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나이 드니 추석 연휴를 맞아도 형제나 아들딸네 식구들이 찾아오기에 고향 갈 일이 없어 편해서 좋다. 추모 예배로 법석을 떨다가 모두가 훌쩍 제 집으로 따난 후 무료하던 참에 무심코 서재에 꽂힌 책 한 권을 뽑고 보니 윤동주(尹東柱)의 글을 모은 시집이었다. 누구나가 익히 알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이어 마침 가을이 무르익는 무렵이라선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시제에 시선이 멈췄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란 첫 절귀가 유달리 머리를 스쳤고 그리고 사랑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는 요즘 어떤 사랑이건 간에 무엇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단 부분이 마음에 들고 윤동주의 사랑이라 더욱 애틋했다.

노희경의 이 시대 최고의 감성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You are guilty)란 말을 자주 인용하며 카페의 한줄방에서도 필자는 자주, 남녀노소 불론, 마음의 빗장 활짝 열고 이젠 마음 가는 누구나를 사랑하며 사는 게 좋을 거라고 권유한다. 사랑의 종류, 조건없는 사랑- 아가페, 친구간의 사랑- 필리아, 이성간의 사랑- 에로스, 가족간의 사랑- 스토르게, 육체적인 사랑- 에피투미아 등 갖가지 사랑 중에 자기에게 필요하거나 알맞는 사랑을 골라서 하면 아름다운 하늘의 별을 바라만 보거나 부러워 않고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는 길이란 게 필자 소신이기 때문.

사랑, 사랑하며 사랑타령만 하다 보면 사랑 한번 못 하고 사랑채에 평생 머문단 우스개가 있긴 하지만 속절없이 가을 타는 싱글들을 외로움과 고독으로 내모는 만산 홍엽의 계절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리란 게 필자 생각이다. 그리고 세상 살다 보면 만남이 곧 인연이고 인연이 사랑으로 자라며 사랑이 익어 영그는 마지막 완성품이 연애와 결혼이고 보면 대책없는 싱글이나 돌싱들에게 이미 20년 전에 우리 귀에 익은 마거릿 켄트(Margaret Kent) 여사의 저서 '연애와 결혼의 원칙(How to marry the man of your choice)'을 다시 한번 들먹여 리마인드 시키고 싶다. 비록 틀딱들의 노추에 속하는 횡설수설 황혼연설이 될지 모를 일이긴 하지만 옛 부터 오곡이 무르익어 풍요가 가득한 이 가을철은 남녀가 짝을 지어 가정을 이루는 계절이다.

1942년생, 필자와 동갑인 저자는 미국 마이애미 출생으로 몬테레이 공과대학(Monterrey Institute of Technology)을 졸업했다. 결혼 후 첫 남편과 사별하고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로 변신, 1981년에 예일대 법대 출신의 이름난 국제 세금 전문 변호사인 지금의 남편, '로버트 파인슈라이버(Robert Feinschreiber)'를 알고 1984년 12월 30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당신이 나와 결혼한 전략을 책으로 써 보라"는 제안에 따라 남자를 사로잡는 연애 기술을 다른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도움을 목표로 이 책을 썼다. 먼저 "진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이제는 결혼하고 싶은 당신에게"가 프롤로그고 "용기를 낼수록 사랑은 쉬워진다"가 에필로그로 미혼이 아닌 기혼들도 이 책에 흠뻑 빠진다.

1984년에 미국서 초판을 출간, 파격적이고 솔직한 내용을 담아 짝을 찾고 싶은 남녀들에게 첫 만남에서 연애를 거쳐 결혼에 안착하기까지 실질적인 지침서가 된 이 책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16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후 전 세계 40개국에서 번역돼 백만권 이상이 판매됐다.'결혼 아니면 환불'이란 공격적 판매전략이 주효한 결과 책의 환불은 0.2%에 불과했고 여성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켄트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게스트로 초대되는 등 세계 여러 나라 강연과 워크샵에도 불려 다니며 미국 사회의 명사 반열에 올린 책이기도 하다.

2009년 이들 부부가 한국을 방문하여 독자들과 격의없이 민 낯으로 얼굴 맞대고 직접 나눈 대화도 화제였다. 내게 꼭 맞는 상대라는 확신이 들면 '남편이나 아내처럼 행동하라"고 조언도 하고 결혼 20년이 넘어 스킨십은 커녕 "대화조차 나누기 싫은 부부는 당장 이혼하라"고 명쾌하게 이른 켄트는 섹스에 대해서도 "하루에 여섯 번 흥분하는 남자와 여섯달에 한번 흥분하는 여자는 절대로 함께 살 수 없다"고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 섹스가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절대적 요소는 아니지만 서로의 성적 욕구만은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

분명 세상의 절반은 남자일틴데 내 맘에 드는 남자는 왜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보기 싫은 남자들만 골라서 칭얼대는 걸까? 그리고 나보다 훨씬 후진 친구가 멋진 남자를 잘도 차지하는 걸까? 단순히 사랑의 이율배반으로 치부하기엔 난 너무나 억울한 게 아닐까가 여성 대부분의 불평이란 이야기다. 또 아무리 똑똑한 남자라도 여자들에게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 남자가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해 남녀 간에 대화가 어려워지면 여자가 결혼에 이르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혼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상대에게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타임리에 알려 주라고 조언한다.

똑똑하고 예쁜 여자들이 제때 짝을 못찾는 까닭은 대부분 남자들이 그런 여자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란 말에 필자는 100% 공감한다. 똑똑한 여자들도 소녀시절 기억으로 백마탄 왕자님이 유리구두를 들고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지금은 유라구두를 만들 수도 없거니와 구두를 든 남자는 왕자가 아니라 구두 판매원일 뿐이라고 했다. 빌 크린턴이 예일대에서 힐러리가 맘에 들어 계속 따라만 다니니까 힐러리가 먼저 "넌 왜 날 쳐다보기만 하니? 난 힐러리라고 하는데 넌 이름이 뭐니?"했을 때 클린턴은 얼어서 자기 이름조차 못댔단 얘기는 너무나 시사하는 바가 큰바 남녀 모두 관심있는 상대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아무게입니다"로 먼저 인사부터 시작하라는 게 켄트의 가르침이다.

바이스 버사(Vice Versa)겠지만, 남녀가 모두 완벽하게 이상적인 상대에겐 감히 말도 못 붙이고, 자신을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100% 확신이 서는 이성에게만 다가갈 용기를 갖는 폐단이 문제라고 켄트는 예리하게 분석한다.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이 흔히 한국 남녀가 미덕 삼아 애용하는 '간 보기'나 '밀당'작전이란 지적이다. 결국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남이 앗아갈 틈을 주지 말고 과감히 대시를 하거나 선수를 치라는 지당한 얘기다. 그리고 대화를 트게 되면 상대방이 자기에게 빠져들게 경청함은 필수며 "멋있다", "대단하다" 등의 추임새를 넣는 것도 상대를 감동시켜 내 사람으로 만드는 지렛대와 비타민 역할을 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했다.

그러나 모든 이성에게 호감을 받는 이상적이며 환벽한 사람이 되려고 지나치게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모두를 사로잡으려 애쓰다가 자칫 한 사람도 못 건지는 수가 있게 마련이라고 못 박았다. 전체를 사로잡아야 하는 정치인이나 조직의 보스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한 사람만이 필요한 게임이기에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그 사람의 눈에 들고 이를 잘 유지 관리하는 윈윈작전이 필요하단 참으로 적절한 얘기로 필자는 이해하고 싶다.

켄트는 또 여성은 자신의 지성미를 절대 숨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늙고 피부에 주름이 가지만 지성만큼은 늙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충분히 매력을 발휘하며 이는 절대 지루한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남자들은 자아가 굉장히 강하지만 계란 껍질처럼 약하기도 하기에 언제나 칭찬을 해줘야 하지만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가해 달콤한 칭찬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들은 고가의 명품 의상으로 성장을 하면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알지만 이는 큰 착각이고 악세서리를 많이 하면 과거의 남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오해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낭비가 심하지 않을까 부정적일 수가 있으므로 우선은 자제하기를 당부했다. 이혼을 많이 하는 이유는 결혼 전에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이혼율은 6% 미만이라 이는 미국의 평균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켄트 내외의 한국 방문시 '남자를 반려견처럼 대하고 사랑해주고 먹여줘야된다'는 켄트씨의 주장에 대해 남편 파인슈라이버씨도 흔쾌히 동의하며 왜 남자가 먼저여야만 하는 까닭은 남자는 여자에 의해 길러졌고 여자가 남편을 바꾸려고 하면 남편이 먼저 여자를 바꾸려하기 때문이라고 응수하는 등의 조크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의 정의는 계약이고 배우자와 함께 구명 보트에 타는 것이라고 했고 서로가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도와줘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했다.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건, 좋은 아내가 되는 방법은 남편의 PR담당자가 돼야하고 칭찬과 비판의 가장 좋은 균형은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하는 것처럼 말하면 된다는 대목이었다. 세상 그 어떤 여자도 자기 아들의 아내에게 만족하지는 못 한다는 것. 그리고 부부사이가 좋아지는 세가지 비결은, 첫째 남편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명의 남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둘째, "당신은 너무 특별하고 그 어떤 누구도 당신과 같은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고 셋째, 타인에게 남편 얘기를 할 때 '정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라고 말하며 절대 흉보지 말라는 것이란다.

'진짜 짝을 찾고 싶은 당신을 위한 사랑과 결혼 불변의 원칙들, 이 책에는 결혼식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식이 있다', '좋은 남편을 찾는 쉽고도 정확한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는 광고로 널리 팔린 이 책의 연애 비법을 학습하여 올 추석을 싱글로 맞은 남녀는 내년을 꼭 기대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선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을 졸업, '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남자가 절대 말해주지 않는 것들', '게으름뱅이 아내의 고백' 등 다수 작품을 번역한 나선숙 전문 번역가의 역저로 널리 소개됐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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