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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남 편집위원 칼럼]"地下에도 詩가 있네", 전철역에서 만나는 詩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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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9  04: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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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남 편집위원
육군 이병부터 하사로 전역할 때까지 적게 받아도 급여를 빠짐없이 받기는 했으니까 군대 시절 3년을 합하면 월급쟁이를 시작한지가 무려 55년에, 그것도 부산 근무 3년을 제하고는 서울특별시하고도 중구 종로구 등 중앙통에서만 50년을 넘게 월급을 받아온 샐러리 인생이지만 필자에겐 근년 3호선 전철 안국역 6번 출구가 가장 인상적인 시문학 익힘 장소라 그간 번 돈의 일부를 떼어 타일벽에 좋은 글귀를 새겨 붙여준 시인들에게 언제고 술대접을 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싶다.

그래서 무료한 낮 시간을 킬링하기 위해 세종대로 사무실을 나서서 경복궁역으로 가거나 종로 3가역으로 가는 인사동을, 굳이 3호선을 타고 안국역 6번출구를 이용한다. 여하간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를 나가면 흔히들 얘기하는 인사동 밥집 골목들과 고만 고만한 한정식 집들이 즐비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식사 약속이 잦기도 하지만 필자가 6번출구를 이용하는 까닭은 출구 바로 오른족 벽면엔 퍼즐처럼 다닥다닥 시나 글귀들이 쓰여진 타일들이 온 통 넓은 벽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지하철이 생기고 난 후 언제부터 이같은 재밌고 유익한 글귀를 쓴 타일로 장식이 됐는지 모르지만 그간 자주 6번출구를 들락이면서도 이를 처음 발견한 것은 6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그 전에도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온통 벽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글귀들이 궁금해도 눈 여겨 볼 겨를을 갖지 못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어느 날은 인사동 모처 점심 약속시간 보다 30분 가량이 빨랐다.

후배들 초대에 걸신 들린듯 먼저 가 앉아 있기가 계면쩍은 같은 데다 약속 장소가 빤히 아는 집이고 보니 마침 잘 됐다 싶어 오늘은 6번출구 오른쪽 벽면에 붙은 타일의 글귀들을 꼭 함 훑어보리라 생각하고 걸음을 멈췄다. 시란 걸 쓸 줄은 몰라도 읽는 눈은 있으려니 돋보기를 걸치고 유심히 읽어 봤다. 그리고 저렇게 남의 눈에 띄게 타일벽에 글을 써 올리려면 전문 글꾼 치고도 보통 솜씨들은 아니리라. 우선 짧은 글들을 읽노라니 운율이나 시형식은 제대로 갖췄는지 몰라도 짧은 한 두마디가 필자 가슴에와 닿고 집약적으로 전하는 짧은 메시지가 정겨웠다.

-인사동, 저마다의 그리움이 누구나의 그리움을 만나 너울지는 곳 (조명)
-우리 허튼 짓 다 받아준 인사동, 너는 날마다 살아나는 허파 (정용국)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개짓을 하지 않는다. (박찬세)
-인사동 봄날 꽃이 피는 날, 우린 인사동에 모여 이슥토록 떠나간 사랑 추억한다. 오! 봄날 (이승철)
-인사동은 내 마음속의 청동거울. 그 청동거울 속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백영옥)
-바람 부는 날이면 인사동으로 가야한다. 오랜 벗들 만나러(김영현)

또 "보라빛 노을이 물든 강가에서 영혼의 램프를 닦는다." 로 시작해서 서울의 전철역 스크린 도어에도 짧고 명료하게 가슴 에는 감성적인 시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영문도 모르고 영문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전철역 방호창에 적힌 시들은 임모털 포임들이겠다. 이런 시들은 단박에 눈과 가슴과 머리에 들어와 쉽게 꽂히고 영혼에 들어와 박힌다. 진짜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옥돌같은 글들이란 게 시를 모르는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내가 시(詩)에 댓글을 다는 순간 시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좋은 시는 자기도 모르게 밑줄을 긋게 하고, 좋은 시는 시의 여백에 댓글을 달게 한다. 한 편의 시에 댓글을 썼다면 당신은 시인이다. 당신은 더 이상 어제의 당신이 아니다. 매일 아침 한 편의 시를 삶의 안쪽으로 초대해 보자. 오늘 시와 함께 하루를 여는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어느 시인이 '시가 있는 아침' 에서 시의 내밀한 속살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 시의 행간을 채워주는 시인은 시의 셀퍼라고 갈파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로빈 윌리암즈가 주연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처럼 물질보다 시인괴 그 작품이 세상 삶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사회를 갈망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필자 나이 여든에 가깝게 한글을 깨친 이후 중등시절부터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유수한 중앙지나 지방의 일간 신문들이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하는 걸 봐 왔고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앞다투어 당선 작가들의 소감이나 후기들과 함께 뽑은 소회를 대서특필 경쟁적으로 발표했고 그중 짧아서 읽기에 손쉬운 시부문을 대충 읽어봤다. 분명히 한글로 된 시작품인데도 읽은 후에 무슨 말인지 도통 알 길이 없는 게 아닌가. 쓰고 뽑는 전문 글꾼들이 자기들 끼리만 주고받는 내부거래를 독자로서는 이해와 감동까지는 접근이 어려웠다.

한 유력지가 몇 년 전 발표한 '현대 100인 시작품'도 읽기는 했는데 그 뜻은 알 길이 없었다. 2018년 신춘문예 시 부문도 한글도 썼기에 읽을 수는 있었지만 내용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스개 시쳇말로 우리나라는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젤 많은 나라라고 했지만 인문학의 쇠퇴와 더불어 활자매체와 출판물의 사양화를 걱정하고 있는 차제다.
일부 인기물을 제외하곤 예전같이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지도 오래다. 최고학부를 나온 중간층 지식인들이 한글로 된 시 작품을 경원시 함은 큰 문제인 것 같다.

오죽하면 필자도 어느 글 카페에 '시는 우째 쓰는 긴데?'란 제하의 낙서 글에서 "나도 가끔 시란걸 함 써 보려고 고이 종이 놓고 붓을 들어도/이미 남들이 다 써버려 난 쓸 시가 없네.
늘 글은 쓰지만 글 중에도 시란 글이 따로 있다는데/이렇게 쓰는 게 시일까 저렇게 쓰는 게 시일까? 쓰다가 지우고 다시 써 또 지우고/그래 맞아 이리도 써지지 않고 쓰기가 어려우니/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닌가봐/ 그러니까 시인이 따로 있고 시인 중에서도/시 잘 쓰는 시인은 드문게지/오늘 밤도 할 일을 마치니 이미 먼동 트는 새벽/시가 뭔지를 모르면서도 시를 함 써 보겠다고/몇 번째 썼다가 지우길 되풀이 하지만/제목만 써 놓고 한 줄도 못 쓴 채 어느덧 밤은 깊고 먼동이 트니/오늘은 이만 접고 내일 다시 써 봐야지" 하고 어깃장을 놓은 적이 있다.

​현대시의 난해성. 흔히 모더니즘으로 일컫는 일부 순수시는 현대시가 필연적이면서 본질적으로 난해시라는 명제를 뚜렷이 표방하고 나선 경향이 만연하단 생각이다. 그러나 난해성이 현대시를 특정 짓는 미학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난해 문제는 서구의 현대시를 흉내 낸 애매모호성, 또는 시인의 부정직성으로 까지 매도되기도 했지만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전반에 이르기까지 난해성으로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지 못 하는 건 서글프기 짝이 없는 처연한 현상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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