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현 고려대 교수
해운업에는 부정기선 운항과 정기선 운항이 있다. 정기선 운항은 일정한 항구를 일정한 요일에 기항하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컨테이너선박을 이용한 운송이 대표적이다. 국적 정기선사는 우리나라 화주들을 위한 고속도로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작년 한진해운의 파산이후 우리나라 외항정기선사는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년들어 우리 외항정기선사를 살리기 위해선 대형컨테이너 선박 10여척을 건조해야 한다거나, 우리 정기선사에 싣는 우리나라 화물의 적취율을 50%로 올려야한다, 혹은 두 개의 정기선사를 하나라 합쳐야한다는 등 주장들이 대두되고 있다. 첫 번째의 주장은 우리 정기선사가 외국의 외항정기선사들과 경쟁하기 위하여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 40만TEU 밖에는 되지 않는다. 해운동맹유사체제인 얼라이언스(Alliance)에 가입하기 위해선 최소한 70만TEU는 되어야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한다. 두 번째의 주장은 우리 국적 선대의 규모가 늘어나도 실어 나를 화물이 없어 빈 배로 다녀서는 소용이 없기 때문에 우리 화주들이 외국선사에 짐을 싣지 말고 우리 선사에 싣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의 주장은 두 개 선사를 하나로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은 모두 이상적이지만 선사 혼자만의 노력이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화주, 금융권, 혹은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우리 선사끼리 경쟁력을 높여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 방법부터 취하여보아야 할 것이다. 공동운항으로 비효율을 최대한 줄여서 경쟁력을 가지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미국 서부에 A선사가 한척, B선사가 한척 총 두척이 동일한 일자에 정기선운항을 실시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화물이 많지 않아서 선복의 50%만 싣고 항해를 한다. 아무리 해도 화물이 늘어나지 않는다. 이제 두 선사가 힘을 합쳐서 한척만을 미국 서부에 투입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이제 A 선사의 한척의 선박에는 과거 두척의 선박에 50%씩 실렸던 화물이 가득 실린다. 그런 다음 두 회사는 미국동부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여 B선사의 한척의 선박을 여기에 투입한다. 다른 외국 정기선사를 이용하던 우리 화주들과 접촉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화물을 B선사의 선박에 싣게 된다.

이렇게 공동운항을 하면 선박의 활용도가 극대화되어 수입은 극대화되고 비용발생은 최소화되게 된다. 미국서부항로에서 운항을 하지 않게 된 한 척의 선박의 운항비-선원비, 항비, 선박연료유비용 등이 들지 않게 되었다. A선사의 선박에는 A선사의 화물은 물론이고 B선사의 종래의 화물이 동일하게 실린다. 수익은 A선사와 B선사가 나누어서 가진다. 미국 동부로 남은 B선사의 선박을 투입하면 없던 수입이 더 생기게 되고 양 회사가 수입을 나누어 가진다. 이것이 바로 공동운항의 장점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얼라이언스 소속 정기선사들이 슬로트 용선계약을 체결해 영위해온 전략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얼라이언스 소속 정기선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최근 아시아항로를 운항하는 15개의 정기선사(인트라 아시아선사)들이 모여서 결성한 한국해운연합(KSP)는 이러한 항로구조조정 및 공동운항을 시도하여 중복되거나 비합리적인 항로에서 선박을 조절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선제적 자구책이다.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사 스스로 경영합리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외부에서도 안심이 된다. 2000년대 초반, 해운황기에 불황에 대비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는 점에 질타를 받아왔던 해운업계로서는 교훈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 선사는 여전히 높은 용선료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의 선사는 신생 정기선사이므로 대형 외국 정기선사와의 경쟁에는 힘이 부치는 상태로 알려져있다. 미주항로를 기반으로 하는 원양정기선사인 두 외항정기선사가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공동운항실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동운항조치는 경쟁력을 갖추어가는 이점 뿐만아니라 이들 선사들이 내부적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이 된다. 특히 외국 경쟁 정기선사들은 물론 화주들에게도 대한민국의 외항정기선사가 이제는 안정되어가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어 긍정적인 기능도 할 것이다. 또한 두 정기선사의 공동운항은 대형화, 과점화되어 가는 외국 정기선사와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대한민국 정기선 운항체제가 무언지 두 선사가 함께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본 칼럼은 축약된 형태로 한국경제 2018년 3월 3일자에 개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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