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49811 판결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예선업체로서 정기용선자인 T의 의뢰를 받고 라이베리아 선박인 A호에 대하여 예선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위 선박의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정기용선자는 “필요품” 등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피고는 예선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위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선박이 압류가 되자, 선박소유자인 원고는 임의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하면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다. 원고는 라이베리아법 제114조 제3항에 의하면 물품공급자가 용선계약상의 계약조항이나 선박 매매계약상 합의 또는 다른 이유를 통하여 선박에 물품공급을 주문한 자가 선박을 기속할 권한을 가지지 아니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합리적인 조사를 통하여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본 조항에 따른 우선특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공급자의 조사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피고는, 라이베리아법은 미국의 일반해상법을 준용하도록 되어있는데 현재의 미국해상법에는 위 조항이 삭제되어 있으므로 위 조항을 들어 공급자의 조사의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피고의 선박우선특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3. 라이베리아국 해상법과 미국의 해상 판례법 내용

가.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는 선박우선특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히 그 제3항에서는 ‘물품공급자가 용선계약상의 계약조항이나 선박 매매계약상 합의 또는 다른 이유를 통하여 선박에 물품공급을 주문한 자가 선박을 기속할 권한을 가지지 아니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합리적인 조사를 통하여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본 조항에 따른 우선특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공급자의 조사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나.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1항 내지 제3항은 1910년부터 1971년까지
유효하였던 미국 연방해상법 제46편 (이하 ‘미국 연방해상법’이라 한다) 제971조 내지 제973조와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었는데, 1971년 미국 연방해상법이 개정되면서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과 동일한 내용의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 (이하 ‘구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라 한다)는 삭제되었다. 반면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은 삭제되거나 수정됨이 없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30조는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의 다른 규정과 충돌하지
아니하는 한 성문화되지 아니한 미국 일반 해상법(the non-statutory General Maritime Law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을 준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라. 구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가 정한 ‘합리적인 조사의 이행’과 관련하여, 미
국 연방대법원은 공급자에게는 주문자가 선박에 우선특권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할 의무가 있으므로 용선계약에서 용선자는 선박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약정한 경우에는 공급자가 그러한 담보금지조항의 존재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더라도 이를 조사하지 아니한 이상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후 미국법원은 이와 같은 해석 태도를 일관하여 유지하였다. 그러나 1971년 미국 연방해상법 개정 이후 미국법원은 공급자에게 이러한 조사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견해를 변경하였다.

4. 대법원 판결요지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상으로 미국의 해상 판례법은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의 해석에 관한 중요한 법원(法源)이 되는데, 구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가 삭제됨으로써 공급자에게 조사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1971년 이후의 미국법원의 판례를 적용한다면 이는 현행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의 조문 내용과 부합하지 아니하고 그 조항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게 되므로, 위 조항을 해석할 때 구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가 존속하고 있을 당시의 이에 관한 미국법원의 판례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것이다. 즉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에 따르면,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물품이나 용역의 공급자는 선박의 용선 여부 및 용선자에게 선박을 기속할 권한이 있는지를 질문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고, 공급자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면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5. 평석

가.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에 관한 특정한 법정채권에 관하여 선박관련 채권자가 당해 선박과 부속물 등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특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정담보물권이다. 그런데 섭외적 요소가 있는 외국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 특권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법에 대하여 정할 필요가 있는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는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은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선박은 선적국이 라이베리아이므로 이 사건의 선박우선특권과 관련하여 공급자에게 조사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는 라이베리아 해상법에 따라야 하는바 라이베리아 해상법의 해석이 문제된다.

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 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송 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나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판결 등 참조).

다.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는 선박우선특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특히 그 제3항에서는 ‘물품공급자가 용선계약상의 계약조항이나 선박 매매계약상 합의 또는 다른 이유를 통하여 선박에 물품공급을 주문한 자가 선박을 기속할 권한을 가지지 아니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합리적인 조사를 통하여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본 조항에 따른 우선특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공급자의 조사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라이베리아국 해상법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미국 연방해상법은 1971년 개정되면서 라이베리아국 해상법과 동일한 내용의 제973조가 삭제되었고, 위 조항의 ‘합리적인 조사의 이행’과 관련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급자에게는 주문자가 선박에 우선특권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할 의무가 있으므로 용선계약에서 용선자는 선박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고 약정한 경우에는 공급자가 이를 조사하지 아니한 이상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공급자에게 이러한 조사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시하였으나,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114조 제3항은 종전 규정을 삭제되거나 수정됨이 없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라. 라이베리아국 해상법 제30조는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의 다른 규정과 충돌하지
아니하는 한 성문화되지 아니한 미국 일반 해상법을 준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바, 결국 이 사건에서는 미국 해상법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종전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준용규정에 따라 변경된 미국 법원의 판례에 따라야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구 미국 연방 해상법 제973조가 존속하고 있을 당시의 이에 관한 미국법원의 판례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보고,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물품이나 용역의 공급자는 선박의 용선 여부 및 용선자에게 선박을 기속할 권한이 있는지를 질문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고, 공급자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면 선박우선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마.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에 명문으로 ‘합리적인 조사의 이행’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미국의 변경된 판례는 현행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에 반하여 라이베리아국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의 규정과 충돌하므로 성문화되지 아니한 미국 일반 해상법을 준용하지 않고 라이베리아국 해상법의 규정에 따라 공급자에게 조사의무가 있다고 본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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