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상무 시절의 '노틀카찡떼오' 음주수칙 추억

"술이란 뼈저린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인 쾌락의 담보로 대부해 주는 악마의 독약이다.
그러나 술은 때로 사랑을 불붙게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하고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는 감로수가 되기도 한다.

술은 가난한 자가 누리는 행복이고 절망한 자의 희망이며
고독한 자의 친구이고 슬픔의 연인이며 아픔의 치료제다.
또 술은 이별한 자의 사랑이요 사랑한 자의 기쁨이기도 하고
잔 속엔 행복과 아픔이 있고 잔속엔 눈물도 있다."

어디서 주워 들은 얘기인지는 몰라도 마실 때마다 자주 외는 주문이다.
고교시절부터 죽어라하고 배우고 익혀 유독 술 잘 마시는 실력(?)으로
이 나이까지 밥 안 굶고 버티며 살아온 작위, 영원한 현역 리베로 인생
이 늦가을 문득 6070년대 유행하던 "놓틀카찡떼오" 수칙이 생각난다.

그 시대를 함께 호흡했거나 기억하시는 중장년 샐러리맨 출신들은
누구나 바로 이 수칙에 익숙해야 제대로 된 일꾼이나 간부대우를 받았다.
그때 그시절엔 그리도 괴로웠으나 지금에사 그립기도 한 건 또 웬 일?
술상무 보직(?)받아 낮엔 머리 쥐나게 일하고 밤엔 술접대로 지새우고.

그리 힘들고 뼈빠지게 번 얇은 유리지갑으로 딸린 권속 먹이고 입히고
고향집 부모공양하고 아들딸 나라 안팎에서 힘겹게 달러로 공부 시킬때
도살장 소 물먹이듯 공략대상 거래처 남의 입에 싫대도 억지로 술 붓고
남 먹이려면 나도 먹어야지, 먹고 죽자로 마셔야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주까리 도토리 덩치에 해양계출신 선장 · 기관장 마도로스도 아니고
배라곤 낙동강 · 한강 나룻배 밖에 모르다 뒤늦게야 대양항행 실습선 타고
오로지 술실력 그 하나로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기치의 슬로건 아래
평생을 짝퉁 뱃사람 행세하며 해운계 감초로 살아온 모조품에 이미테이션.

낮 근무후 밤마다 약속장소로 나가 술 접대에 또 그다지도 엄격했던
바로 그 '음주수칙'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아찔 모골이 송연하기만 하다.
그게 바로 전문 술꾼이나 술상무, 타짜 출신이라면 누구나 다 아시리라.
아생살타, 음주문화의 마그나 카르타 10계명, "놓틀카찡떼오 안돌사콜물"

놓 : 술잔을 한번 들면 마시다 절대 <놓>아선 안되고
틀 : 술잔을 받으면 고개를 옆으로 <틀>지도 말것이며
카 : 마시고 난 후에는 <카~!>하며 소리내서도 안되고
찡 : 술잔 들고 얼굴을 <찡>그리며 마시지도 말것이며
떼 : 마시면서 벅차다고 입에서 술잔을 <떼>지도 말고
오 : 속도도 빠르게 너무 <오>래 마시지도 말아야 한다.

안 : 또 마시는 도중에 절대로 <안>주를 먹어선 안되고
돌 : 마시던 술잔을 완전 비우기전 <돌>리지를 말것이며
사 : <사>이다를 타서 마시거나 입가심을 해서도 안되고
콜 : 마신뒤 <콜>라 같은 음료수로 입을 헹궈서도 안되며
물 : 술마신 뒤에도 <물>로 입을 가시지 말아야 할지어다.

술상무 직분으로 죽어라 술마신 덕분에 부장에, 이사, 상무도 해보고
일흔을 넘긴 이 나이까지 팔려 다니며 재활용이라면 술에도 길이 있고
술이 그래도 밥먹여준 내 영원한 삶의 길라잡이에 반려요 수호신이며
그때 연마한 그 실력이 아직도 만만찮아 하루 세네병은 거뜬해서 좋다.

술에 장사없고 어느 자리건 과음은 금물이로되 그래도 나의 신조는
해운계의 영원한 쾌남아 JS선배의 조직과 직원의 통솔비법 구호처럼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와 "술 자리선 몸 생각보다 술생각"
"일 못 하는건 봐줘도 술 못 마시는건 안 봐준다"를 떠올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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