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턴어라운드 대비한 성장동력 확보

 

대한해운의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와 관련, 업계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 곳이 팬오션이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법정관리를 거치고 M&A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해운선사이면서 극심한 해운불황하에서도 호실적을 거두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는 국적선사다.
팬오션의 가장 큰 매력은 저시황 속에서도 장기 운송 계약을 통해 실적 방어가 가한 동시에 시장 턴어라운드 시 업사이드 포텐셜이 높다는 점이다. 팬오션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사선 57척(dry bulk 기준) 중 27척을 CVC(장기운송계약:Consecutive voyage charter) 계약에 투입하고 있다. CVC 계약은 선박 운용 관련 각종 비용에 일정 마진이 보장되는 구조로 시황에 노출돼 있지 않다. 반면 사선 중 장기운송계약에 투입되지 않은 30척은 시황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BDI 하락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반대로 시황이 개선되며 BDI가 BEP(손익분기점) 수준을 돌파하면 그 이후로는 이익 모멘텀이 강하다. 올해 2월 BDI는 290p를 기록하며 역사적 저점을 새로 썼는데, 이렇듯 장기 시황 침체 구간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장기운송계약(CVC)이다. 팬오션은 현재 27척의 사선을 통해 포스코, 한전자회사 등 과 같은 국내 대형 화주는 물론이고 Vale, Fibria 등 해외 대형 화주들과도 CVC을 맺고 있다. 장기운송계약은 코스트와 마진으로 가격이 책정돼 시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는 있으나 대량의 화물을 조기에 확보함에 따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 시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스팟 계약의 수익률이 저조해지고, BDI의 예측 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에 대한 가치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현재 27척의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분기 약 1,000억원 (별도 기준)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전체 벌크 매출의 32% 가량을 차지고 있으며 매출 총이익률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규 계약 선박 투입이 2018년 3분기에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매출은 현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는데, 한국전력의 발전용 석탄 장기운송계약 중 상당 부분의 만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보통 신조 벌크선의 건조에서 인도까지 2년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신규 입찰 가능 계약은 23건 정도이다. 보통 CVC 계약의 만기 도래 시, 기존 선주와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나 23건의 만기 임박 계약 중, 9건의 계약 상대방이 과거 가격 경쟁 유도를 위해 맺은 일본 선사들인 점을 고려 할 때 추후 국적선사들로 교체될 가성이 높다고 판단되며 국내 최대 벌크 선사인 팬오션의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팟영업은 BDI 상승 시 높은 이익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나 하락 시에는 그만큼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선주와의 단기용선계약과 화주와의 단기운송계약 간 발생할 수 있는 시황 변동 리스크를 관리 할 수 있어야 하며 영업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동사가 보유하고 있는 사선 중 30척은 시황에 노출돼 있는 상태이다. 이들 사선의 BEP에 해당하는 BDI가 1,100p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2014년 1분기와 4분기를 제외하고 2016년 3분기까지 9개 분기 동안 분기 평균 BDI가 1,000p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11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해 오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금년 1분기에는 분기 평균 BDI가 361p까지 곤두박질쳤음에도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초저시황 속에서도 단기 스팟 영업을 통해 오픈 사선의 적자를 커버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동사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2017년 연평균 BDI가 동사의 사선 BEP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800p 수준 으로 2016년 대비 21% 가량 반등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오픈 사선 부문 적자 축소와 전체 벌크 매출의 5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단기 스팟 영업 부문 수익성 개선에 따른 실적 레버리지가 기대된다.

참고로 COA(Contract of Affreightment) 계약은 보통 1년 이상의 장기운송계약으로 코스트와 마진 구조의 CVC 계약처럼 이익률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운임이 정해져 있어 매출이 고정돼 있는 계약이다. 반면, 계약에 투입되는 선박의 교체가 자유로워 선사의 선대운용력에 따라 수익성이 탄력적인 점이 장점이다. COA 계약을 통해 화물 선취 후, 시황 하락으로 용선료가 하락 할 경우 수익성이 높아진다. CVC 계약과 더불어 저시황기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실적의 하방 경직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팬오션의 경우 CVC 계약에 투입되지 않은 오픈 사선을 30척 보유하고 있어 화물 선취 후 시황이 급등한다 하더라도 오픈 사선의 고정비 수준으로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다.
김영호 삼성증건 애너리스트는 “초 저시황이 이어진 2016년은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팬오션의 실적 안정성이 부각된 한해였다”며 “2017년 BDI의 점진적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올해에는 오픈 사선 부문의 적자 폭 축소와 단기용선 영업의 높은 이익 레버리지가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매출액이 전년대비 24% 증가한 2.3조원, 영업이익은 매출액 성장률보다 더 가파르게 개선세를 보이며 전년대비 50% 증가한 2,572억원(영업이익률 11%)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