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북한은 올해 들어 ICBM 급 미사일 발사 시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말 발사된 미사일은 최고고도가 약 3700km, 비행거리는 1000여km로 파악되며 합동참모본부는 사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이전의 화성-14형보다 진전된 ICBM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ICBM탑재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였다고 결론지어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와 김정은은 한층 더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한편, 매티스 국방장관은 '정권의 종말(end of its regime)과 국민 파멸(destruction of its people) 이끌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은 화성-12'형 미사일 4발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떨어뜨리겠다며 이른바 괌 포위 사격계획을 밝혔다.

끝을 모르고 치닫는 대치상황과 양 지도자들의 이른바 '말폭탄' 공방을 보면, 당장 내일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적어도 한반도가 아닌 곳에서 이런 공방이 펼쳐졌다면 전쟁 발발의 두려움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해외 언론들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이 방위 문제에 심드렁하다며,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지만 나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시민의 인터뷰를 게재하면서, 한국 밖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비교하였을 때 한국인들의 반응은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하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이러한 극한 대치상태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이유를 수 차례에 걸친 반복학습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휴전상태로 60년을 넘게 지내 오면서 그 동안 한반도는 숱한 전쟁의 발생 위기에 봉착하였었다. 북한이 툭하면 내뱉는 '서울 불바다' 발언은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예전에는 북한의 위협이 있으면 라면 등 비상식량을 미리 구비하여 두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이제는 사재기가 문제되고 있지 않고, 대형마트에서는 8월 들어서 라면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무한 반복되는 북한의 위협이 이제는 지겨워질 정도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우리 반응을 외신에서는 놀랍게 보고 있지만, 위기가 일상화된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고 서글픈 감정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의연함이 안보불감증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개가 짖으면 무시를 하는 것이 상책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물리지 않게 주의는 계속 기울여야 한다. 언젠가는 반복되는 위협 속의 무관심한 평화가 아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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