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현 교수
충남 태안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지난 7일로 만 10년이 지났다. 닻을 놓고 있던 유조선이 바지선에 부딪혀 파공된 부분으로 기름이 유출, 광범위한 해안이 오염되면서 보상 및 배상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별법까지 제정된 어민들의 피해배상 및 보상은 올 들어서야 거의 완료됐다. 장장 10년이 걸린 것이다.

사고 초기엔 배상 및 보상과 관련해 두 가지 쟁점이 문제가 됐다. 하나는 피해자들이 충분한 배상 및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였다. 선박 소유자는 책임제한제도에 따라 일정한 부분(약 1868억원)만 책임을 부담하고, 국제유류오염기금(이하 국제기금)에서 추가적인 보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고 당시 피해액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가 가입한 국제기금의 최고 보상액은 3210억원(선주책임제한액 포함) 정도였다. 이에 7000억원 정도는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사정에 이르자 특별법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었다.

그후 국내 법원의 판결에 의해 인정된 보상 가능한 주민 피해액은 약 3808억원(총 4324억원)으로 확정됐다. 국제기금의 보상한도를 넘어서는 손해는 특별법으로 처리됐다. 사고 후 우리나라는 2010년 추가기금에 가입해 1조2000억원까지 보상받게 됐기 때문에 이제는 대형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는 특별법에 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다른 하나는 신속한 보상의 문제였다. 손해에 대한 사정 및 피해자의 손해 입증의 문제가 있으므로 보상절차가 길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손해 사정이 쉽지 않다. 손해 사정이 문제되면 런던에 있는 국제기금의 집행이사회에서 결정이 나거나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가려진다. 유류오염사고 시 손해사정에 분쟁이 생기면 종결까지 통상 5~10년의 지루한 절차가 진행된다.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은 캐나다의 예를 따른 국내기금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국내유류오염손해보상 기금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제도하에서 피해자는 우리나라 기금에 직접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국내 기금은 피해에 대한 사정을 신속하게 처리해 보상하고 난 다음 어민들의 선박 소유자나 국제기금에 대한 청구권을 대위해 그들에게 구상청구를 하게 된다. 피해자의 피해보상은 선박 소유자의 책임제한제도나 국제기금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한결 단순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여러 오염사고 시 문제가 된 것은 손해의 입증부분이었다. 우리나라 어민들은 어획물의 판매 등 수입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남길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손해사정 시 국제기금과 마찰의 대상이 됐다. 청구액의 10~20% 정도만 보상가능한 손해로 인정되는 실정이다. 국내 기금이 설치되면 해안가의 마을 몇 개를 선정해 손해사정인이 1년간 기거하면서 실제 어민들의 수입원을 파악하고 기록해 장차의 입증자료로 남기도록 해야 한다. 이웃에서 발생한 사고에도 표본이 된 마을의 수입액을 유추 적용해 피해액을 입증하면 된다.

2007년 유류오염사고 이후 우리가 충분한 보상체제를 갖춘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신속한 보상체제는 완비되지 않았다. 피해보상지원단의 10년 노하우를 살려 국내 기금을 만들어 유류오염사고 시 완벽한 배상 및 보상체제를 구축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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