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와아! 저렇게 멋있고 인상좋고 호감가며 훤출하게 잘 생기고 남성미 넘치는 매력 만점의 미남에다 쾌남아 청년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뒷전으로 기회 날 때마다 영화 보기를 좋아하던 필자가 어느날 화면에서 그를 첨 본 순간, 시쳇말로 "쥑이네"와 "끝내주네"에 이어 여자라면 그 누구나 한눈에 반해버리거나 호흡이 멎고 영혼을 차압당하는 전율적 끌림에 더는 형언할 방법이 있겠으며 필설로 다할 표현이 가당할까 의심되는 한 스타가 있었으니 말이다.

50년 전 쯤일까? 기억은 희미하지만 프레시 맨 때 우연히 본 영화 '기적(奇蹟:The Miracle/1959)'에서 청년장교 마이클역을 맡은 '로저 무어(Roger Moore)'와 테레사 수녀로 나온 '캐롤 베에커(Carroll Baker)'를 보고 두 청춘남녀 스타에 매료되어 비슷한 때에 개봉된 '오드리 헵번(Audrey Hephurn)'의 '파계(破戒:The Nun's Story/1959)'와 함께 필자뿐만 아니라 당시 젊은 연인들 입에 오르내리며 큰 인기를 모으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정열의 스페인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슬픈 대서사시의 주인공, 바로 그 '로저 무어'가 지난 5월23일 타계했대서 영화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그의 사망 뉴스로 떠들석 했고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다.

특히 필자의 눈에는 여태껏 보아온 미남배우 중에 가장 매력적이고 멋있는 사나이로 일컫는 터여서 더욱 애틋하고 아쉽기 그지없으며 슬프기까지 하다. 옛 영화 매니어들의 애도 속에 90세로 세상을 떠나 이제는 영화 '기적'과 '007 시리즈' 화면으로 밖에 만나볼 수 없는 로저 무어. 기적은 기적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는 기적을 만나고 그 기적으로 스타로서의 명성을 얻었지만 그러나 세상 누구나가 겪는 닥쳐온 죽음 앞에서 이를 피해가는 기적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의 곁에서 영원히 멀어지고 만 것이다.

영화 기적의 스토리는 1백년 전 일, 나폴레옹의 군사들은 스페인을 영국군의 침공으로 부터 보호받기 위해 마드리드에 도착한다. 마이클 부대장으로 분한 로저 무어는 전투중 부상을 당해 인근 수녀원서 치료를 받게 된다. 테레사 수녀로 분한 캐롤 베이커는 청년장교 마이클의 치료를 맡게 되고 마침내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결국 수녀로서의 금기사항을 어기게 되고 성녀로서의 본분을 지키려는 초심을 잃게 되자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테레사의 지극한 정성어린 간호로 얼마후 마이클은 완쾌되어 다시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떠나기 전날 테레사는 마음의 증표로 시계를 건네준다. 그러나 마이클이 떠나자 마이클을 사랑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끝내 그리움을 떨칠 수 없어 수녀원을 몰래 빠져나와 마이클을 찾아 나선다. 집시의 마을에서 자신이 사랑의 증표로 준 시계를 발견하고 마이클이 이미 죽었다고 단정한다. 보고픈 사람을 찾지 못하고 절망한 테레사는 뜻밖의 집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마이클의 아버지는 망원경으로 전쟁터 광경을 지켜보며 아들의 죽음에 낙담을 하던 중 뜻밖에 마이클은 포탄 세례로 죽어가는 시체들의 틈바구니서 기적 같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며, "이건 기적이야(It's a Miracle)"라고 감탄을 한다. 한편 방랑 끝에 테레사가 수녀원으로 돌아오자 사라진 성모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혼란한 수녀원은 다시 평온을 찾게 되고 그녀는 한동안 사랑에 빠졌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잠긴다. '어빙 랩퍼(Irving Rapper)가 메가폰을 잡았고 ​'엘머 번스타인(Elmer Bernstein)'이 음악을 담당했다.

경찰관 아들로 태어나 화가가 되기를 원했던 로저무어는 그 꿈을 접고 2차대전 중 영국군에 복무했다. 나중 런던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닌 후 단역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1953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MGM과 계약을 맺고 부지런히 연기력을 쌓아 '내가 마지막 본 파리(The Last Time I Saw Paris, 1954)'에 이어 드디어 그의 대표작으로 일컫는 이 영화 기적에 출연하여 톱 미남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1973년 숀 코넬리(Sean Cornelly)가 제임스 본드(James Bond)역에서 은퇴하고 '007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1973)'부터 그 자리를 물러받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1977)', '문 레이커(Moonraker/1979)', '포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1981)', 그리고 '옥토퍼시(Octopussy/1983)'와 '뷰 투 어 킬(View to A Kill/1985) 등 7편에서 제임스 본드역을 연기하여 최장수 본드기록을 세운 배우로 각광 받으며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는 12년 동안 모두 일곱번에 걸쳐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역을 연기한 것이다. 숀 코넬리와 '조지 라젠비(George Lazenby)'의 뒤를 이어 45세의 나이에 제3대 제임스 본드역을 맡은 그는 57세까지 역대 최다 본드역을 소화했다. 로저 무어는 훤출한 키에 이글대는 눈동자, 남성미 넘치는 매력적인 외모로 에로틱한 영국 비밀요원 본드를 자신의 케릭터로 구축하여 본드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찬사를 듣기에 손색없는 전설적인 명 스파이 이미지를 남겼다.

2007년 헐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가입할 때 "본드 걸들은 계속 어려가는데 나는 계속 나이가 들어가 본드역에서 떠나야 할 때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술회하며 아쉬워 했다. 1999년에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훈장 (CBE)을 받았고, 1991년부터 UNICEF(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기금모금 활동을 한 것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까지도 받았다. 또 거위 간의 식용에 반대하는 등 동물보호 운동에도 앞장 서는 족적도 남겼다. 일생 4번의 결혼을 통해 3명의 자녀를 뒀고 만년에 암투병을 해오다 향년 90세(1927.10.14~2017.5.23)로 타계했다.

아무리 어려운 극한 상황속에서도 여유로운 모션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쏟아져 나오는 섹스어필 본드걸들의 밀물 속에서 플레이보이 본드 인상을 짙게 풍긴 그는 2004년 아카데미 시상삭서 62%의 득표로,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라는 등식을 깨고 '최고의 본드'에 선정되는 관록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자가 평가, "Sean is Killer, I'm a Lover"가 의미하듯 다소 냉철한 근육질 이미지의 숀 코넬리의 본드보다 로저 무어의 본드는 대체로 부드럽고 유모러스한 인상이 짙어 뭇 여성의 선망이었다.

전형적 영국출신 신사형, 185cm의 신장에 육군 대위 군경력, 완벽한 옥스퍼드 영어 구사 등 여러모로 원작속 제임스 본드 이미지와 매치되고 군복 입은 모습이 잘 어울리는 케릭터였기에 007시리즈 초반부터 본드역으로 물망에 올랐었단 후문이다. 데뷰작 '내가 마지막 본 파리(The Last Time I Saw Paris/1954)'와 TV시리즈 '세인트(Saint)'의 주인공 '사이먼 템플러(Simon Templar)'로 알려진 이래 무엇보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문 레이커'가 작품성과 흥행에 성공하자 자신만의 본드 스타일 구축에 박차를 가하여 플레이 보이 본드로서의 인기를 더하게 된 것.

그밖의 본드역으로 '티모시 달튼(Thimothy Dalton)'과 '피어스 브로스넌 (Pierce Brosnon)'에 이어 현역 '대니얼 크레이그 (Daniel Craig)'가 있지만 필자 눈에는 본드라면 역시 숀코네리와 로저무어가 과연 제격이란 생각이다. 흔히들 세계 최고의 미남 배우로 '록 허드슨(Rock Hudson)'을 꼽는 데는 필자도 이의가 없고 '알랑 드롱 (Alain Delon)',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까지는 봐 주지만, '탐 크루즈(Tom Cruise)'와 '브래드 피트(Brad Pitt)'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를 꼽으면서 '로저 무어'를 후순위로 하는 건 필자로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내 연기의 범위는 왼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오른쪽 눈썹을 치켜 올리는 거"라던 그의 모습은 이제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 영화 '기적'서 청년장교 마이클역을 맡은 최고 미남 스타 '로저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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