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G20 정상회담을 위하여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하여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였다. 요지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지만, 대화의 길로 돌아온다면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하면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핵 해법의 주안점을 '교류와 대화'에 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대통령의 선언 취지는 둘째치고 왜 굳이 독일까지 가서 선언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독일이 성공적으로 통일을 이룬 국가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000년 베를린에서 햇볕정책을 제시한 베를린 선언을 한 바 있었는데, 그 곳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연설을 한 장소인 알테스 슈타트하우스였다고 한다. 두 대통령이 똑같은 장소에서 남북화해 및 대화를 우선시하는 선언을 하였다는 것은 다분히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하고 남북 대화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 것처럼, 이번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언을 승계한 두번째 베를린 선언인 '신' 베를린 선언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 싶다.

그런데, 독일에서 통일과 관련한 선언을 한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독일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남북관계는 최악의 경색국면에 돌입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선언을 한다고 무조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하여 한국 주도의 북핵해결과 남북 대화 추진이라는 의제에 대해 미국의 이해를 구한 불과 이틀 뒤에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강행하였다. 우리와는 어떠한 대화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과연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른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중시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지만,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 마지막에는 전쟁으로 해결을 짓는 수 밖에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외교의 최후 목적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시도는 정부의 우선적 과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구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무리수는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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