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사들간 주도권 경쟁 다시 치킨게임으로 가나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국면은 ‘신조투자’에서 ‘M&A(인수합병)을 통한 몸집경쟁’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의 APL 인수와 중국 COSCO와 차이나쉬핑의 합병에서 부터 머스크의 함부르크 수두 인수, COSCO의 OOCL 인수, 그리고 일본 중핵 3사 NYK, MOL, K-Line의 컨테이너사업 통합(ONE)까지 업계 20위권 이내 선사들이 합종연횡하면서 10위권내 선사들의 선대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을 뿐더러 상위선사와 나머지 선사들의 선대 규모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형 선사들은 공격적인 신조 투자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대형선 신규 계약은 작년이후 크게 감소했다. 특히 1만5000TEU급 이상은 올해 6월말 클락슨 발표 성약 기준으로 1척도 집계되지 않았다.
M&A를 통해 대형화된 상위선사들이 양대 얼라이언스 구조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장은 일정 수준 힘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세계 1, 2위 선사의 전략적 제휴로 시장을 압도했던 2M에 맞서 오션 얼라이언스가 급성장해 양대 얼라이언스 규모가 대등한 수준이 됐다. 또 얼라이언스 내 개별 선사별 규모도 서로 견줄만한 수준으로 커지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펴늘 압도해 시장을 선도하기 어려워 졌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이슈 리포트 “양강체제를 향한 머스크의 손짓”에서 예상한 것처엄 양강체제를 형성한 2M과 오션 얼라이언스는 경쟁적인 대규모 투자가 야기한 공급과잉으로 스스로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잠시 휴전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으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대형 선사들이 다소 약화된 경쟁인 M&A를 통해 양강체제를 수립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전략에서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선사들의 경쟁전략 변경이 선복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때만침 수요가 증가세로 접어들면서 해운시황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운 물동량과 운임은 전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고 주요 선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 라인은 올해 2분기 3.8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시현, 5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CMA CGM, COSCO, 에버그린 등 상윗 대부분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컨테이너사업부 통합을 진행중인 일본 선사들도 올해 4~6월 시즌(일본 회계년도 기준 2017년 1분기)에는 전년대비 확연히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NYK, K-Line의 컨테이너 사업부는 흑자전환했으며 MOL의 컨테이너 사업부는 여전히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나 전년대비로는 개선됐다. 현대상선의 경우에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지만 적자폭은 줄어들었다.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는 해운시장이 장기간의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빠른 해운 수요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뉴 노멀이라 일컬어지는 저성장과 GDP 승수의 하락은 컨테이너 해운수요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공급측면의 개선, 즉 선복량 감축없이는 수급균형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공급측면에는 여전히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인도 예정인 다수의 초대형 선박(1만8000TEU급 이상)은 지속적인 공급 부담으로 남아 있다. 시장 회복 움직임에 따른 신규 선박 발주의 증가, 폐선 감소, 저속운항 중단 등 잠재적인 공급 이슈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선사들이 신조 발주에 나서고 폐선이 감소해 선복 증가세가 가속화된다면 지금 나타나는 시황 회복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점 싲ㅇ에서 초과이윤의 균형은 불안정하다. 지난 치킨게임의 경험과 각사의 재무적인 여건, 그리고 암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략적 시그널들을 살펴보면 당분간 불안하지만 상호 우호적인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본인의 이익을 극대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되면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경쟁이 촉발돼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중국의 해운 패권주의가 그 트리거가 될 수 있다.
COSCO의 공격적인 행보는 새로운 치킨게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 쉬핑 합병과 OOCL 인수로 단숨에 세계 3위로 도약한 COSCO는 최근 2만1000TEU급 8척 등 총 17.8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발주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연장선에서 자국 해상물동량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COSCO의 움직임에 가장 빨리 반응한 것은 같은 얼라이언스의 CMA CGM이다. 얼라이언스내 주도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더 나아가 2M의 MSC도 발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머스크가 주도했던 해운시장의 경쟁이 COSCO로 인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 시점은 한국의 컨테이너선사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 해운업의 재도약을 위해선 미주시장 영업망 강화, IT를 통한 서비스 강화, 얼라이언스 결합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재무건정성 강화를 위해 차입구조의 장기화와 수익성 개선도 시급하다. 해외 화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장기적인 재무비율 목표와 신용등급 관리도 중요하다. 경기 회복기에 적시 투자를 통한 성장과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해운 사이클과 시황 변화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강화 등 재무적 기초를 다지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한기평의 지적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이후 국내 제 1위 선사로서의 위상에 맞는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선대 확장을 통해 대형 선사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형선사로서 사업적 지위를 매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이를 위해선 아시아와 미주 시장내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얼라이언스 내 역할과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정상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만 한다. 머스크도, 일본선사들도 대규모 구조조정 시행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SM상선의 경우 새롭게 시장에 진입해 빠른 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아울러 재무 목표를 세우고 건전성을 수시로 점검해 향후 전개 가능한 경쟁 재점화와 시황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한국기업평가측은 밝혔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