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언론은 늘 옳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뉴스는 권력이 아닌 시민을 위해 만들어져 한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그리고 또 있다. "신문 발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발행뿐이다." 등의 버전을 통해 '위대한 신문기자'들에게 감격하는 스토리. 네명의 미국 대통령이 30년간 은폐해 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의 기밀문서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모든 것을 다바치는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기자들의 특종 보도 실화를 금세기 최고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even Spielberg)' 감독이 전설적 명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과 톰 행크스(Tom Hanks)를 전격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 <더 포스트(The Post)>는 언론과 매스컴이 우럴어 본받을 귀감이요 교훈이며 특별한 감동과 큰 울림을 전하는 경고성 시대적 메시지라고 단연 필자는 외치고 싶다.

몇 해 전 신부들의 대대적인 가톨릭 교회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해진 충격적 영화로 퓰리처상에 빛나는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기자들의 취재 실화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를 보고 겹겹이 쌓인 종교 조직과 단체의 장벽을 뚫고 파해치며 어둠에 가려진 진실 보도를 위해 용기있게 앞서가는 기자들의 감동적인 활동상을 전하는 관람 후기를 계획만 세우다 필을 들지 못하고 미적대고 지내온 터에 최근 이와 쌍벽을 이룬 듯한 영화, 더 포스트를 보고 이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빨리 전하고 싶던 차에 중앙 일간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한 절친의 권유도 있고 해서 그저 급한 마음에 이 두 편의 영화를 한꺼번에 일별해 본다.

전파나 영상 매체와의 경쟁에서 속보성이나 동시성 및 현장감에 뒤지는 활자매체 신문 기자들이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을 무릅쓰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신속 정확히 보도하기 위해 용기있게 나서는 사명감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이들 두 영화 모두가 처절하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60년대 필자같은 올챙이 기자 초년병들이 전해 들은 "아들 하나쯤은 신문 기자를 시키되, 딸은 기자에게 절대 시집보내지 마라"던 아이러니가 다시금 생각나게 하고도 남는 광경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기자들의 취재전쟁과 팀플레이가 밝혀내는 실화를 배경삼아 다큐맨터리로 영상화한 작품들이기에 더욱 조바심이 났다.

▲ 전부를 잃을 각오로 '펜타곤 페이퍼' 보도 여부 결단의 긴장된 순간 숨막히는 Washington Post 편집국의 시선집중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즈(NYT)가 국가기밀 문서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를 특종 보도했다. 신문 기사 내용을 확인한 미국의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이 뉴스에 발칵 뒤집혔다. 그간 쉬쉬하며 미국이 베트남전 군사개입의 빌미로 삼았던 통킹만 사건(Gulf of Tonkin Incident)의 발표는 조작된 거짓이었단 비밀이 만천하에 폭로된 것이었다. 1964년 베트남 동쪽 통킹만에서 일어난 북 베트남 경비정과 미군 구축함의 해상전투 사건은 베트남전 개입을 공개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은폐했지만 실은 미국이 먼저 공격했다는 내용을 담은, 펜타곤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개입 확대과정 30년과 함께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1급 기밀문서였던 것. 이는 1967년 베트남 전쟁이 본인도 모르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실을 이상히 여긴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국방장관의 지시로 작성된 총 47권, 7,000 쪽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분량의 기록물이었다.

▲ 세 거장의 합작, 메릴 스트립 발행인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 편집장
NYT가 펜타곤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이 자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당시 닉슨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압력을 가해 즉시 계속 보도를 금지하는 소송을 냈고 NYT는 한걸음 물러서게 된다. 트루먼 이후를 기억하는 필자같은 시니어들에겐 그 당시 내막을 몰랐던 은폐된 역사는 차치하고 20대에 같은 시대를 함께 호흡했고 전방 사병 근무시절 월남 파병 차출을 두려워했던 베트남 전쟁 기억은 너무나 생생하다.
제33대 트루먼(Harry S. Truman/1945~53년 재임), 34대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1953~61년), 35대 케네디(John F. Kennedy/1961~63년), 36대 존슨(Lyndon B. Johnson/1963~69)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겉으로는 세계평화를 외치던 미국이 무려 30년동안이나 감춰온 베트남 전쟁 확대의 비밀이 알려지자 미국인들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세계가 들썩하는 특보를 놓쳐 물을 먹게 된 '워싱턴 포스트(WP)'가 NYT 특종에 자극받아 반격 준비에 사활을 걸고 나선다.

경쟁적 관계에 있는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Tom Hanks)' 편집장은 조심스레 NYT가 내린 문서의 후속 심층 보도를 목표로 펜타곤 페이퍼의 후속 입수를 위해 백방으로 연관 인맥을 통한 접속을 시도한다. 실제 개인적으로 극중 캐서린은 맥나마라 국방과, 톰 행크스는 브래들리 국장과 인연이 있어 더욱 실감나는 연기를 했다는 후문도 있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갖은 노력 끝에 국가의 추악한 비밀이 밝혀질 수 있게 제보를 한 용기있는  시민의 제보에 힘입어 우선 그 일부인 4,000쪽을 간신히 손에 넣게 되고 퍼즐이라도 맞추듯 미비된 내용을 재생시켜 그간 4명의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이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고서도 자신의 임기중 패배를 인정할 경우 돌아올 책임이나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계속 폭탄돌리기, 술레게임을 이어간 내용을 폭로키로 작정, 초조하게 이를 터뜨릴 D-데이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창업하여 사위에게 물려준 워싱턴 포스트였으나 남편마저 자살로 타계하자 얼떨결에 이를 떠맡은 가정주부 출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은 아직 신문사 경영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사주 입장에서 정부가 법령으로 금지하는 기밀 보도는 신문사 폐간을 자초하는 사활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라 이를 쉽게 처리할 입장이 아님을 알고 애간장을 태우며 망설인다.
사내에서도 여성 발행인에 경험이 일천하여 큰 목소리를 내지 못 하는데다가 혹시 잘 못 되어 폐간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보도를 눈치챈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회유와 압력을 받기도 하고 캐서린 주위 이사진들도 자칫 회사가 망할것이라며 보도 철회를 권유한다. 벤 편집장 역시 선뜻 단칼에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캐서린 발행인과 숨가쁜 의견의 조율로 피를 말리는 장고 끝에 드디어 윤전기 스위치온 데드라인 초읽기를 맞게 된다.

어느 한쪽 가부를 결정해야 할 절대절명의 순간 벤 편집장을 비롯한 모두의 이목이 캐서린의 한마디를 기다릴 때 드디어 그녀는 외친다. "발행합시다!(Let's Go!)". 윤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고 초쇄가 쏟아지자 취재와 편집 기자들은 각자 맡은 지면을 체크하고 거리에 배달된 신문을 읽는 독자들의 특종에 쏠리는 눈빛들은 놀라움으로 요동친다.

지역 중소신문이었던 WP는 사활을 걸고 함께 투쟁한 기자들의 하나된 언론이 가져야 할 위대한 용기와 노력으로 한 순간에 전국지 반열로 위상을 격상시킨다. 미국 대통령들의 '세상을 속인 완벽한 거짓말'은 WP의 '세상을 바꾼 위대한 폭로', 즉 언론이 가진 기본적인 원칙을 선택한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설린과 벤 브래들리의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만 천하에 그 진실이 드러나 신문 승리의 승전고를 울리게 된다.

어차피 '더 포스트'란 타이틀로 공개된 영화이고 보면 작품성이나 스토리 이전에 영상물로서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킨 또 다른 배경에는 감탄을 금하기 힘든 환상적 조합의 주역들이 진을 치고 있어 내용이나 작품성에 앞서 그 명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세기 최고의 명 감독에 흥행의 마술사로 '쉰들러 리스트(The Schindler's List )', '죠스(Jaws)',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E.T.(The Extra Terrestrial)',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라이언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등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각본에 매료돼 열작품 제치고 재빠르게 메가폰을 잡았다니 어림이 가고도 남는다.

그리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필라델피아(Philadelphia)',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캡틴 필립(Captain Phillips)', '터미널(The Terminals)',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캐치미(Catch Me If You Can)' 등에 주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연거푸 받은 톰 행크스와 '디어 헌터(Deer Hunter)',
'플로렌스(Florence Foster of Jenkins)', '맘마미아(Mamma Mia)',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 of Medison County)',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철의 여인(The Iron Lady)' 등에서 21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션에 '캐서린 헵번(Catherine Hephurn)'과 함께 네번의 수상을 기록한 살아 있는 전설, 메릴 스트립이 캐서린 역을 맡았으니 감히 그 연기에 사족이 필요할까다.

필자가 언급하고픈 또 다른 신문이 다룬 실화 이야기는, 미국 3대 일간지 중의 하나인 '보스톤 글로브(Boston Glove)'의 특별 취재 기자팀이 보스톤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끈질기게 취재하여 실상을 밝혀내는 어렵고 힘드는 기나긴 과정을 영화로 만든 작품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다. 배트맨(Batman) 출연의 보스턴 토박이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이 '월터 로빈슨' 팀장을 맡았고, 헐크(Hulk)에 나온 '마크 러팔로(Mark Ruffalo)'가 보스턴에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워크홀릭으로 아내와 별거중인 고독한 사내 '마이클 레젠데즈' 기자역을, 노트북(Notebook)으로 알려진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가 홍일점 '사샤 파이퍼'란 현장 취재 여기자로, 그리고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가 추행당한 아동들을 변호하는 '개르비디안' 변호사역으로 열연, 긴박감 넘치는 일선 취재 기자들의 감동적인 활약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2001년 보스턴 지역에 있는 중진의 한 신부가 성당에 다니는 아동들을 오랫동안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때 마이애미 헤럴드에서 보스턴 글로브로 신임 편집국장이 뭔가 더 있는 것 같으니 자세히 한번 더 뒤져보라고 스포트라이트 탐사 보도팀에 지시를 하는데서부터 본격적인 취재 활동이 전개된다. 신자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제들이 직위를 이용해서 어린이들을 성추행 내지 성폭행도 하고 있으나 사건을 파해치려 할수록 더욱 굳게 닫히며 진실의 장벽에 부딪히지만 결코 좌절할 수 없는 취재팀들의 멈춤없는 끈질긴 추적으로 마침내 성스러운 이름 속에 감춰졌던 사제들의 얼굴이 드러나고 스포트라이트팀이 추적한 충격적인 스캔들이 낱낱이 밝혀진다. 종교개혁 이전 속속들이 부패했던 로마 가톨릭 교회 시대에서나 있었을 법한 일들이 오늘날에도 자행되자 출연진들은 보스톤 글로브 취재팀을 직접 만나 관찰하며 현실감을 극대화 하는 연기로 이를 철저히 파헤치게 된다.

실은 20여명의 범죄 혐의 사제들의 명단을 앞서 입수했던 보스턴 글로브마저 이를 묵인한 사례마저 언급되기도 한다. 훌륭한 기자는 느낌부터가 남다르다 할까, 세상을 바꾼 팀플레이, 이들 취재팀이 밝혀낸 성추행을 일삼은 지역 신부들이 속속 드러나고 가톨릭 교회는 이를 무마하고 은폐하는데 급급했으나 피해 아동들 중 나중에 자라서 수치심에 괴로워하다 자살한 사람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진다. 30년간 사제 생활 속에서 총 130명의 아동 성추행을 했으며, 소송이 제기됐지만 교회는 그에 대해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다른 교회로 이동시켜 은폐해왔다는 내용의 특집을 보도한다. 이 기사 여파로 평소 지역 사회 존경을 받아오던 보스턴 교구 대주교가 사임하고 로마 교황청까지 나서서 해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막막하고 방대한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단서를 찾고 사건에 얽힌 변호사와 피해자 등을 탐문하면서 겪는 기자들의 고충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1950~2002년에 활동한 성직자 109,694명 중 고소된 성직자가 4,392명, 10,667개의 혐의에 72%, 6,696건이 수사되었고 이 중 80%, 4,570건이 입증된 것으로 집계됐다.

외부세력과 교회의 압력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 하나를 밝히기 위해 숨막히는 현장 취재를 계속하며 스스로 찾아 갖는 일선 기자로서의 의무감과 보람과 자긍심과 성취감을 체험하며 "이런 걸 보도하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를 조용히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게 필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다급함이다.
국가의 공권력도 막강 가톨릭 권력에 맥을 못 춘 걸까, 이에 맞서길 꺼리는 판국에 역시 최후의 교두보는 신문이었기에 신문을 무관의 제왕이자 제4부요 사회의 목탁이며 거울이자 지팡이라고 그 역할을 높여 부른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신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의 사명을 저버린 저질의 불량지가 정론을 가치로 삼는 우량지를 위협하는 사례가 그것이며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는 위기의식은 세계적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자문해 본다. 정보화 시대를 앞서가며 신문이 오히려 본연의 의무인 언론력을 저해하거나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상 두 신문 기자들의 위대한 책무를 소재로 한 영화의 가르침은 시쳇말 '기레기' 언론들에게 보내는 교훈이며 준엄한 경고라 해도 좋을까 싶다. 그리고 두 작품의 관람 후기를 두서없이 전하는 필자도 여기서 예외이거나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아닌가 스스로를 곱씹어 본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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