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225851 판결

2. 사실관계

가. S는 인도의 D에게 스프링 스틸 라운드 등 25,232pcs(38,456㎏, 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W에게 부산항으로부터 수하인인 D 영업소까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업무를 위탁하였고, 피고W는 S에게 국제운송중개인협회(FIATA)에서 정한 표준양식의 복합운송증권(이하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이라 한다) 사본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나. 피고W는 S를 대리하여 피고 H와 사이에 부산항부터 인도 첸나이항까지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피고 H가 발행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마스터 선하증권’이라 한다)에는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이라는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다. 이 사건 화물은 2012. 6. 18. 대한민국 부산항에서 피고 H의 선박에 선적되어 2012. 7. 3. 인도 첸나이항에 도착하였고, 그 후 2012. 7. 4. 이 사건 마스터 선하증권에 수하인으로 기재된 L에 의하여 인도 첸나이항에서 양하되어 2012. 7. 9. 수입자인 D에게 인도되었다.

라.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은 D는 이 사건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 2개 가운데 1개의 콘테이너에서 나온 이 사건 화물 중 일부에서 녹손을 발견하였는바 손해사정결과 위 녹손이 해수 접촉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 사건 화물 중 위 컨테이너에 담긴 12,954pcs(19,056㎏)에 관한 손해는 미화 21,626,31달러로 사정되었다.

마. 원고는 2012. 6. 29. S와 이 사건 화물의 해상 및 육상운송 과정에서의 파손위험을 담보하는 내용의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로서 2013. 3. 28. D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으로 인한 손해로 미화 21,626,31달러를 지급한 후 피고 W는 계약운송인 또는 용선자로서, 피고 H는 실제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화물 운송 과정에서 해수가 침투하게 하여 그 가치를 손상시켰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3. 사건의 진행경과

가.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단5154484 사건)의 판결요지

피고 H는 송하인을 S가 아닌 피고 W로 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던 점, 피고 W가 송하인인 S에게 선하증권을 발행하였으나, 발행인란에 운송인의 대리인(As agent for the carrier)의 자격으로 발행하는 것을 명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W는 S와 운송주선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 W와 S가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W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나.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나54211 사건)의 판결요지

특별한 운송설비나 신용을 갖추지 못한 운송주선인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운송인으로서 행위하거나 책임을 부담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상법 제116조 제2항은 그러한 운송주선인이라도 개입권을 행사한 경우 운송인으로 간주된다고 정하고 있다는 점, 만약 피고 W가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책임만을 부담할 의사였다면 이사건 마스터 선하증권을 S에게 교부하면 족하였을 터임에도 굳이 자신의 명의로 된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을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에 “as agent for carrier"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기는 하나 정작 피고 W는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상의 계약운송인(carrier)이 누구인지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계약운송인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점, 피고 W가 S로부터 이 사건 화물 운송업무를 의뢰받은 운송구간은 부산항 컨테이너 야드에서 수하인인 D의 창고까지(CY/DR)인 반면, 피고 H가 인수한 운송구간은 부산항 컨테이너 야드에서 인도 첸나이항 컨테이너야드까지(CY/CY)이므로, 만약 피고 H가 계약운송인이라면 육상 운송구간에 해당하는 인도 첸나이항으로부터 D의 사업소까지는 계약운송인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결과가 되는바, 이는 송하인인 S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W는 운송주선인이 아니라 S와 사이에 이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계약운송인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법 제116조 제2항에서 정한 화물상환증에 관한 법리 및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운송인 지위 인정에 관한 이유가 모순되거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평석

가.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의 일방에게 물품을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서,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은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나. 한편,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 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 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 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존재하는바, 이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다.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에 관한 위 법리는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이후 계속하여 설시가 되고 있는바, 본건에서는 발행인란에 운송인의 대리인의 자격으로 발행한다는 점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즉 As agent for the carrier의 문구가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다투어졌고, 대상판결의 1심에서는 발행인란에 운송인의 대리인(As agent for the carrier)의 자격으로 발행하는 것을 명시하였던 점을 중시하여 피고 W는 운송인 본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다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의 2심에서는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에 “as agent for carrier"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으나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또 피고 W는 이 사건 하우스 선하증권상의 계약운송인(carrier)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단순히 위 문구만으로는 피고 W가 운송주선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고,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2심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라. 한편 이 사건에서 실제 운송인인 피고 H에 대한 청구부분에 있어서는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이라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기각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를 하지 않아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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