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업 영위 기업들 매력 부각될 수 있어

▲ 출처:선경이엔씨
쿠팡의 풀필먼트센터(물류창고) 투자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주요 거점 창고를 구축해야 물류를 내재화한 이커머스인 아마존처럼 쿠팡도 빠른 배송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류창고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쿠팡은 물류 계열사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두고 있다. 원래 컴서브였던 회사를 2017년 11월경 이름을 바꿔서 FBA를 벤치마크하고 있다. 아직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 물류 센터에서 상품을 찾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11월 쿠팡이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투자 받았을 때 쿠팡에서 1년에 50회이상 구매하는 고객은 수 백만 명에 이르고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이 쿠팡의 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플레이스인 아이템마켓과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이 연착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2018년 말 기준 쿠팡이 확보한 물류센터 면적은 축구장 151개 넓이며 2019년까지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를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는 쿠팡이 2018년 말 기준으로 약 37만평 수준의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9년에 물류 센터를 74만평 수준까지 더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면 된다. 당장 쿠팡은 경기도 고양에 초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 중이며 앞서 밝혔듯이 대구에도 건립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손정의 회장의 쿠팡 출자 시점이다. 쿠팡은 아이템마켓과 로켓와우클럽이 잘 자리잡아 가고 있고, 그 둘을 연결해서 시너지를 만들어 줄 접착제인 풀필먼트를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다. 결국 손정의 회장은 쿠팡이 풀필먼트를 시작으로 아마존처럼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추가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나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면 쿠팡이 손정의 회장에게 받은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직관적으로 드는 생각은 당연히 창고 매입이다. 전국 각지에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으면 전국 셀러들의 상품들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물류창고업체들도 쿠팡을 원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소형 물류창고업체들은 단순 보관에 한정된 물류대행 수준의 사업에 머물러 있고, 중대형 물류창고업체들도 대기업 위주의 물류대행 서비스에만 편중돼서 다품종 소량 화물 처리 시스템이 없다.
현재 2019년에 약 74만평까지 물류 센터를 넓힌다는 계획을 밝혔으니 2019년에만 약 37만평(1,223,141m2)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물류창고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장사는 아래와 같은데, 일단 이들 창고의 면적을 합산하면 37만평은 훌쩍 넘는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풀필먼트에 적합한 창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군들을 따로 분리해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항만법상 항만창고, 관세법상 보세창고는 국제물류와 관련되어있기에 제외했다. 그러면 쿠팡이 국내 풀필먼트를 위해서 필요한 창고는 물류시설법률상 보관시설인 일반창고, 냉동냉장창고, 보관장소, 식품위생법상 냉동냉장창고, 축산물위생법상 축산물보관창고, 식품산업진흥법상 냉동냉장창고 정도일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 유통과 관련이 깊은 삼일의 냉동냉장창고와 축산물보관창고는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그 외에도 국내 풀필먼트 전문 스타트업에의 투자도 가능하리라 본다. 2014년 설립된 마이창고는 전국의 창고들을 연결해 제휴를 맺고, 전국의 셀러들이 이 창고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FBA가 셀러들에게 아마존의 창고를 이용하게 하는 형태와 같다. 다만 마이창고는 직접 창고를 보유하지는 않고, 제휴를 맺은 창고들의 공간을 나눠 임대하고 포장, 재고관리, 보관, 배송까지 가능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쿠팡 입장에서도 국내의 창고들을 모두 직접 매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창고 직매입과 마이창고의 창고 네트워크 활용을 병행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이창고 외에도 이커머스 B2C 물류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인 위킵도 고민해 볼만하다.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은, 오로지 쿠팡만이 풀필먼트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물류창고업이 각광받는 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의 약진에 위기 의식을 느끼는 오프라인 대형 마트의 강자인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그룹 차원에서의 풀필먼트 투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쿠팡과 오프라인 대형 마트의 경쟁에서 누구의 승산이 높은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어디가 되었든 풀필먼트 투자를 통해서 빠른 배송과 같은 유통의 혁신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물류창고업이 각광받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실제로 비전펀드도 지난 3월 6일 인도의 풀필먼트 스타트업인 Delhivery에 3.5억달러를 투자하며 풀필먼트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 딜리버리는 인도 이커머스 기업인 Flipkart나 Paytm 등에 12개 풀필먼트 센터로 인도 내 600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또한 2월 21일에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반 화물 포워딩 스타트업인 Flexport에도 10억달러를 투자하며 풀필먼트 투자를 진행했다. Flexport는 항공 및 육상 화물 포워딩 스타트업으로, 11개의 오피스와 4개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Flexport CEO는 Flexport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화물 포워딩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큰 그림에서 DHL, 페덱스(FedEx), UPS와 직접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Flexport가 DHL, 페덱스, UPS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말은 CB Insights의 보고서 내용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물류 산업에는 물류 거대 기업인 페덱스와 UPS가 전통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조금 더 저렴하게, 조금 더 유연하게, 절차는 간소화해서 제공하는 풀필먼트 스타트업들이 대거 생겨났다.
이들은 로컬 배송, 라스트 마일 택배 서비스, 자율주행 배송, 드론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육운, 국제 해운, 물류 대행 모두에서 대형 화물 서비스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페덱스의 기능 중에서 발송(Shipping)의 포장 단계 픽업 예약 및 관리를 하는 ShipBob, 화물 발송 단계 요금 및 배송 기간을 알려주는 Pacejet, 화물 발송 단계 픽업 예약 및 관리를 하는 Convoy, 긴급 배송을 하는 Deliv, Dispatch, Postmates, 항공 및 해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Freightos, Flexport가 페덱스를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배송조회(Tracking) 기능은 Globatom, Weft, 계정 관리(Managing) 기능은 Roambee, Postmaster 등 기존 페덱스나 UPS가 수행하던 거의 모든 업무들을 물류 관련 스타트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대체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 손정의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던 쿠팡이 아이템마켓, 로켓와우클럽에 이어 풀필먼트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완성시킨다면, 대한민국의 페덱스 혹은 UPS로 불리는 CJ대한통운이나 한진을 해체(Unbundling)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유독 스타트업들이 ‘배송’과 관련된 것이 많다는 점이다.
풀필먼트는 단순히 창고에서의 일들만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다. 배송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물류를 내재화한 이커머스들은 배송 관련 풀필먼트도 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손정의 회장이 비전펀드를 통해 지난 2월 11일 자율주행 배달 차량 개발 스타트업인 뉴로(Nuro)에 9.4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이커머스의 배송 관련 풀필먼트 투자 행보를 보여줬다. 아마존도 자율주행 기술 기업인 오로라(Aurora)에 $5.3억을 투자해 자율주행 지게차, 자율주행 트럭, 자율주행 드론으로 택배를 더 빠르고 싸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 쿠팡도 창고에 이어 배송 관련 투자도 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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