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량 규모와 화물 유치 두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없는지...

 
국내외 해운업계는 합병, 통합이 대세로 떠올랐다. 생존의 집화를 위한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면서 선사들마다 살기위한 묘수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합병과 통합을 선택하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수익을 챙기고 있다.
머스크 등 글로벌 상위 랭킹선사들은 선복량 규모면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알파라이너에 의하면 선복보유량이 100만TEU를 넘는 선사들은 7개사다. 머스크, MSC, CMA CGM, COSCO Shipping, 하파그로이드, ONE(일본 중핵 3사 통합사), Evergreen 등이다.
국내 최대 원양 해운사가 된 현대상선은 35만6567TEU를 보유해 12위에 랭크돼 있다. 근해 최대 국적컨선사인 고려해운은 13만138TEU로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미주, 아노선 영업망을 인수해 미주노선 취항 1주년을 맞은 SM상선은 5만7992TEU로 23위를 마크하고 있고 장금상선이 5만6382TEU로 바로 뒤인 24위, 흥아해운은 4만8051TEU로 27위에 랭크돼 있다. 이어 남성해운이 2만3082TEU로 43위, 천경해운이 1만5695TEU로 58위, 동진상선이 7522TEU로 87위, 범주해운이 7362TEU로 90위, 그리고 팬오션(컨테이너 사업부문)이 5738TEU로 97위를 기록했다. 100위내 진입한 국적컨선사는 모두 10개사다. 이들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선복량을 모두 합쳐보면 70만8529TEU에 불과해 글로벌 8위선사인 OOCL(68만5819TEU)에 다소 앞서는 정도다.
이같이 선복량 규모로 따지면 한진해운의 파산이후 한국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의 컨테이너선 보유량은 한때 5위 해운강국의 이미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정부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60척의 컨테이너선을 신조토록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글로벌 상위선사들에 턱없이 못미치는 선복량을 의식해서라 풀이된다.
통합의 그림은 국적선사들간에도 본격화되고 있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통합센터와 TF팀을 구성하고 내년말까지 통합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금과 흥아의 선복량을 합치면 10만4883TEU로 18위 SITC(10만4071TEU)에 부로가 812TEU를 앞설 뿐이다.
이처럼 선복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부는 해운사의 필수조건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앞으로 선대 확충 지원에 적극 나설 태세다. 20일 수출입은행장은 10개 국적선사 대표들과 조찬 모임을 갖고 8,000억원+α 지원을 약속했다.
7월초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도 별도로 국적선사들의 신용등급을 매기며 선대 추가 확보 지원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운전문가들 일각에선 선복량에 초점을 맞춰 해운정책을 지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국적 컨테이너선사 경쟁력이 선복 보유량이 적어 열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도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의 보유 선복량은 과잉이라 집화를 위해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복량을 늘리는데 주안을 둔 해운 정책은 현실적으로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이 강조하고 있는 해운선사들의 필수조건인 선박의  보유량을 어느 수준 증강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적컨선사들이 배가 모자라 수익이 줄어들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국내 화주들의 수출입 화물 적취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화물 유치에 있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사들간에도 “선박이 먼저냐 화물이 먼저냐” 논쟁이 한창이다.
오는 2020년 환경규제가 시작되면 해운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노후선이 폐선되고 고효율, 친환경 선박을 많이 보유한 선사들이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시점을 대비해서라도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경쟁력있는 선대 보유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은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는 것.  국적선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LNG추진선 상용화, 스크러버 설치,  저황유 사용 등 여러각도의 모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핵 해운 3사의 통합법인인 ONE은 한일항로 서비스 진입을 본격화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일본-중국-동남아를 잇는 새로운 서비스 체제 구축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일본선사들이 한일항로에 진입치 못한 것은 국적선사들간의 협조체제가 너무 공고해 들어 갈 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핵 3사의 컨테이너사업부문을 통합하면서 한일항로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중항로 완전 개방도 중국측의 요구대로는 2020년은 아니지만 2022년쯤에는 문을 활짝 열 수밖에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가 우세하다.
국적선사간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쪽은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가 완전 개방하에 경쟁체제돌입시 국적컨테이너선사들 중 몇개 선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된다면 분명 국적컨테이너선사들간의 새로운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현 정부의 해운정책에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한국 컨테이너선업계의 특수성, 지형 분포, 업력, 경영능력 등을 고려한 공감대 형성에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요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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