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대한민국 해군은 10월 10일부터 제주해군기지에서 70여개국을 초청하여 국제 관함식을 개최하는데, 일본 해상자위대를 비롯한 14개국의 외국 함정도 해상사열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해군은 해상사열 때 자국기와 태극기만을 달아달라고 참가국들에게 요청하였는데, 이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게양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욱일기(자위함기) 게양이 자국 법령상 의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 국제 관함식 해상사열에 불참한다고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문제가 된 욱일기는 '욱일(旭日)'이라는 한자 뜻 그대로 태양 주위로 햇살이 퍼지는 문양이다. 1870년 5월 15일 일본이 육군 창설을 앞두고 이 욱일 문양을 일본 군기로 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889년에는 일본 해군이 태양의 위치만 깃대 쪽으로 조금 옮긴 형태를 군함기로 제정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도 일본 군대의 표식으로 사용되었는바, 일왕의 군대를 결속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군국주의의 발로로 해석된다.

독일의 경우 나치가 사용하던 갈고리 십자가 문양인 하켄크로이츠는 2차 대전 이후에 게양이 전면 금지되었다. 서양에서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사용하는 경우 대중의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된다. 독일이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욱일기를 패전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여 왔는데,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범 세력들이 계속 정권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의 욱일기 사용은 1945년 패망 이후 육군과 해군이 해체되면서 중단됐다가 1954년에 육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기존 욱일기의 햇살 숫자만 16개에서 8개로 줄인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다시 사용했고, 같은 해에 해상자위대가 창설됐는데 이때는 아예 일본 해군이 사용하던 군함기를 그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침략과 전쟁으로 인한 반성은 커녕 영토 확장의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이 사용하던 군기로 침략의 상징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 이를 전범기라 하며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가해국인 일본이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이를 진작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극우 세력들은 혐한 시위 때마다 욱일기를 치켜들고, 일본 자위대 역시 아직까지 욱일기를 자신들의 군기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서양에서는 욱일기의 제대로 된 의미를 모른채 욱일 이미지를 차용한 패션 상품들이 버젓이 팔리기도 한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그 아픔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부터라도 욱일기와 일제 만행의 동일성에 대한 전세계적인 적극적 홍보를 통해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일본의 욱일기도 공식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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