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수 석좌교수
현시점에서 호황이라는 단어는 너무 앞서나간 감이 없진 않지만 해운의 경영이나 정부정책의 방향 설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지속되었던 해운의 불황이 최근에 운임지수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건화물선 운임지수가 2017년에 평균 1200포인트 정도가 예상되어 이는 전년대비 2배에 달하는 회복세이다. 물론 2008년 여름까지 1만 포인트 이상 달하였던 BDI를 생각하면 미비한 회복세일 수 있지만 문제는 방향성이다 분명히 회복세로 들어섰다. 이는 공급측면에서 그동안 해운불황 지속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선사들이 신규선박 발주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큰 폭의 시황회복이 없이는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는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금년도 건화물선 운임지수는 년 평균 1384포인트 정도가 예상되어 작년대비 25.7%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황도 작년에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2017년도 컨테이너 정기선 운임지수는 전년 대비 약 1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3년간에 걸쳐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의 M&A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특히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상위 10개 컨테이너 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2000년 대비 2배 증가한 77%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거대선사들의 연합인 얼라이언스들이 과거의 4개에서 3개로 줄어들면서 시장의 안정화와 대 화주 협상력에서 강화된 입장이 되어 과거의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일정한 합리적인 운임수준의 유지에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측면에서의 변화 뿐만 아니라 수요측면에서도 2017년 세계경제는 3.6% 성장할 것으로 판단 되고 세계 교역량도 2016년 2.4%에서 2017년 4.2%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특이한 변화는 과거 세계경제가 1% 성장할 때 교역량은 3%이상 늘어났지만 지난 10년 사이 그 비율이 점점 감소하여 현재는 1.3%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교역상품이 점점 경박단소화 하고 있으며 물류비의 감축노력으로 부품생산기지를 근거리화 하거나 교역장벽 때문에 생산거점을 미국등 소비지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금년에도 더욱 강화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정책이 될 것이다. 2019년 9월부터는 선박이 공선시 균형을 위해 주입하는 해수의 선적항에서의 배출에 따른 해양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위한 평형수 배출 처리설비 설치를 강제화하는 규제가 발효 될 것이다. 2019년 9월 이후는 모든 선박이 의무적으로 평형수 처리설비를 설치하여야 하며 설치비용은 60만 달러 정도이지만 노후선의 경우 설치비용과 유지비용이 부담이 될 것이다.
평형수 규제 이외에도 EU와 미국의 강력한 압력으로 황산배출규제(SOx)를 기존의 함유량 3.5%에서 0.5%까지 감축하는 규제를 2020년부터 시행하려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선사들은 기존선박에 탈유황설비(Scrubber)를 설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저유황연료를 사용하지않으면 안 된다. 탈유황설비장치도 150만불에 달하며 설비에 필요한 공간 상실과 이를 유지 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일한 대안인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경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벙커C유에 비해 30%이상 가격이 높으며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수요에 따라 어떤 고가격이 형성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인 요구에 의해 탄산가스(CO2)의 배출도 2021년 이후 규제될 전망이어서 해운에는 또 다른 도전과 위기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고질적이 선복과잉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해운이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해운업은 그 특성상 모험적 요소가 많으며 불황 시에 선박구입과 신조를 통한 선제적 투자가 절대로 필요한 업종이다. 기업가의 창의력과 진취성, 모험성이 발휘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장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KMI등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선사들의 경험과 시장감각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범 해운업 차원의 Task Force 팀이 구성되어 향후 시황전망과 단계별 투자전략을 만들어내어 논리적이고 타당성있는 설득으로 금융기관들을 설득하여야한다.

컨테이너 정기선의 경우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현대상선은 2만2000 TEU 급 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의 건조를 발주하려하고 있다.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에 의해 주요항로가 선복과잉 상태이지만 대형선 시대를 시작한 머스크해운이 우리 대우조선에 20척의 18000TEU를 건조한 것이 2010년 부터이기 때문에 우리가 신조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연료효율에서나 환경 친화적인 설비에 있어서 10%이상의 우월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어려운 조선업을 재건 시킬 수 있는 마중물 노릇을 할수 있는 일감을 우리 해운기업이 만들어 줄 수 있다.
우리 해운기업들이 이러한 경제성과 환경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범국가적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한다. 금융지원에서 가장 긴요한 것은 일반 상업은행들의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이다. 호황에는 무리하게 선박 및 해운투자를 독려하고 불황시에는 무리하게 LTV를 적용하여 전체 금융대출의 한도를 줄여 건전한 해운기업들도 도산위기에 몰아넣는 일은 반드시 시정 되어야한다. 현재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도 부정적인 금융기관에게 해운의 황금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득에 매진하여야한다. 전통적 해운강국인 유럽선주들도 그동안 장기간에 걸친 해운불황에 금융기관의 설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한국이나 중국의 조선소금융을 타진하고 있다. 한진파산 이후 한국해운 중흥을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하는 정부당국이 우리나라 해운에게 주어진 이번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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