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
과거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청어를 잡아 수조에 넣어 육지로 데리고 오는 중간에 청어들이 많이 죽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한 어부가 청어보다 덩치가 큰 메기를 수조에 넣자 청어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을 다녔고, 배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이와 같이 강한 경쟁자 덕분에 약한 개체들의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것을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고 한다.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여 단기간 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메기가 되어 금융업 전체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의 교란자에 그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인터넷 은행은 영업점 없이 인터넷과 ATM, 콜센터 등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2016년 12월 케이뱅크(K뱅크)가 금융위원회의 본인가를 받고 2017년 4월 3일 출범해 한국의 첫 인터넷 은행이 되었고, 2017년 7월 27일에는 카카오뱅크가 정식 영업을 시작해 두 번째 인터넷 은행이 됐다.

카카오톡의 활성이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4200만 명으로 국민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닷새 만에 100만 계좌를 확보하고 영업 13일 만에 200만 계좌를 돌파하며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잠재 수요까지 감안하면 금융 판도를 완전히 뒤엎을 힘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또한, 금리나 대출한도 등에서도 시중 은행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어서 최대 한도 1억 5천만원, 최저 연 2.86%의 신용한도(마이너스)대출 등에 매력을 느껴 기존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갈아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카카오뱅크 열풍에 시중 은행들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각종 대출금리, 수수료 인하를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미래 영업전략까지 새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중 은행들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하락하였으며, 예금 금리에서도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2.0%)보다 높은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품을 취사 선택하여 운용할 수 있게 되어, 카카오 뱅크가 청어로 가득 찬 수조 속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 명의만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해 ‘대포통장’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고, 자산건전성의 유지 측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다. 이런 단점을 예방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청어를 살리는 메기가 아니라 생태계 교란종인 베스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촉발된 서비스 경쟁을 통하여 국내 금융업계의 효율성과 건전성이 제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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