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빵을 사러 제과점에 들르면 하얀 옷을 입고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를 만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 분들은 본사에서 보낸 분들인가 아니면 각 가맹점에서 알아서 채용한 사람들인가 궁금했다. 전국 가맹점에서 똑같은 빵을 만드니 본사 소속인 것 같기도 하고, 각 가맹점에서만 일하므로 가맹점 소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들은 형식상 본사에도 가맹점에도 고용돼 있지 않았고, 가맹점과 업무협정을 맺은 11개 협력업체 소속이었음이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1일 대형 제과점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5378명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형 제과점의 본사는 그 동안 파견업체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출퇴근 시간 관리를 비롯해 업무 전반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해 왔는데, 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파견법)' 위반인 만큼 이들을 직접 고용해 가맹점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과점 본사는 협력업체 11곳의 제빵기사 채용•임금•승진 등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해주고, 협력업체들은 제빵기사들의 근태 관련 전산기록을 임의로 조작해 110억원이 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변칙고용’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평가받았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제과점 본사의 연 약 600억 원 가량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기게 되고, 그 비용은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결국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이와 같은 처분을 질타하기도 하였다. 계약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넘어선 행정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며, 가맹점 사업의 특수성을 도외시하고 모두 불법파견으로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해당 제과점 본사도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고, 지난 달 31일에는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과징금 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법원은 이달 29일까지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 문제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 운명이 갈리게 되었다. 최종적인 판단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그 사이에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현재의 싸움은 제과점 본사와 고용노동부가 벌이고 있으나, 문제의 발단인 수천명에 달하는 제빵기사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해야 할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빵에 이미 제빵기사들의 눈물이 담겼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제빵기사들이 근로를 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눈물에 젖지 않은 빵, 신이 나서 만드는 빵은 좀 더 맛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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