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채무부존재확인】-

1. 문제의 제기

사업자가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 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 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한편,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제2항 본문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같은 조 제3항이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국내의 보험이 아닌 국제적인 영국법상 해상보험의 경우에는 따라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하여야 할 지에 대하여 이론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사실관계 및 원심판결의 요지

가. 사실관계 및 쟁점

(1) 피고는 2006.5.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 주식회사(이하 ‘한국캐피탈’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 등에 관하여 리스기간을 물품수령증 발급일로부터 60개월로,월 리스료를 104,146,300원으로 정하여 시설대여(리스)계약(이하 ‘이 사건 리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2006.6.2. 해상보험회사인 원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선박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Hull-1/10/83)]은 그 첫머리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피고는 2007. 5. 2.에 KOMOS(한국해사감정)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6. 목포항을 떠나 태안반도 인근 모래채취구역으로 예인되던 중 505 ♠○호와 충돌하는 사고(이하 ’1차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고, 그 후 1차 사고에 대한 임시수리를 받고 운항하던 중 다시 같은 해 6. 27. 제2대양호와 충돌하는 사고(이하 ’2차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다.

(4) 피고는 위 각 충돌사고로 이 사건 선박이 손상되자 2007. 7. 3.부터 같은 달 20.까지 유한회사 ♥▦▦▦(이하 ‘♥▦▦▦’이라고 한다)에서 수리를 한 후, 2007. 7. 27. 원고에게 위 각 충돌사고로 인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 175,099,100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1) 약관설명의무

(가) 사업자가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 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 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합니다.

(나)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대법원 1998.4.14.선고 97다39308판결 참조), 이는 약관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12.11.선고 2001다33253판결,위 대법원 2010다19990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사업자가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가 증명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1.7.27. 선고 99다55533 판결, 위 대법원 2010다1999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가 워런티 사항으로 보험의 필수조건이라는 정도만을 알려주었을 뿐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워런티 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 효과 등 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려 주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고 피고가 이를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책임의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대법원 판결의 판시내용

(1) 영국법상 워런티(Warrenty)의 의미

영국법상 워런티(warranty)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제1항은 워런티(실무상 혹은 강학상 ‘담보특약’내지 ‘보장조건’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를 확약적 워런티(promissorywarranty), 즉 피보험자가 어떤 특정한 일이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지지 않을 것, 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것을 약속하거나 또는 특정한 사실상태의 존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의 워런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와 같이 정의되는 워런티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exactly)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으로서(같은 조 제2항), 만약 이것이 정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보험증권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통고 등을 할 필요조차 없이 자동적으로 워런티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같은 조 제3항, 대법원 1996.10.11. 선고 94다60332 판결 등 참조). 특히 이러한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설령 보험사고가 워런티 위반과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일체의 책임을 면하고(대법원 1998.5.15. 선고 96다27773 판결 등 참조),이는 워런티 위반 후 보험사고 발생 전에 그 위반사항을 시정하였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하므로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매우 엄격하고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2) 워런티에 대한 설명의무의 인정여부

위와 같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비록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따라서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단순히 워런티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들이 그 의미 및 효과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 이를 언제나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설명의무 위반 인정 시 법적 효과

원고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피고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약관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을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부분과 그 이행사항이 워런티에 해당한다는 부분으로 분리하여,전자는 원고가 피고에게 설명을 해 준 부분이어서 우선 이 사건 보험계약에 분리 편입되고,후자는 그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가 규정한 사항이어서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서 별도의 설명 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전자와 후자가 각각 분리하여 편입되는 방식에 의하여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 전체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된다고 볼 수는 없다.이렇게 보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약관의 설명의무 제도의 취지에 현저히 반하기 때문이다.

나. 평석

(1) 약관규정 설명의무 판단기준

원심 판결 및 대법원 판시 내용과 같이 사업자가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설명의무의 인정여부 판단은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지, 약관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인지가 주된 기준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2) 워런티 규정에 대한 판단

영국법상 워런티 위반 규정과 그 효과는 중요성 여부를 불문하고 정확하게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이며, 그 효과는 매우 엄격하고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비록 그러한 용어와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보험자의 설명없이는 그 의미와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영국해상보험법 상의 워런티 규정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험자의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규정이라 보는 판례의 입장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 결론

원심판례 및 대법원의 판시내용과 마찬가지로, 비록 워런티 규정이 영국해상보험법 상으로 일반적인 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이것이 우리나라의 일반 해상보험계약자들에게도 설명없이 충분히 예상가능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이는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처럼 워런티 규정이 설명의무의 대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이 본 보험계약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므로 이를 이행 혹은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험자의 손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가 기재된 ‘선박보험 보험요율 안내’를 피고에게 발송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기 어렵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담당한 원고의 직원 소외 1이 피고의 담당자인 소외 2에게 전화하여 현상검사 등이 워런티 사항이므로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을 뿐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보험금지급책임이 면제된다는 설명은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및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 효과 등 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본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세창 김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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