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8일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전체 재판관 9명 중 재판관 6명의 의견으로 결정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의 일종으로 해당 법률이 위헌이긴 하지만, 이를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상 병역 종류가 모두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는 반면 대체복무제는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이들의 양심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병역 의무의 형평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의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여 이를 침해할 수 있는 병역법 조항에 대한 수정을 하라고 한 것은 개인의 기본권 존중의 측면에서는 매우 진일보한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경우 이로 인한 국방의 공백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복무제 지원자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는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과연 인간의 내심을 어떤 수로 평가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와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군대를 원해서 입대하는 사람보다는 법에서 정한 의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따라서, 자신의 내심의 의사와 상관없이 힘들고 고된 군사훈련을 피하기 위해서 대체복무제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복무제 시행으로 예상되는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해서, 대체복무를 택하는 경우 군입대시보다 장기간의 복무기간을 설정하고 동등 이상의 근무강도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가 정상적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과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며, 이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대체복무제가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대체복무자에게 이익을 부여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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