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13237 판결

2. 사실관계

가. A발전이 발주한 보일러 장치 공급 프로젝트에 관하여 H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DL은 보일러 장치("‘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DLC에 해상운송주선을 위탁하였다. DLC는 TW상선과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하여 3차례에 걸친 화물운송을 위한 용선계약("재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재용선계약에서는 선적, 적부 및 양하시 모든 비용과 책임을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조건(Full Berth Term, FBT)을 명시하고, 운임약정을 체결하였다.

나. TW상선은 MST와 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 MST는 EST와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선적, 양륙, 적부 및 정돈비용을 용선자가 부담하는 조건(Free In and Out, Stowed and Trimming, FIOST)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EST는 2013.1.11. H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하고 송하인을 H로, 수하인을 A발전으로, 통지처를 DL로 하는 선하증권("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다.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제6조(운송인의 책임기간)에서 “선적항에서 선적하기 전이나 양륙항에서 양륙한 이후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는 운송인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다”라고 정하였고, 제5조(책임제한)에서 “소송이 운송인의 이행보조자, 대리인 또는 하위계약자에게 제기된 경우에, 이들은 운송인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의하여 주장할 수 있는 항변 및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였으며, 제1조(정의규정)에서 “하위계약자는 선박소유자 및 용선자 그리고 운송인이 아닌 선복제공자, 하역업자, 터미널 및 분류업자, 그들을 위한 대리인 및 이행보조자, 그리고 누구든지 운송의 이행을 보조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제5조와 제1조를 합하여 "이 사건 히말라야 약관”이라 한다).

라. 이 사건 선하증권은 H의 요청으로 EST가 다시 회수하여 그 표면에 서렌더 스탬프를 찍고,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지 않고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이 되었다. 한편 TW상선은 용선계약 조건에 따라 양륙항에서의 양륙작업을 SB에 도급을 주었고, 이를 다시 피고가 하도급받았다. 그런데 피고의 직원이 이 사건 화물의 양륙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이 추락ㆍ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송하인 H가 수리비 등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운송거리가 단거리인 경우에 운송품보다 선하증권 원본이 뒤늦게 도착하면 수하인이 신속하게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없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무역실무상의 필요에 따라,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을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 즉시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송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 받은 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에 의한 상환청구 포기(영문으로 ‘surrender’ 이며, 이하 ‘서렌더’라 한다)를 요청하며, 운송인은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여 그 위에 ‘서렌더(SURRENDERED)'스탬프를 찍고 선박대리점 등에 전신으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라는 서렌더 통지(surrender notice)를 보내게 된다.

이와 같은 이른바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은 유가증권으로서의 성질이 없고 단지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키는 의사가 합치됨에 따른 것으로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표시가 없다면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4. 평석

가. 서렌더 선하증권은 원본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가 선하증권을 제출(surrender) 받고 그 선하증권의 표면에 SURRENDERED 스탬프를 찍은 후 이를 복사하여 교부하거나 팩스로 송부하는 경우, 원본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선하증권 앞면에 SURRENDERED 표시를 한 후 팩스로 송부하는 등 여러 가지의 유형이 있다.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는, 선하증권의 담보적 기능이 필요가 없는 경우이거나 결제가 이미 되었거나, 사실상 동일한 주체간의 운송(예, 지점이나 본사간의 운송), 연지급(Usance)조건으로서 화물을 먼저 인도하고 결제를 하는 경우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화물이 선하증권보다 먼저 도착하는 경우에도 대금회수에 대한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나. 서렌더 선하증권은 법령 등에 규정된 선하증권의 유형이 아니고, 실무상 필요에 의해 자주 사용되어 오고 있는 유형으로서, 그 법적 성격은 판례와 학설에 의해 정립되어 가고 있다. 선하증권은 요인증권성, 요식증권성, 문언증권성, 제시증권성, 상환증권성, 인도증권성, 처분증권성, 지시증권성, 채권증권성, 유통증권성, 면책증권성 등 여러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서렌더 선하증권은 위 선하증권의 여러 성질 중에서 몇 가지의 성격이 흠결되게 된다. 예를 들어, 서렌더가 되면, 수하인으로 기재된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게 되므로 지시증권이 아니라 기명증권과 같은 성격으로 바뀌게 되고 유통증권성이 사실상 상실되어 권리를 양도하기 위해서는 일반 채권양도의 형식을 취하여야 하고 유가증권 양도의 형식으로 양도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화물인도시 선하증권과 상환할 필요가 없게 되어 상환증권성을 상실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중대한 차이가 있다.

다. 대상판결의 경우 서렌더 선하증권 이면에 기재된 히말라야약관의 효력이 문제가 되었다. 실무상 서렌더 선하증권은 선하증권 표면뿐만 아니라, 이면약관도 복사하여 송부하게 되면, 이면약관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을 것이나, 통상 선하증권 표면만 복사하여 보내는 경우가 많아 선하증권이면에 기재되어 있는 약관의 적용여부가 문제된다. 원선하증권 사본만 발행되어 교부되거나 팩스로 송부된 경우, 송하인(화주)는 이면약관의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면약관의 효력을 인정함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 2006.10. 26. 선고 2004다27082 판결은 이면약관이 교부되거나 송부되지 않은 사안에서 이면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책임제한조항의 적용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라. 그러나 선하증권 표면과 이면이 모두 송부된 경우라면 이면에 기재된 약관의 내용도 운송계약의 증거가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면약관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비록 선하증권이 발행 후 다시 운송인에게 회수되어 서렌더 선하증권이 되었지만, 이면약관의 내용은 이미 송하인(수령인)에게 통보되었기 때문에 그 밖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선하증권 발행 당시 유효하였던 운송 책임에 관한 이면약관의 내용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면약관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선하증권 원본이 교부된 이상 이러한 효과는 서렌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소급적으로 소멸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서렌더 선하증권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이면약관 적용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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