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1순위는 '철도'다..물류 대변혁 단초 가능성

 
한반도의 대동맥인 남북한 철도분야에 심층 해부가 있어 관심을 모았다.
SK증권 나승두, 이지훈, 박찬솔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1950년대 분단된 우리나라 철도는 2000년대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단선(斷線) 구간이 연결되기 까지 반세기의 시간이 걸렸다. 힘겹게 연결된 철길이었지만 2007년말 남북 열차 시범운행이 시작된 지 불과 1년여만에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을 맞이하면서 다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또 10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 남과 북은 새로운 갈림길에 다시 섰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이후 약 3개월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단 이후 지난 60여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6.12)이 진행되는가 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경제 발전 및 변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점에서 두 가지의 의문이 들 수 있다. 과거 그래왔던 것처럼 북한이 또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철도 산업을 다시 거론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첫째,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긍정론과 회의론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 온 북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파격적이고 구체적이다. 국방 중심 노선에서 경제 발전 노선으로의 변화, 그리고 체제 안정과 정상 국가로의 발돋움을 준비하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필요한 시점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둘째, 남북 경제 협력의 시작은 철도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요인으로부터 가장 통제하기 쉬우면서도 이용하기 편리한 교통 수단이 바로 철도이기 때문이다. 철도는 대량 화물 및 여객 운송에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평가 받는다. 한반도가 북태평양 경제권과 아시아 및 유럽 대륙 경제권을 육로로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철도의 중요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한 차례 들썩였다. 짧은 시간 너무나 빠르게 그려진 장밋빛 청사진으로 인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냉정한 복기(復棋)와 진지한 고찰(考察)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선진국에 둘러싸인 주변 환경 등을 토대로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중론이다.

특히 남과 북의 협력이 가져다 줄 한반도의 성장 잠재력은 주변국을 긴장하게 만들 정도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판단이다. 그 시작과 중심에는 남북 철도가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의 대동맥이 다시 흐를 때, 우리는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1899년 경인철도(노량진~인천)의 부분개통과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는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면도, 해방/분단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밝은 면도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크게 6.25 전쟁 발발로 인한 한반도 분단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본 자료는 남북 철도 협력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주요 사항만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8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철도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화물 운송 및 군용철도 위주로 사용되었다. 1899년에는 노량진~인천 간 경인철도가, 1905년에는 용산~개성 간 경의선이, 1910년에는 용산~원산 간 경원선이 개통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1910년대 중국/러시아(당시 소련) 및 유럽 대륙을 오가는 철도 운행이 꽤나 잦았다는 점이다. 간혹 독립 운동을 다루는 영화에서 만주와 경성을 오가는 철도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1912년에는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을 오가는 직통급행열차가 운행됐으며 191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만주/러시아를 거치는 열차가 운행되기도 했다. 여객 열차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을 위한 화물 열차도 수시로 운행되었으며, 유럽 대륙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독일/폴란드/영국 등 유럽 대륙까지도 화물 열차가 운행(1937년)된 바 있다(물론 선로/열차 등의 문제로 중국 및 러시아에서의 환적/환승이 이뤄지는 형태였다).

이와 같은 역사가 오늘날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남북 철도 협력을 통해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철길이 다시 열린다면, 과거와 같은 노선을 다시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KTX와 같은 고속철도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운행 시간/비용 단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도가 효율적인 교통/운송 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故 손기정 선수가 열차를 이용하여 베를린까지 이동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도쿄에서 출발하여 베를린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한 달 보름이다. 하지만 오늘날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남과 북이 분단된 지 어언 70여년, 철마(鐵馬)가 다시 달리기 위한 몸풀기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을 맞은 우리나라는 오래지 않아 6.25 전쟁이 발발하며 남과 북이 분단되기에 이른다. 당연히 철도도 남과 북으로 나뉘었는데, 광복 당시 총 영업거리 약 6,300km(연장거리 약 8,400km)였던 우리나라 철도는 휴전선을 기점으로 남과 북이 각각 약 2,600km(연장거리 약 3,200km), 약 3,700km(연장거리 약 5,200km)를 나눠가지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남한) 철도는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선로의 경우 북한은 분단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고속철도의 도입 및 복선화 등을 통해 철로 연장거리가 꾸준히 증가했다. 또 1955년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9시간 30분이 걸리던 운행시간은 KTX 고속열차(2004년)의 등장과 함께 약 2시간으로 단축됐다. 열차 차량의 개선도 큰 역할을 했지만, CTC(열차 집중 제어장치)/ATP(열차 자동 제동장치) 등의 구축이 함께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한다는 명목아래 2007년 경의선 연결은 물론 2015년 경원선 남측 구간(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 11.7km) 복원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철로 연결/복원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문산과 개성공단(봉동)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매일 운행(2007년)하기도 했다. 약 1년여간 운행되었던 화물 열차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으로 인해 결국 운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개성공단의 가동까지도 멈춘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새 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으며,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 경협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 완전 폐기 등 사전 해결 요소들이 많지만 지금과 같은 대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등의 선제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철도는 남북 교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 철도 시설은 노후화됐지만 분단 이전 핵심 철도 노선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 및 신호 장비의 개선만으로도 그 활용가치는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북한 철도의 총 연장거리는 약 5,200km로 추정되는데, 이는 분단 직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분단 이전 한반도의 대동맥 역할을 했던 서부노선(경의선, 중국과 연결)과 동부노선(동해선, 러시아와 연결), 그리고 동서 횡단 노선의 H자 형태를 유지 중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긴 연장거리와 더 많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한 에너지(연료+전기) 사정으로 인해 운행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후된 선로 및 열차 사정으로 인해 평균 운행 속도는 약 20~50km/h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기자들을 비롯한 외신 기자들이 원산에서 풍계리까지 열차를 이용했는데, 약 420km 거리를 열차로 이동하는데 약 12시간 이상 소요(시속 약 35km)되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의 연구 및 2007년 북한 철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철도 중 가장 유지 보수가 양호한 구간은 개성~신의주 구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양호한 구간일지라도 일반적인 토양 및 자갈의 부족, 궤도의 마모/훼손/부식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과 북이 연결되어 있는 경의선 구간의 경우 즉시 개통하여 열차의 운행은 가능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매우 느린 속도로 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경제성과 연결되는 문제로 화물 운송 기준 경제성이 확보되는 최저 운행 속도가 약 60~80km/h인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 내 열차 운행 속도 향상을 위한 개/보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분단 이후 약 7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띄고 있는 남과 북의 철도는 본격적인 남북 경제 협력이 이뤄질 경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중에서도 개성부터 신의주까지를 연결하는 ‘경의선’의 역할이 가장 클 것으로 판단되는데 ① 철도는 가장 효율적인 운송수단이고, ② 경의선은 이미 연결이 완료되어 시범운행까지 마친 구간이며, ③ 개성공단을 지나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한편 운송 수단으로서 철도는 해상 운송 대비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철도는 사고율이 낮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한 운송수단으로 평가 받는다. 기상 환경 등의 영향을 적게 받을 뿐만 아니라 정시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송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 또 많은 양의 무거운 화물을 멀리까지 운송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육로를 이용하는 차량의 경우 문전(Door to Door)의 편리한 운송이 가능한 반면 각종 변수들로 인해 정시성이 떨어지고,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지 않으며, 운송량의 한계가 있다. 해상 운송의 경우 대량 화물의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항공의 경우 빠른 운송이 가능하지만 운임이 비싸고, 운송량의 제한이 타 운송수단에 비해 크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철도의 활용가치도 매우 높다. 남북 철도가 연결돼 유럽 대륙까지 철도 운행이 가능해진다면, 운임 비용이나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해상운송의 경우 약 60시간의 운송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철도운송의 경우 약 절반 수준인 37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 거리 측면에서도 내륙을 관통하며 이동하는 철도운송은 육지를 돌아서 이동해야 하는 해상운송 보다 약 절반 가량 단축됨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 논의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경의선 철도 연결을 합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북한 내부 정세 변화 등으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 철도 연결이 추진됐다. 2002년 9월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의 동시 연결이 추진되었으며, 2006년 5월 실무 협의를 통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합의에 이르렀다. 이 즈음 개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실질적인 활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개성공단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약 1년여간 운행되기도 했다. 현재도 경의선 철길은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로, 열차 운행은 곧바로 재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동해선은 강릉~제진 구간 약 110km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이 남북철도 구간이 모두 복구된 이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동해선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06년 건설된 경의선은 우리나라 용산에서 시작해 파주/문산, 북한 개성/사리원/평양을 지나 신의주까지 연결되어 있는 철도를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의선은 이미 복원/연결이 완료되었고 시범 운행도 성공적으로 마친 구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북한의 주요 거점을 지나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개성과 평양을 지나는 경의선 북측 구간은 북한 내에서 평양~나진 구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노선 중 하나다. 또 경의선은 개성공단을 지난다. 2007년 남북화물열차 시범 운행 구간이 경의선 문산~봉동 구간에서 진행된 이유도 개성공단 화물열차 운행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2007년 12월부터 약 1년여간 운행된 남북화물열차는 개성공단 생산품 및 원부자재를 수송하였으며, 매일 1회 꾸준히 운행되었다. 남북화물열차는 총 222회 운행되었지만, 수송실적은 311t에 그쳤고 약 4.5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는 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 적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개성공단이 위치한 봉동 지역에 화물 상/하차가 가능한 역사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대화국면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경제 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16년 전면 가동 중단되었던 개성공단 설비 점검을 위한 점검단의 방북 승인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 재개 수순으로 돌입할 경우 개성공단역(驛)의 신규 건설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남북 철도 협력 분위기와 맞물려 개성공단 철도 운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만약 남북 철도가 모두 연결되어 열차를 활용한 대륙 여객/운송이 가능해진다면, 중국은 다른 주변국보다도 가장 먼저 연결되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존재는 남북 철도 협력 과정에서 '경의선'의 역할이 가장 클 것이라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핵심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궤간(열차 선로 간격)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남, 북 모두)와 중국은 1,435mm 표준궤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보다 조금 넓은 1,520mm 광궤를 사용 중이고,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1,067mm 협궤를 사용하기도 한다. 궤간이 다를 경우 승객이나 화물을 환승/환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최근 궤간 조정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서로 다른 궤간을 동일한 열차 차량이 자연스럽게 운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서울/부산발(發) 국제열차가 지나게 될 나라는 러시아보다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제3의 유라시아대륙철도 건설을 비롯하여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추진 중인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나라와의 철도 연결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러시아는 이미 1904년부터 운행했던 제1 대륙철도의 재연결을 간절히 바라는 듯한 눈치다. 러시아의 '2030 철도교통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대륙 횡단 열차의 개/보수를 통해 고속열차 구간을 대폭 늘리고, 이를 통하여 화물 운송 속도 및 물동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어 이미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던 제1 대륙철도가 다시 연결된다면, 러시아는 철도교통 전략 달성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철도의 시작점이기도 하지만 일본이라는 경제 대국을 곁에 둔 교통의 요충지다. 당연히 남북 철도 연결 시 육상 운송에 대한 주변국의 Needs는 커질 수 밖에 없고, 러시아도 충분히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6월에는 남북철도협력 분과회의가 10년만에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남북철도 연결구간 공동 점검을 위한 실사단 구성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 20일과 24일 이틀 간 동해선과 경의선에 대한 공동 점검이 진행됐다. 남북 철도 연결과 열차 운행을 위한 위한 준비가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① 열차 신호체계, ② 열차 차량 바퀴(차륜), ③ 열차 차량의 순서대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비용대비 가장 빠르게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고, 경제성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철도 안전과 관련된 직결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전자식 신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북한은 전기 신호기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에서는 아직도 수신호로 열차 통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열차의 경제속도 운행을 저해하는 요소로, '전자 신호 + 전자식 제어장치/열차 관제 시스템'이 자리잡을 경우 충분히 경제속도 열차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서는 노후화된 차량 설비의 개/보수가 필요하며,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열차 차량의 바퀴(차륜) 부분이다. 열차 바퀴의 노후화는 선로 이탈을 비롯한 대형 참사를 야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철도 산업 내 여러 분야 중에서도 ‘열차 신호체계’가 제일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는 열차의 경제속도 대비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의선 고속철도 신선(新線) 약 440km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약 24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철도공사도 경원선/동해선 등을 새로 구축하는데 약 15~20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대안이 북한 내 신호체계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다. 신호체계 개선에 소요되는 비용은 철도 신선 구축 비용의 약 10~20%만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신호체계란 단순 열차 신호 및 전자연동장치 등과 더불어 CTC(Centralized Traffic Control, 열차집중제어시스템)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직 전기식 신호장비 또는 수신호를 이용하고 있는 북한 철도는 전자식 신호장비의 도입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속도(60~80km/h)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경우 열차의 속도가 향상됨에 따라 ATC/ATP 등의 도입과 전자연동장치의 도입/교체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열차 신호관제시스템 전문기업 ‘대아티아이’, 전자연동장치/PSD 등 열차 설비 기업 ‘에스트래픽’, 열차 전력관제 전문기업 ‘비츠로시스’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철도 신호제어 부문 선두주자인 ‘대아티아이’는 국내 열차/지하철 운행과 관련된 종합 관제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CTC(열차집중제어시스템)를 중심으로 전자연동장치/ATP 등 열차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였으며, 현재 국내외 열차 신호관련 사업들을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 특히 북한 지역 내 철도 종합 관제시스템 구축 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륜(車輪)은 열차의 바퀴를 말한다. 열차 선로를 따라 궤도 운행을 하는 열차 차륜은 열차의 안정성과 직결되어 있는 차량 부품이다. 열차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탄탄한 선로를 구축함과 동시에 차륜 관리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바퀴와 달리 열차 차륜은 관리 방법이 조금 독특하다. 자동차의 경우 타이어의 마모 상태나 휠베이스의 상태에 따라 부분 교환이 가능하지만, 열차는 차륜과 윤심이 붙어있는 ‘일체차륜(一體車輪, Solid Wheel)’을 사용한다. ‘일체차륜’의 중요성은 열차의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더욱 부각되는데,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차축(車軸)의 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강국인 유럽에서도 이따금씩 발생하는 대형 열차 사고의 원인은 차륜 관리의 부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북한의 노후화된 열차를 활용해 경제속도 순행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차륜의 관리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 경우 국내 CNC 차륜절삭기 등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에코마이스터’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고속열차와 지하철을 제외한 일반 객차 및 화차의 수는 우리나라보다 북한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노후화로 인한 가동률이 낮고, 속도도 충분히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남과 북의 철도 왕래만을 생각한다면 단순한 열차 차량 개/보수 만으로도 이용가치는 충분히 있겠지만, 남북 철도 협력은 육로를 이용한 대륙권 진출을 염두 해 두고 있기 때문에 신규 열차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열차 차량 이용 시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중국 등을 거칠 경우 한대(寒帶)지역 운행으로 인한 내구성 문제 발생 가능성도 높고, 전력관련 부품 교체 및 표준화된 차량 정비 부품 공유 등도 필요하다.
토목 공사 등 기반 시설 개/보수보다 신규 열차 차량 도입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는 이유는 비용이 가장 큰 이유다. 경의선/동해선 등 북한 지역 내 신규 노선 건설 시 약 20조원 이상의 건설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신규 열차 차량 가격은 한 량을 기준으로 고속열차 약 30억원, 여객전동차 약 15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0일과 24일 이틀에 거쳐 북측 철도 연결구간을 점검하고 온 실사단의 평가에 따르면 노반/궤도 등의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 점도 차량 교체가 더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우리나라에서 열차 차량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고속열차의 경우 '현대로템'이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현대로템은 고속전철에서 전동차/자기부상열차/트램에 이르기까지 철도차량의 전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국내 대표기업이다. 설계에서 제작/서비스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KTX 경부선을 비롯해 호남선, SRT 등 국내 고속열차 전량을 납품하였다. 화두고 떠오르고 있는 경의선 고속철도 건설 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원시스'는 2015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교체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전동차 제작 신흥 강자로 자리잡았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및 국철 전동차를 꾸준히 추가 수주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객전동차 외 화차/관광열차 등 다양한 형태의 차량 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규 열차 발주 시 동반 수혜가 가능할 전망이다.


남북철도협력분과회담 공동 보도문 전문(2018.06.26)

남과 북은 2018년 6월 26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철도협력분과회담을 진행하고 동해선, 경의선 철도의 연결 및 현대화와 활용에서 제기되는 실천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1. 남과 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따라 진행하는 동해선, 경의선 철도협력 문제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2. 남과 북은 동해선, 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사업으로서 북측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헸다.
① 남북철도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먼저 구성하기로 했다.
② 현지 공동조사를 7월 24일에 경의선부터 시작하고,
이어서 동해선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우선 7월 중순에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 이어서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 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동해선, 경의선 철도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 공사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워나가기로 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착공식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추진하는 데서 제기되는 실무적인 문제들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하여 문서교환 방식으로 계속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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