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1다81190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06. 1. 23. 주식회사 T상선과 사이에 T상선 소유의 선박에 관하여, 선체 및 기관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협회선박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Hull- 1/10/83)]’을 적용하는 내용의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한 선박보험자이고, 피고는 2006. 2. 27. T상선과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의 운항과 관련하여 발생한 난파물 제거(Wreck Removal) 의무 등 선주인 T상선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보상하는 내용의 선주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책임보험자이다.

나. 이 사건 선박은 2006. 3. 9. 중국 단동항에서 화물을 선적한 후 출항하던 도중 과거에 침몰한 난파선과 선수 하단 부분을 부딪쳐 침몰하는 사고를 당하였고, 이에 중국 단동 해사국(MSA, Maritime Safety Administration)은 이 사건 선박의 침몰로 인하여 다른 선박의 안전 운항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2006. 3. 14. T상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강제인양결정을 통보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수중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선박의 예상 수리비를 추정하고, 중국 현지 구조업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일단 이 사건 사고를 분손 사고로 보아 구조비 상당액을 원고가 손해방지비용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이 사건 선박의 구조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이 사건 선박을 정상적으로 구조한 후 선박 수리업체로부터 제시 받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수리비 견적과 이미 지출한 구조비의 합계가 보험금액을 초과하여 이 사건 사고가 전손 사고로 처리될 경우에 대비하여 2006. 4. 24. 피고에게 전손 사고로 처리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비를 난파물 제거 비용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라. T상선은 2006. 4. 28. 원고가 협의를 진행했던 상해청공과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단동 해사국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 구조작업 허가를 받아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화물제거작업에 착수하였다. 상해청공은 2006. 9. 6.경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화물제거작업을 대부분 완료하고 이 사건 선박 인양을 위한 바로 세우기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2006. 10. 13.경 기상 악화 및 장비 부족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중단하였다.
마. T상선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약 8개월 동안 진행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이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구조작업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음을 이유로 2006. 11. 13.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위부를 통지하면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전손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T상선의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위부를 구두로 거절하였다.

바. 원고는 2006. 12. 11.경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손해사정인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추정전손으로 처리하여 T상선에게 추정전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정산서를 제출 받자, 2006. 12. 15. T상선의 요구에 따라 추정전손 보험금을 지급하고, 같은 날 T상선으로부터 “T상선은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T상선의 권리, 소유권 및 이익과 구조로 인한 것이든 또는 다른 사유로 인한 것이든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T상선의 명의로 T상선에게 지급되거나 T상선이 구상할 수 있는 일체의 금전에 대한 모든 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 및 이전한다”는 내용의 대위증서를 교부받았다.

사. 피고는 2007. 1. 22. 원고에게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정상적인 구조 이전에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추정전손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2006. 12. 15. T상선에게 전손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T상선으로부터 대위증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박의 인양이 지연되게 되면 인양 후 선박의 가액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인양비용도 증가하게 되므로 이 사건 선박의 인양 여부 및 추진계획에 대하여 원고의 입장을 알려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고, 원고는 2007. 5. 10. T상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 재개 일정을 통보하였다.

아. 한편 원고는 T상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62조 제5항에 따르면 보험자는 서면 또는 구두로의 형태로 위부 승낙 여부를 표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T상선의 2006. 11. 13.자 위부 통지에 대하여 원고는 이미 구두로 본선을 대위하여 구조작업 등을 진행할 것임을 협의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T상선으로부터 대위증서를 접수한 바 있으며, 원고는 T상선의 위부 통지에 대하여 이미 위부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자. 원고는 2007. 6. 20. T상선 및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 일정을 다시 통보하고 2007. 7.경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하였으나, 2007. 10.경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중단하였다. 이후 원고는 2008. 5. 7. T상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비 및 예상 수리비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더 이상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대위권 행사의 포기를 통보하였다.

차. 중국 단동 해사국은 2008. 7. 4. T상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강제인양 결정의 불이행 사실을 알리면서 2008. 7. 12. 이전까지 중국 단동 해사국에 580만 달러의 보증금 또는 담보금을 제공하라는 내용의 해사행정강제집행서를 송부하였고, T상선은 2008. 8. 29. 중국 단동 해사국과 사이에, T상선이 난파물 제거 비용으로 150만 달러를 부담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으며, 피고는 2008. 8. 29. 중국 랴오닝성 해사국의 은행계좌로 150만 달러를 입금하였다.

카. 원고는, 원고가 T상선의 2006. 11. 13.자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위부 통지를 구두로 거절한 상태에서 2006. 12. 15. 이 사건 선박에 대해 추정전손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여 T상선에게 전손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이 사건 선박의 잔존물에 대한 T상선의 권리를 대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계속 진행한 것일 뿐 이 사건 선박에 대한 T상선의 위부를 승인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선박의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금 기타 일체의 금전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본소에 의하여 위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1906)상 위부는 보험의 목적이 전부 손실된 것과 같이 볼 수 있는 일정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금액 전부를보상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피보험자가 보험의 목적에 잔존하는 자기의 일체의 이익을 보험자에게 이전하는 것으로,이에 대한 위부의 승인은 보험자의 행위에 의하여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으나,보험자의 묵시적 승인은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증명되어야 한다.그리고 영국 해상보험법의 법리와 관습에 의하면,위부의 통지를 받은보험자가 구조작업에 착수했다고 해서 이것이 위부의 승인으로 해석되지 않으며 반대로 피보험자가 구조작업에 착수했다고 해서 위부의 포기로 해석되지 않는다.

4. 평석

가. 상법 제710조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자기의 선박 또는 적하의 점유를 상실하여 이를 회복할 가능성이 없거나 회복하기 위한 비용이 회복하였을 때의 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될 경우, 선박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이를 수선하기 위한 비용이 수선하였을 때의 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될 경우, 그리고 적하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서 이를 수선하기 위한 비용과 그 적하를 목적지까지 운송하기 위한 비용과의 합계액이 도착하는 때의 적하의 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될 경우에 피보험자는 보험의 목적을 보험자에게 위부하고 보험금액의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를 보험위부라 한다.

나. 보험위부가 인정되면 현실적으로 전손이 아닌데도 추정전손이 인정되어 피보험자는 손해발생 사실이나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증명을 하지 않더라도 보험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고, 보험자는 위부로 인하여 그 보험의 목적에 관한 피보험자의 모든 권리를 취득한다. 우리 상법상 보험위부는 피보험자의 단독행위이므로 보험자의 승인은 위부의 요건이 아니나 보험자가 위부를 승인한 후에는 그 위부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못한다(상법 제716조). 한편 이 사건 선박보험계약에는 ‘협회선박기간약관’이 적용되었고, 위 약관의 전문은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This insurance is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라고 규정하여 이 사건 선박보험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 되는데,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은 보험위부와 관련하여, 제62조 제5항에서 '위부의 승인은 명시적으로 또는 보험자의 행위에 의하여 묵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위부의 통지 후의 보험자의 단순한 침묵은 승인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바,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T상선에 전손보험금을 지급한 이후에 T상선을 대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이 영국 해상보험법상 위부의 묵시적 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위부 승인에 대하여 명백히 거절의사를 표시한 점, 영국 해상보험법 제79조 제1항 후단에 의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추정전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피보험자를 대위할 수 있는 권리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은 대인적 권리에 국한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T상선에 의하여 체결된 구조계약이 유지되었고 그 계약상 구조된 선박이 T상선에 반선되기로 규정되어 있는 점, 원고가 대위권에 기하여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은 선박 잔존물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행사라기보다 T상선의 구조업자에 대한 구조계약상의권리를 대위 행사하고 구조업자에 대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구조 결과 취득하는 이익이란 T상선이 법률상 매각 내지 처분의 주체가 되어 매수인 등에 대하여 가지는 청구권을 보험금 지급 범위 내에서 원고가 대위 행사하여 얻는 이익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근거로 원고가 T상선의 위부통지를 거절한 후 T상선에 전손보험금을 지급하고 T상선을 대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이 영국 해상보험법상 위부의 묵시적 승인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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