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화물 품목비중 중 화학제품이 43%나 차지

 
부산항의 컨테이너화물 품목비중을 보면 화학제품이 무려 43%나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체 수출품목에서도 화학제품이 13%를 차지한다. 따라서 북미 PE(폴리에틸렌) 수출 증가는 컨테이너선 발주의 모멘텀으로 유효해 보인다. 최근 유동 피더급 컨테이너선 발주 소식이 많은 이유는 Houston항의 대체 항구들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대형선보다는 소형선 정박에 적합한 항구들이라고 SK증권 유승우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유승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화학 제품 수출의 증가가 컨테이너 발주의 모멘텀이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출 항구들의 컨테이너 화물 구성을 살펴보았다. 화물 중 화학제품의 비중이 높다면 컨테이너선 발주 모멘텀으로서 화학 설비 진입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우리나라 부산항 상황을 보자.
놀랍게도 2018년 YTD로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화물 중에서 화학제품의 비중은 43%에 달한다. 기계류 및 그부품(11%), 차량 및 그부품 (9%)이 그 뒤를 잇고 있는 모습이다. 이 정도면 화학 제품 물동량이 증가 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이뤄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도 비슷한 양상이다. 과거 2000년대 크래커 증설 랠리의 주인공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체 수출 구성을 보면 화학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가량 된다. 원유 수출(Mineral fuels)은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VLCC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를 제외하고 본다면 수출 품목 중 압도적인 비중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화학제품이다.
따라서 이번에 북미 지역에서 PE 수출이 증가한다면 다시 한번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발주 싸이클을 기대해 볼 수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화학 설비 증설 이후에 발주가 나는 것은 증설 이후 수출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출 국가들의 크래커 캐파(capacity) 증분 추이를 2년 뒤로 래킹(lagging)하고 전 세계 화학 제품 수입의 블랙홀인 중국의 컨테이너 수입량 증분 추이를 같이 그려보면 매우 유사하게 흘러간다.
즉, 화학 설비가 진입한 뒤에 수출로 이어지는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설비 완공 직후부터 공장 가동률을 100% 로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다. 시범 운영 등의 기간이 필요하며 램프업(ramp-up) 의 속도가 직선으로 우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올라간다. 더구나 생산이나 수출 차질에 대비하여 사전에 재고 레벨도 끌어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판매처 확보 등의 전후방 구축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어림 잡아 2년 정도가 수출 준비 기간으로 필요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박의 발주부터 인도까지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까지 감안하면 선박의 발주가 굳이 설비 진입 이전에 나지 않았던 이유가 설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북미 지역에서 진입한 ECC들이 작년 말부터 완공되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컨테이너선 발주 템포가 올라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미 연초 이후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한 Feeder급 컨테이너선 물량들이 이러한 부분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리고 대만 해운사인 Yang Ming도 최근 Feeder급 컨테이너선을 대규모로 발주한다는 소식이 외신 보도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이 역시 북미 지역 PE 수출과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왜 요즘 발주 flow가 feeder급 컨테이너선 위주일까? 그 답은 항구 규모에 있다. Houston항은 대형 컨테이너가 정박할 수 있는 큰 항구다. Houston항은 요즘 빈 컨테이너가 동 날 정도로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어서 조금 여유 있는 항구인 Louisiana주 의 New Orleans항이나 Georgia주의 Savannah항, South Carolina주의 Charleston항으로 PE 물량이 움직이고 있다. 근처의 항구들을 통해 수출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 항구들은 Houston항 대비 소규모의 항구들이다. World Port Source에 의하면 Houston항의 흘수(배가 물 속에 잠기는 깊이를 나타내는 선박용어로 draft 라고 함)는 약 14m 이며 바로 옆의 New Orleans 항구는 11.5m 이다. 3m의 차이가 얼마나 유의미하겠나 싶지만, 해운업의 혁신을 가져다 준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가 기존 12.8m의 홀수를 18.3m로 확장하는 공사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히 큰 차이이다. 즉, 대형 선박 정박 가 부를 결정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Houston 항의 대체 항구들은 소형 컨테이너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화학 제품을 운반하는 것이니만큼 소형선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도 있다. 대형선은 정기선으로 대부분 운영되는 반면 소형선은 스팟 운영이 가능하다. 유연하기 때문이다. 작년 허리케인 Harvey가 화학 산업에 미친 영향을 복기해 본다면, 단기간의 생산 및 운송 차질만으로도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화학이다. 소형선으로 빠르고 시기적절한 조달을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소형선의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 역으로 운반하는 경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도 舊 운하를 통해 싸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Houston 항은 또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항구이다. 이에 따라 다른 항구 대비 안개에 취약하다. 작년에 Houston항은 안개 때문에 347.38시간동 안 폐쇄됐다. 2015년에는 680 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에는 앞서 잠시 언급했던 허리케인 Harvey의 영향으로 305.75시간을 추가로 폐쇄했다. 선박 브로커들에 따르면 이렇게 수일씩 셧다운한 뒤에는 엉망이 된 주변 교통 환경을 정리하는 데에만 또 추가적으로 수일 내지는 수 주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New Orleans 항, Savannah항, Charleston 항처럼 바다 항구들의 대체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작년 북미 항구들의 합성수지 수출량을 보면 이미 Houston항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을 받아주고 있다. New Orleans항은 Mississippi강으로 바지선을 보내 Memphis지역에서 빈 컨테이너를 실어다가 PE를 채워 내보내고 있고, 최근 PE 처리량 증가로 두 번째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도 추진 중이다. Charleston항도 이미 Chevron Phillips Chemical, Westlake Chemical, Sasol, INEOS, NOVA Chemicals, SABIC, Shintech, Indorama의 PE를 수출해 주고 있다. 또 Charleston항은 빈 컨테이너 여력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이나 여러 리테일 체인들과의 거래로 컨테이너 수입량을 늘리는 동시에 21.5억불을 투자해 컨테이너 정박 터미널 확장 공사까지 진행 중이어서 향후 대체항들의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부의 Los Angeles항과 Long Beach항도 아시아에서 수입한 컨테이너를 비운 뒤 Texas 의 Dallas까지 철도로 가져와 Texas지역 화학 공장들의 PE 물량을 컨테이너에 선적해 다시 서부로 가져가서 수출할 정도라고 하니 최근 Houston항 PE 대체 수출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항구의 크기가 발주되는 컨테이너선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은 과거 발주 패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보여드린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출 국가들의 화학 설비 capacity 증분 추이와 컨테이너선 발주량 추이에서, 중대형 선박들의 발주량을 제외하고 Feeder급 컨테이너선 발주량만 그려보면 확실히 2000 년대 후반의 중동 랠리 이후에는 Feeder급 컨테이너선 발주가 지지부진했다. 왜 그랬던 걸까?
감이 오시겠지만, 중동의 항구들이 대형 항구들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화학 증설 랠리의 대표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컨테이너 수출 항구인 Jeddah Islamic Port의 홀수는 무려 16.4m입니다. 2위 항구인 King Fahd Industrial Port, Jubail 도 홀수가 14.2m입니다. 애초에 소형선보다는 대형선 위주의 정박이 이뤄지는 항구였던 것이다. 이에 당연히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발주가 났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Houston 대체항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는 점은 이번 컨테이너선 발주 싸이클은 소형선의 발주가 두드러지는 싸이클일 것으로 추정케 된다. 2000년대 초반에는 비교적 소규모의 항구들을 갖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서 증설이 있었기에 Feeder급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뒤따랐던 것을 보더라도 항구 크기가 작으면 소형선이 발주되는 듯 하다.
물론 Houston항이 메인 항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이 증가하는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 가운데 낙수 효과로 소형 항구들 수출 증가로 인한 소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모멘텀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선박의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좋은 시그널로 여겨지는 지표들 중의 대표적인 것이 신조선가와 운임인데, Feeder급 컨테이너선은 두 지표 모두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현재 신조 발주 모멘텀이 붙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앞서 화학에서 미국의 에탄 계열 제품들의 수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결국 에틸렌 운반선의 발주도 자극할 것이다. LEG(액화에틸렌가스) 캐리어다. 현재 전 세계 LEG 잔고 10척 중 4척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으며 LEG 선대 161척 중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 세광중공업 등 조선업 불황으로 청산된 조선소들을 합해 한국 조선소들이 약 30%를 인도한 바 있다. 결국 향후 발주될 LEG 캐리어도 현대미포조선의 수주 가시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니치 선종인만큼 북미 에틸렌 수출 증가는 일종의 테마 정도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사실 에틸렌의 경우 미국이 수출을 대폭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ECC 진입 속도 대비 PE 설비 진입이 느려 에틸렌은 공급 과잉이었다. 그런데 이제 PE 설비들이 속속들이 진입하고 있어서 에틸렌을 PE 설비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틸렌 액화설비도 현재 Texas 의 Targa Resources社만이 30만톤/년 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수출이 급격히 늘긴 힘들어 보인다. 액화 설비 증설 계획이 3개 있긴 한데 그마저도 최근 Nova Chemicals 社와 Energy Transfer Partners社 합작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백지화돼 북미 화학 수출은 PE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인 듯 하다.
에탄은 에틸렌 대비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VLEC라는 생소한 선박을 수주했는데 이것이 바로 에탄 운반선이다. 전 세계에 5척밖에 없으며 잔고에 1척이 있을 뿐이다. 고부가선종인 만큼 미국 에탄 수출이 증가세에 따라 한국 조선사에 새로운 테마로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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