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

2. 사실관계

가. 소외 주식회사 A는 인도의 B회사와 성형절단설비 부품 총 19포장(Package), 158,400kg(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합니다)을 미화 2,417,143달러에 수출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와 2012. 9. 1.자로 수출입 복합운송 등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주선인 C는 A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의뢰 받아 피고에게 운송업무를 위탁하면서 포장명세서에 포장별 화물의 종류와 가액이 명시된 포장별 금액표를 첨부하였다.

다. 피고는 2013. 2. 8. 마산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선박 크레인과 육상 크레인에 의해 D선박에 선적하고 화물칸 내부로 적부한 후 Y검정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화물은 관례적인 포장에 따라 포장되어 외관상 정상적인 상태에서 선적, 적부 및 고박을 마쳐 목적지까지의 인도에 적합하다는 취지의 검정보고서를 받아 ‘송하인 A, 수하인 B, 통지처 E, 양하항 인도 첸나이’로 기재한 무고장(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위 선하증권 표면에는 부지문구 및 ‘SURRENDER’ 문언이 기재되어 있었다.

라. A는 2013. 2. 6.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해상운송상의 위험을 담보하기 위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이 사건 화물은 2013. 2. 21.경 인도 첸나이항에 도착하였고 2013. 2. 22.경 하역작업을 하던 중 그 중 이 사건 5번 화물의 포장상자가 부서진 상태에서 양륙되었는데 위 5번 화물은 비틀림, 파손 등으로 인한 훼손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수리 불능인 상태가 되었다.

바. C는 2014. 2. 13. 피고와 사이에 운송계약에 따른 이 사건 사고 관련 일체의 손해배상채권을 A에게 양도한 다음 2014. 2. 20. 채권양도의 취지를 피고에게 통지하였고, 원고는 2014. 2. 17. A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 337,143,780원을 지급한 후 운송인인 피고에게 구상청구를 하였다.

3.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5번 화물의 손상은 운송인인 피고의 선적/적부/운송/양륙 도중 취급부주의로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대위권이 있는 원고에게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에 기하여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5번 화물의 손상은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화물의 형태와 중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와이어 포인트를 치우치게 설정하고 빈공간에 적절한 보강물을 배치하지 않은 채 다른 부속품 등을 마구잡이로 주 화물 옆에 실어 놓은 송하인 측의 포장 불충분에 기인한 것이어서 상법 제796조 제9호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4. 판결요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 중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 증명 방법으로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할 때 운송물이 멸실․훼손된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면 운송물이 하자 없는 양호한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상법 제854조 제1항), 선하증권에 운송물이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기재가 있는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은 그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추정을 받는 ‘운송물의 외관상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는 외관상의 하자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발견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 상태 등에 대하여도 위 추정규정이 적용된 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무고장 선하증권이라도 거기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면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5. 평석

가. 상법 제682조의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경유여야 하므로 보험자가 보험약관에 따라 면책되거나 피보험자에게 보험사고에 대한 과실이 없어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자대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4다200 판결 등).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보험자대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보험금지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본건 운송에 적용된 협회적하약관은 “이 보험의 대상이 되는 운송에서 통상 발생하는 사고에 견딜 수 있도록 보험목적물의 포장 또는 준비를 완전하고 적절하게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멸실 손상 또는 비용”은 담보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가 협회적하약관이 정하고 있는 위 면책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손해사정회사의 조사보고서상 하역 작업 중 와이어 로프 절단 등 하역사고가 유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장재 밑단이 이완된 것으로 볼 때 포장 케이스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포장재가 파손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된 점, 이 사건 5번 화물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찌그러짐이나 부서지는 형태의 파손이 아니라 이 사건 밑틀판이 와이어를 통해 하역 중 내부 화물 무게로 인한 하중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구부러지다가 부서진 형상을 띠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포장이 불충분했던 것으로 보아 협회적하약관 상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고, 또 상법 제769조 제9호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무고장 선하증권을 발행하였으므로 화물의 포장이 불충분하고 양호하지 않은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다투었으나, 원심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SAID TO BE’의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선하증권 소지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오히려 송하인 측의 포장불충분이 입증되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보았다.

마. 대법원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결론이 타당하다고 보았는바, 선하증권에 운송물이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기재가 있는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은 그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나,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추정을 받는 ‘운송물의 외관상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는 외관상의 하자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무고장 선하증권이라도 ‘Shipper‘s Load & Count’ 혹은 ‘Said to Contain’ 등의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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