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수준의 폭염을 이기기 위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시간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전기요금이 부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 '전기요금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산업•일반용과 달리 주택용에만 부과되는 '징벌적' 요금제인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①1단계 200㎾h 이하, ②2단계 200~400㎾h, ③3단계 400㎾h, 초과 등 3단계로 구분해 부과한다. 누진 단계별 요금은 ①1단계 기본요금 910원•전력량요금 93.3원/㎾h, ②2단계 기본요금 1600원•전력량요금 187.9원/㎾h, ③3단계 기본요금 7300원•전력량요금 280.6원/㎾h이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단위당 전력요금이 2배, 3배가 된다. 많은 국민은 최대 누진 구간인 400㎾h 초과 요금을 적용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누진제 조정은 2015년 여름에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7~9월 석 달간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완화해 총 647만 가구가 1300억원의 전기료 절감 효과를 봤다. 2016년 여름에 정부는 주택용 누진제 완화를 통해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을 평균 19.4% 줄여줬다. 정부는 2016년 누진제를 개편한지 2년 만에 다시 수정하는데 부담을 느끼지만, 매년 제기된 누진제 불만이 올 여름은 무더위만큼이나 강도가 높다. 2016년 누진제 대란이 누진율 완화를 요구했다면, 지금은 아예 누진제 폐지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을 과거처럼 사치재의 사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의 일종으로 보는 전향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문제되는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절전을 하지 말고 에어컨을 틀라고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진제의 적용이 최대 1.5배 정도 차이로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마음놓고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누진제 전면 폐지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폭염에는 예외적으로라도 누진제의 적용을 수정하여 기본권의 영역으로 취급받아야 할 이른바 냉방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