 중인 건화물선 선대는 30%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 성과 개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운임은 전년 대비 인상되지 않고 있으며 두드러진 물동량 증가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회복기의 특징은 기업의 투자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반전되어 늘어나는 것이다. 해운기업의 생산을 위한 투자는 선박확보를 통해 판단하는데 금년 3분기까지의 신조선 계약량은 전년동기 대비 2배 정도 증가했다. 중고선과 용선에 대한 투자는 수요에 따른 가격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건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의 중고선 가격은 6~8% 증가했으나, 유조선은 11% 감소세를 보이며 기간 용선료도 2~5% 정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조선 투자 외에는 아직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신조선의 경우에도 경기회복에 대비한 선가차익을 목표로 한 투자로 보인다.

그 밖의 지표로서 고용이 늘고 재고가 감소하는 경우, 경기는 저점을 지나 회복기로 이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운기업의 고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찾기 어려우나 해운사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어 고용 확대기로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해운기업의 재고는 해운서비스를 생산하는 선박의 가동률과 소석률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선박의 계선량은 운항선대 대비 지난 4월 4.3%에서 10월 2.3%로 감소했으나 선박의 대형화가 가속화되어 소석률이 개선되기까지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운서비스의 재고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으나(계선량 감소) 실질적인 재고의 감소(소석률 증가)는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투자지표를 제외한 소득(매출)과 고용, 재고지표를 볼 때 해운경기는 아직 수축기 상황이다. 투자지표는 일부 선종에 국한되긴 하지만 신조선 발주가 늘고 중고선 가격이 상승하는 등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예고해 주고 있다. 실제 해운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는 선박투자 금융을 위해 민간투자자 중심으로 새로운 선박금융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선주와 선박투자 전문가로 발기인을 구성하여 노르웨이 상업은행법(Commercial Banks Act)에 의거 '13년 11월 FSA(금융감독청)에 설립인가를 신청, ‘14년 2분기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해운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주요 지표와 경기를 읽는 전문가의 움직임을 볼 때 최악의 불황을 지나 회복기로 접어드는 것은 변동성은 있겠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아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국내 대형선사의 상황과 시장의 흐름은 읽었지만 투자금융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선사의 상황은 ‘불황기 투자’가 가능한 국가 ‘해운금융시스템’의 중요성을 재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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