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규 변호사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습니다.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고, 정부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나 미세먼지로부터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신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이 미세먼지로 호흡기 질환 등 건강상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헌법이 기본권으로 환경권을 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배려하여야 하나, 사법상 권리로서의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그에 관한 명문의 법률규정이 있거나 관계 법령의 규정 취지나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방법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른다면 환경권에 대하여 이를 구체화하는 입법이 없거나 미흡한 경우 소송을 통해 다투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은 국민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책임을 추궁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기오염 관련 규제 규정은 공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에 불과하고 그 규정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 등 구체적인 사법상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미세먼지 배출과 피해자의 건강악화 등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해 호흡기 질환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면 도로관리 책임자인 대한민국, 서울시, 자동차 제조판매사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금지 청구소송에서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농도변화와 천식 등 호흡기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역학연구 결과들만으로 대기오염물질과 원고의 천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최근 시행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세먼지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나, 이와 같은 국가 책무조항에서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법은 고농도 미세먼지 시 비상저감조치를 정하고 있고 여러 차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바 있으나 실제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근래 미세먼지는 국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계절풍의 영향으로 국내로 유입되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었고, 중국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으나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뚜렷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국제적 협력도 아직 미지수입니다. 대법원이 공해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소송에 있어 인과관계 입증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의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미세먼지가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단정될 정도의 입증, 미세먼지가 다른 요인과 경합해서라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손해 발생에 기여하였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입증되어야 비로소 그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일본 도쿄재판소는 1996년 도쿄시민 99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기오염과 천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2016년 미국 청소년 8명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바 있습니다. 우리 법원도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이 입은 건강상 피해의 구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하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하여, 추후 미세먼지 해결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되고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난사태 선포나 피해복구, 복구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소홀하였다면 구체적인 입법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미세먼지를 배출하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는 입법적인 보완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모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과 안전이 달린 문제입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과 함께 미세먼지 피해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에 있어 법원의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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