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 관리 협약 실시 제약요인 및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KMI 중국리포트는 싱지청 해운시장 및 선박건조분야 전문가의 연구자료를 인용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2017년 해운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규제는 IMO의 ‘선박평형수 및 침전물 관리를 위한 국제협약(이하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라 할 수 있다. 선박평형수의 배출에 따른 외래 수중생물이 항만 인근의 해양 생태환경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IMO는 2004년 2월 13일에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채택했다. 규정에 따르면, 규제가 정식으로 실시되면 모든 협약적용 대상 선박이 배출하는 평형수는 반드시 D-2 배출기준에 따라야 한다. 기술적 측면으로 봤을 때, 승인을 받은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IMO의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2016년 9월 8일 IMO 상주대표 Palvi Luostainen 주영 핀란드 대사가 정식으로 IMO 임기택 사무총장에게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비준서를 제출한 것을 기점으로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실시가 확정되었다1). 당시 협약에서 규정한 스케줄에 따르면 모든 적용 대상선박은 반드시 2017년 9월 8일 이후 도래하는 첫 번째 IOPP(International Oil Pollution Prevention Certificate) 정기검사 시 인증을 거친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9월 9일에 건조된 선박의 경우 IMO에서 규정한 해당 선박의 첫번째 IOPP 갱신 데드라인은 2017년 9월 8일이고, 이는 협약 실행 첫 날이 곧 해당 선박이 인증된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마지막 날인 것이다. 따라서 1997년, 2002년, 2007년, 2012년 9월 8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건조된 선박은 모두 협약 실시 이후 단기간 내에 반드시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실행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국제해운시장에 있어서는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판매되는 평형수처리장치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많은 선주 특히 고령선박의 선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1997년 건조된 5만 톤급 벌크선을 예로 들면 평형수처리장치 구매와 설치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동 선박의 해체시장 판매가격에 버금간다. 지속적인 선박 공급 과잉 상황에서 선주들은 자연스럽게 신규장치의 구매와 설치를 꺼리게 된다.

그러나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국제협약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 이때 선주는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선박을 주문해야 하고 이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평형수처리장치 설치로 인한 선박운영비용 증가가 선주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많은 선박 특히 고령선박은 선상공간, 전원용량, 선체구조등 한계로 인해 근본적으로 평형수처리장치 설치가 불가능하다. 현재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대부분 평형수처리장치는 부피가 매우 큰데 반해 선박은 일반적으로 충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전에 여유 공간을 남겨두지 않으면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갑판면적이 비교적 큰 벌크선이나 탱커선은 평형수처리장치를 갑판 위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선박용 압축펌프의 출력이 제한됐기 때문에 형심(型深, moulded depth)이 큰 대형선박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추가로 펌프를 투입해 평형수를 갑판 위로 끌어올려 처리한 뒤 다시 배출하여야 한다. 엔진룸과 갑판공간이 모두 제한적인 컨테이너선, 케미컬선, LPG 및 LNG선의 경우 건조단계에 평형수처리장치 여유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다면 개조를 통한 설비 증설이 어렵다.

선상 발전기의 용량 또한 평형수처리장치 설치의 제약조건이 될 수 있다. 평형수처리장치는 지속적인 작동이 필요하고 이는 추가적인 전기를 필요하게 된다. 만약 선박 발전기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평형수처리장치 설치 시에 발전기에 대한 용량확대 개조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발전기 개조는 선주에게 추가 비용을 초래하는 동시에 선상 설비 배치를 더욱 어렵게 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발전기 용량 확대에 필요한 공간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 공간보다 더 큰 편이다.
따라서 평형수처리장치만 설치하는 것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비용도 증가한다. 따라서 발전기 용량이 부족한 선박은 향후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체구조의 강도 또한 선박이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선박이 화물을 선적·하역할 시, 특히 빠른 속도로 선적·하역작업을 진행 시 평형수위 조절을 통해 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고 작업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한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적재량이 클수록 선적·하역과정에서의 평형수위 조절에 대한 요구가 높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평형수처리장치의 처리속도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평형수위 조절에서 병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벌크선, 탱커선 등 선박의 선주는 평형수처리장치 선택 시 선상공간과 발전기 용량 등 요소 외에도 평형수처리장치의 처리속도가 화물 선적·하역 시 선박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만약 선체구조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반드시 선적·하역 속도를 낮추는 방법을 통해 선박 안전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이는 선박의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많은 선주들이 평형수처리장치 설치 과정에서 기술적,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평형수관리협약의 실시는 해운업계 내부에서의 한 차례 구조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협약 실시 이후 15년 이상의 고령선박과 2000년 대 초반 선박 주문 피크시기에 건조된 낮은 기준의 선박은 모두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처해 있다. 시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자금이 부족해 개조하기 어려운 선주들은 선박을 예전보다 앞당겨 해체하거나 국내 운항 혹은 운항정지를 해야 한다. 이는 공급과잉인 국제 해운시장에서 일부 공급을 줄여 공급과 수요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평형수관리협약이 국제 해운시장에 주는 호재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세계 해운관련 환경보호규제가 점차 엄격해지는 추세에 따라 2000년대 초반 대량으로 건조된 선박의 배출가스, 에너지 소모 등 지표가 환경 보호규제의 요구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 엔진 개조는 평형수처리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한 선주들은 평형수처리장치를 추가하기보다는 아예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신조해 미래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현재 조선업계의 설계 이념 및 기술도 20년 전과 크게 바뀌어 동일한 크기의 선박이더라도 과거에 비해 적재능력이 크게 증가했다. 비슷한 크기의 선박인 경우 탱커선의 적재능력은 5%, 벌크선은 8%, 컨테이너선은 평균 21% 증가하였다. 현재 선박의 건조주기는 약 2년인 점을 감안하면 평형수관리협약이 해운시장에 가져다주는 호재는 향후 4∼5년 내 신형선박의 투입과 함께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평형수관리협약의 실행은 향후 국내 및 역내 간 항로에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상공간, 발전기 용량 및 선체구조 등에 선천적인 결함이 존재해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할 수 없는 선박들 중에서 선령이 높지 않고 크기가 국내 및 역내 단거리 항로에서의 운항이 적합하다면 향후 이러한 시장으로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7만 DWT 이하의 벌크선, 3,500TEU이하 컨테이너선, 대부분 잡화선, 정유운반선, 화학제품운반선, 소형 LNG선 등은 모두 국내 혹은 역내 해운시장으로 옮겨올 수 있으며, 해당 시장의 공급과잉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적인 평형수처리장치 설치 문제에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2017년 7월 3일에 개최된 IMO 제7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노르웨이는 브라질, 인도, 라이베리아, 영국 등과 함께 평형수처리장치 의무화 설치 연기를 제안했으며, 대다수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연기가 결정됐다. 결정 내용은 2017년 9월 8일 이후 건조된 선박은 인도일로부터 즉시 D-2표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2017년 9월 8일 전에 건조된 기존 선박은 2019년 9월 8일 이후의 첫 번째 IOPP 정기점사 시 D-2기준에 도달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 선박의 평형수처리장치 의무 설치 기간이 추가로 2년 연기됐음을 의미한다.
2017년 9월 8일 이후 곧바로 IOPP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선박에 있어서는 큰 호재라고 할 수 있다. IMO의 기존 스케줄에 따르면 협약 적용 선박은 2017년 9월 8일 이후의 첫 번째 IOPP 정기검사 시 반드시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2012년 12월 8일에 건조된 선박을 예로 들면 IOPP 정기검사 기간은 2017년 9월 9일부터 12월 8일까지다. 만약 기존 스케줄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반드시 2017년 12월 8일 이전에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그러나 의무화 연기 결정에 따라 해당 선박의 2019년 9월 8일 이후의 첫 번째 IOPP 정기검사 기한은 2022년 12월 8일이고 이는 평형수처리장치를 기존보다 5년 유예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제7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의 나온 연기 결정은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 발효된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기술적, 경제적인 제약으로 인해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할 수 없는 선박은 여전히 점차 국내 혹은 역내항로로 전환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형수관리협약은 국제 해운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의무화 설치 연기로 인해 기존에 비해 그 진행 과정이 좀 더 유연하고 완만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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