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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평석] 적용법이 분리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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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6  2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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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4다41469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보험업에 종사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화학제품 해상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싱가포르국 법인으로 화학물 운반선인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이다.

나. 스위스 국적의 원고 보조참가인 K는 2008. 5. 27. 소외 G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톤당 1,650달러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K는 2008. 5. 30.경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G회사에게 인도하여야 할 이 사건 화물에 대한, 미국에서 대한민국 울산항까지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이 사건 화물은 제조사인 미합중국 다우케미컬 공장에 보관되어 있다가 2008. 7. 3.부터 이틀에 걸쳐 미합중국 프리포트항에서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되었다. K는 이 사건 화물이 선적된 후 선장으로부터 선하증권을 수령하였고, 이후 G회사는 신용장개설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인도받았다.

라. 이 사건 선하증권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 화물은 2008. 6. 20. Norwalk에서 체결된 Team Tanker AS와 Komar America Inc. 간의 항해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되고, 위 운송계약서에 기재된 중재조항을 포함하여 위 항해운송계약의 모든 조건들은 이 화물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권리에 적용되고 이를 규율한다(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이라 함)
(2) 만일 이 선하증권이, 선적항 또는 하역항이 미국 해상화물운송법 또는 유사한 법률이 시행되는 지역 내에 있다는 이유로, 1936. 4. 16. 승인된 미국 해상화물운송법 또는 1924. 8. 25. 브뤼셀에서의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헤이그규칙)의 성문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유사한 법률이 적용되는 권원증권인 경우에, 이 선하증권은 미국 해상화물운송법 또는 유사한 법률에 따라 효력을 가지고, 위 법률규정은 이 선하증권에 편입된 것으로 간주되며, 이 선하증권의 어느 부분도 위 법률규정에 따른 운송인의 권리나 면책의 포기 또는 책임의 증가로 간주되지는 아니한다(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이라 함)

마. 이 사건 화물은 2008. 7. 3.부터 2008. 7. 4.까지 선적되었고, G회사는 이 사건 화물의 프리포트항에서 울산항까지의 해상운송에 따른 위험을 담보할 목적으로 2008. 6. 16. 원고와 사이에 해상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선박은 2008. 7. 4. 텍사스 프리포트항을 출발하여 약 40일 동안 항해를 하여 2008. 8. 12. 대한민국 울산항에 도착하였다

바. 2008. 8. 15.부터 울산탱크터미널에서 이 사건 화물의 하역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위 하역작업 중 수하인인 G회사가 선임한 화물검정기관은 이 사건 화물의 이상여부 확인을 위한 분석용 시료채취를 위하여 이 사건 화물이 보관된 2개의 탱크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샘플을 채취하였고, 검정결과 폴리머 함유량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이 사건 화물이 상품성이 없을 정도로 극도로 사양 이탈되었음을 발견하였다.

사.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의 사양이탈이 밝혀지자 그로 인한 손해금액을 G회사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한 후 피고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하였다

3.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선택적으로 피고에게 운송계약상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한 운송인인 피고의 계약상 책임에 대한 준거법은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에 따라 영국법이라고 주장하였고,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하여서는 손해발생지인 대한민국이 준거법이라고 주장하였다.

(2) 가사 피고의 주장처럼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에 의하여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하여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저촉법적 규정이 아닌 실질법적 규정이므로 준거법인 영국법에 반할 수 없는데, 영국법에서는 강행규정으로 운송인의 책임제한범위를 미국 해상화물운송법보다 높게 정하여 단위당 666.67계산단위 또는 총 중량의 매 킬로그램당 2계산단위 중 높은 금액 이하로 책임제한범위를 정하는 것을 무효로 하고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선하증권 전문은 선하증권에 편입되는 계약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을 기재한 것일 뿐이어서 준거법에 대한 합의로 볼 수 없고 이에 의하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상의 준거법 조항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준거법은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에 의하여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 된다.

(2) 가사 원고의 주장처럼 영국법이 전체적인 준거법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하증권 후문이 정하는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 되는데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이 단순히 실질법적 측면에서 계약내용에 편입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준거법의 분할이 이루어지므로 전체적인 준거법인 영국법의 강행규정에 의하여 제한되지 아니한다.

(3) 불법행위책임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32조 제3항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준거법과 동일하게 미국법이다.

4. 판결요지

국제계약에서 준거법 지정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자치(party autonomy)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선하증권에 일반적인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이나 그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지상약관(Clause Paramount)’이 준거법의 부분지정(분할)인지 해당 국제협약이나 외국 법률규정의 계약 내용으로의 편입인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다. 일반적 준거법 조항이 있음에도 운송인의 책임범위에 관하여 국제협약을 입법화한 특정 국가의 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그것이 해당 국가 법률의 적용요건을 구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에는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5. 평석

가. 운송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어느 청구원인에 의하여 청구할 것인지, 즉 계약상책임을 물을 것인지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것인지 여부를 먼저 선택하여야 하고, 국제적 거래의 경우에는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지므로 그 준거법이 어느 나라의 법인지가 중요하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영국법에 의하면 선하증권 소지인이 운송과정에서 화물이 훼손되었음을 입증하면 운송인이 운송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거나 운송인의 면책사유를 입증하여야 면책이 인정되는 반면, 미국법에 의하면 선하증권 소지인이 운송인의 주의의무위반을 입증하여야 하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책임제한과 관련하여서도, 미국법에 의하면 피고의 책임은 톤당 500달러로 제한되나, 영국법에서는 강행규정으로 운송인의 책임제한범위를 미국 해상화물운송법보다 높게 정하여 단위당 666.67계산단위 또는 총 중량의 매 킬로그램당 2계산단위 중 높은 금액 이하로 책임제한범위를 정하는 것을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사건의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다. 계약에 관한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25조, 제26조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되,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준거법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미국법 적용이 유리하므로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은 준거법을 정한 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선하증권 전문은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의 모든 조건들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는 취지를 기재하고 있는데 이 사건 해상운송계약에서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고 보아 해상운송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 된다고 보았다.

라. 책임제한과 관련하여서는, 선하증권에 일반적 준거법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운송인의 책임제한 부분을 특정 국가의 법으로 정하는 취지의 약관을 함께 정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볼 것인지 즉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것인지 저촉법적 지정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질법적 지정으로 보게 되면 일반적 준거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할 수 없어서 준거법의 분할이 발생하지 아니하지만, 저촉법적 지정으로 본다면 운송인의 책임제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해 약관이 정하는 준거법이 일반적 준거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준거법이 분할될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준거법의 분할을 인정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의 준거법은 일반적, 전체적으로는 영국법이지만,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하여는 미국 해상화물운송법으로 준거법이 분할된다고 보았다.

마. 한편 불법행위책임의 준거법과 관련하여서는,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제3항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일반적∙전체적 준거법인 영국법과 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한 준거법인미국 해상화물운송법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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