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친환경은 이제 선택아닌 필수 ‘위기, 기회로’

▲ 출처:삼정KPMG
한국 해운업이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해운산업의 부진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후유증 등의 여파로 인해 2018년 해상운송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0대 해운사의 27% 이상이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있는 등 다수 선사의 유동성 위기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글로벌 얼라이언스 재편 등 해운 업계를 뒤흔들 이슈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해운선사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해운업의 동향을 분석, 해운산업의 주요 이슈에 대해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삼정KPMG에 따르면 위기에 빠진 해운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한국의 산업 구조상 그럴 수가 없는 실정이다. 먼저 한국은 에너지(원유, 가스, 석탄 등) 및 원자재(철광석, 곡물 등) 등의 국가 필수 소비재의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다. 더군다나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이자, 북한으로 인해 육로 운송이 불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출입은 해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수출입 화물의 99.7%가 바닷길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또한 해운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계 효과가 높다. 기본적으로 해운물동량이 증가하면 신규선박 수주 또한 증가하게 되고, 더불어 철강 수요까지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해운 이외에도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꼽히는 조선, 철강 등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 이에 해운이 무너지게 된다면,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철강 산업의 존폐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해운산업은 국내 경제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 중 하나이다. 해운산업은 국가의 수출과 수입을 책임지는 국가의 기간 산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후방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유발시키는 산업으로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와 같이 우리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해운산업의 위기를 방관할 수 없다.
과거 한진해운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을 방지하고, 나아가 점점 실추되고 있는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금 높아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략과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쓰러져가는 해운산업을 살리고자 정부가 칼을 빼어 들었다. 정부는 2018년 4월 5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해운업과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국적선사와 화주 간의 연계, 신조발주 투자, 경영안정 지원으로 요약되는 3대 전략적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16년 29조 원이던 해운업 매출액을 2022년까지 51조 원으로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원유, 철광석 등 전략물자 운송에 대해 국적선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우선적취제도로 선사들의 안정적 물량 확보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또한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출범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벌크선 140척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포함해 총 200척 이상(8조 원)의 신조발주에 약 3조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로 2019년 1월 2일 한국선주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2018년 국내외 선사에 대한 선박금융지원은 국적선사 비중이 약 60%(7,927억원), 해외선사는 40%(5,241억원)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 비중에서 국적선사가 해외선사를 앞선 것이다. 결국 범정부 차원에서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9년 해운업계는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랜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바닥을 다진 해운업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해운사들도 추후 증가할 수요에 대비하여 고객층을 확대하고 신규 서비스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글로벌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최대의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캐나다의 CP Ships ltd., 범아랍선사인 USAC 등 동종 업계 사업자와의 합병을 지속하여 성장해 왔으며, 중국의 CSET, 티케이 LNG 파트너스 또한 지속적으로 동종 해운사들을 인수하면서 사업규모를 넓혀 가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M&A를 통한 선대규모 확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2020년 4월 확정될 Consortia BER의 연장 이슈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Consortia BER를 통해 수혜를 받아왔던 해운사들과 이러한 수혜에 불만을 쌓아온 화주들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라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운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해당 이슈를 예의 주시하고 자사에 맞는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점차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선박은 2020년 이후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0년부터 황산화물 규제에 들어가면 모든 선박들은 공해상에서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의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낮춰야 한다. 친환경 선박이 아닌 기존 선박이라면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달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엔진으로 교체하거나, 혹은 오염원 배출이 많은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로 인한 위기가 어쩌면 난항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머스크, COSCO와 같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대형선박을 많이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대부분의 선박을 렌트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물동량이 크게 감소했을 당시, 오히려 덴마크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해운사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초대형 선박을 늘려 경쟁력을 키웠다.
반면 당시 부채비율이 높은 국내 해운사들은 대형 선박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선박을 렌트해 사용해 왔다. 결국 대형 선박 확보 경쟁에서 밀렸던 국내 해운사들이 전화위복이 되어 비용적 부담을 덜게 된 상황이다.
친환경선의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되는 이 시점에서 선기를 잡은 한국 해운사들은 발 빠르게 친환경 대형선을 중심으로 사업 개편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특히 개발단계에 있는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선박에 대한 운용방안을 모색해 미래 친환경 경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운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통한 디지털화는 뜨거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글로벌 해운산업에 다수 접목된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4차 산업혁명 도입 수준은 미흡하다.
이에 국내 해운사들도 해운물류산업의 4차 산업혁명 기술도입 및 대응을 위한 R&D 확대를 고려해 봐야 한다. 한국 해운물류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혁명의 블록체인 기술과 AI 기술 등 핵심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통해 물류 거래 투명성 확보 및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여 거래 당사자 간 신뢰도 상승과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세계 교역량 증가와 선박공급량 감소 속에 국내 해운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2018년 4월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해운업과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국적선사와 화주 간의 연계, 신조발주 투자, 경영안정 지원으로 요약되는 3대 전략적 과제를 제시했다.
나아가 2018년 7월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여 선박 터미널에 대한 투자, 보증 등의 금융업무 뿐만 아니라, 해운거래 관리ㆍ지원, 친환경선박 대체 지원 등 해운정책 지원과 각종 정부 위탁사업 수행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지원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 해운사들도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포함한 정부의 금융적 지원과 정책적 지원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부채규모와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등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100대 해운사의 27% 이상이 부채비율 400%를 넘고 있어 다수 선사의 유동성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400% 이상인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되어 금융권을 통한 자금차입이나, 회사채발행 등 어려움이 있다.
부채에 대한 문제는 비단 국내 해운사만의 고민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ZIM의 경우 용선료 인하와 선주사 및 채권자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감소시켰으며, 모나코의 스콜피오 탱커스는 부채비율을 200%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경영으로 선박 금융을 파격적으로 받아 미국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 해운사들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해운사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2019년 1월 1일부터 국제 회계기준인 ‘IFRS16’이 시행됨에 따라 그 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부채비율이 급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해양금융공사를 비롯한 선박금융 기관들 또한 해운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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