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타인의 성추문에서 시작된 외국의 미투운동은 주로 권력을 가진 남성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비교적 약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여성들이 SNS에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서, 동일한 처지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주된 형태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양상과는 다소 다르게,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달 29일 JTBC에 출연하여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피해 사실을 폭로하였고, 이를 계기로 사회 각층의 미투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지현 검사의 고백이 이슈가 된 이후, 항공사 회장이 소속 여성 승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내용이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에 올라 오는가 하면, 여당의 여성 국회의원은 법조인 초년병 시절 선배 법조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 동안 피해자들이 감추어 오던 성범죄 피해에 대한 폭로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 피해사실 중 오래된 것은 10년 이전의 것도 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왜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폭로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미투운동에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은가 의심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수치심이 다칠 것을 각오해야 하는 점, 특히 근래 문제되는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에는 이를 드러내고 공론화 시킬 경우 인사 불이익 등 사회적인 2차 피해까지 감내해야 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예전의 일을 꺼낸다는 것만으로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사실의 정확성을 의심하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폭로에 기대어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는 '미투운동'은 여성들이 자기가 당한 피해를 고백하는 데에 얼마나 겁먹고 억압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가해자가 자신의 사회적인 성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인 경우에는 2차적 피해가 두려워 자신이 입은 피해를 더욱 더 숨겨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해자는 부적절한 행위를 해도 아무런 직접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성폭력을 계속 지속해 왔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이런 관행적 성폭력은 사라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