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 청년층 체감실업률(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포함)은 23.4%에 달한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이 이미 오래 전인데도, 취업난이 나아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이태백이고,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취업 경쟁’이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 ‘채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무려 98%다. 취직 의사가 있는 대졸자 100명 중 98명이 취업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전부 취업했다는 의미로 보아도 무방하다. 심지어는 여러 직장에 복수 합격한 뒤 골라서 취업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기업이 지원자의 부모들에게 직접 연락해 입사를 권유하는 현상도 생겨났다고 한다.

일본이 청년고용을 걱정하지 않게 된 이유로는 투자 확대책 등에 힘입어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급속한 고령화로 퇴직자가 증가하는 반면 청년 층의 인구는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수가 뒷받침 되는 제조업의 건재도 채용 규모 확대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 인력부족 현상을 겪는 일본 기업은 인력수급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외국인 근로자는 전년보다 18% 증가한 127만8670명이다.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고용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전년 동기보다 16.2% 증가했다고 한다. 4년 전에 비해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수는 무려 64%가 증가하였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문을 크게 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었고, 우리 정부도 케이무브 정책 등을 통하여 청년들의 일본을 비롯한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청년들도 수요가 있는 일본 취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거리가 가까워 왕래가 쉽고 문화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해외에서라도 나쁘지 않은 조건에 취업을 해서 생활을 영위하고, 독립을 하여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국에서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다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부족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들이 이를 해외를 향한 도전이라고 장려하고 미화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행동이라고 할 것이다. 타국살이는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괴롭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우선 국내 취업 환경이 개선되어서 우리 기업들도 대학졸업예정자들을 모셔가는 풍토가 생겼으면 한다. 해외에서 취업하는 젊은이들도 진정한 도전 정신의 발로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떠났으면 하고, 떠밀리듯 해외로 취업하는 현실은 빠른 시일 내에 교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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