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6다276719 판결

2. 사실관계

가. 피고 B는 농산물 수출입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B는 2014. 8. 1. 중국의 D유한공사와 사이에 D로부터 중국산 냉동고추 378톤을 수입하되, 대금결제방식은 선적 후 2개월 내에 결제조건의 ‘L/C’, 선적항은 중국 대련항, 도착항은 대한민국 평택항으로 하는 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B는 신용장을 이용하여 이 사건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2014. 7. 31. 원고와 수입신용장대출 여신거래약정과 위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양도담보계약을 각 체결하고, 원고에게 취소불능 화환신용장 발행신청을 하였으며, 원고는 2014. 8. 5. 금액 미화 226,800달러로 한 신용장을 발행하였다.

다. B는 이 사건 신용장 개설 이후인 2014. 8. 18. D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결제방식을 신용장 거래에서 선적일로부터 3개월 결제조건의 T/T 거래로, 도착항을 평택항에서 국내항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원고에게 전신환송금 거래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결제방식을 변경하였다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고, 2014. 8. 18. 원고에게 도착항을 국내항으로 변경하였다는 내용의 취소불능 화환신용장 조건변경 신청서만을 작성 제출하였다.

라. D는 이 사건 화물을 3회에 걸쳐 분할 선적하면서 중국 내 운송주선인 F회사에 운송을 의뢰하였고, F는 실제 운송인인 G주식회사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다. F는 이 사건 화물 선적일에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위 각 선하증권에는 이 사건 신용장 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마. 피고는 국제물류주선업을 하는 회사로서 F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국내 인도업무를 위임받았다.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이 국내에 입항할 무렵 G로부터 일부 도착통지서에 ‘M.B/L SURRENDERED’ 기재가 있는 도착 통지서를 송부 받고 그 무렵 B에 수입화물 도착예정 통지서를 송부하였다. G는 이 사건 화물이 입항하자 피고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였다

바. 피고는 1번 선하증권 관련 화물이 국내에 입항할 무렵 F의 중국 내 직원인 N으로부터 처음에는 결제방식이 신용장 거래라고 통보를 받았으나 그 직후인 2014. 8. 29. 위 선하증권을 SURRENDERED B/L로 수정해야 하고, 결제방식도 전신환송금 거래로 수정하라는 통보를 받고 N에게 D가 은행에 매입신청을 하지 않았음을 확인 받은 다음 왜 전신환송금 거래로 수정되었는지 질문을 하여 N으로부터 중국측의 실수라는 답변과 함께 수정 전후 선하증권의 사본을 송부 받았다. 그 때 N으로부터 송부 받은 수정 후 선하증권에는 수하인이 원고에서 B로 변경되어 있었고, 수정 전 선하증권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이 사건 신용장 번호가 추가되어 있었다.

사. 이에 피고는 한국세관에 이 사건 화물의 수입신고업무를 처리하면서 선하증권 관련 화물에 관하여 혼재화물 적하목록을 작성할 때 선하증권에 따라 수하인을 A로 기재하였다가 2014. 8. 29. 중국측 파트너의 실수로 수하인을 잘못 기재하였다는 이유로 수하인을 B로 변경하는 신청을 하였고, 나머지 선하증권 관련 화물에 관해서는 수하인을 B로 하는 혼재화물 적하목록을 작성, 제출하였다.

아. 피고는 2, 3번 선하증권 관련 화물에 관해서도 N으로부터 서렌더선하증권이 발행되었음을 확인 받았다. 피고는 위와 같은 확인과정을 거친 후 아래 표 기재와 같이 B에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해주었다. B는 피고로부터 교부 받은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이 사건 각 화물을 반출하였다.

자. B는 수출업자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2014. 10. 20. 부도가 났다. 원고는 이 사건 신용장 매입은행에 신용장 대금 합계 253,312,920원을 결제하고, 피고 제출 선하증권과 번호가 동일한 아래 표 기재 선하증권을 교부 받았다. 그런데 원고 소지 선하증권은 피고 제출 선하증권 사본과는 달리 수하인이 원고로, 통지처가 B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신용장 번호도 기재되어 있으며, 이용된 서식도 다른 별개의 선하증권이다.

차. 피고는 원심에서 1심에서 제출한 수정 후 1번, 2번, 3번 선하증권 사본에 SURRENDER표시가 날인된 선하증권 사본을 제출하였다.

3. 판결요지

운송계약에 따른 도착지의 선박대리점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수입화물에 대한 통관절차가 끝날 때까지 수입화물을 보관하고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수하인 또는 수하인이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그 소지인에게 인도되어야 하므로, 선박대리점이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인도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가 된다. 그러나 무역실무상 필요에 따라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을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황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 즉시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송하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발행받은 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에 의한 상환청구 포기(영문으로 'surrender'이며, 이하 '서렌더'라 한다)를 요청하고, 운송인은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여 그 위에 '서렌더(SURRERNDERED)' 스탬프를 찍고 선박대리점 등에 전신으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품을 수하인에게 인도하라는 서렌더 통지(surrender notice)를 보내게 된다. 이처럼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이 발행된 경우 선박대리점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인의 지시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수하인에게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행하여 수하인이 이를 이용하여 화물을 반출하도록 할 수 있다.

4. 평석

가. 서렌더 선하증권은 원본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가 선하증권을 제출(surrender) 받고 그 선하증권의 표면에 SURRENDERED 스탬프를 찍은 후 이를 복사하여 교부하거나 팩스로 송부하는 경우, 원본선하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선하증권 앞면에 SURRENDERED 표시를 한 후 팩스로 송부하는 등 여러 가지의 유형이 있다.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는, 선하증권의 담보적 기능이 필요가 없는 경우이거나 결제가 이미 되었거나, 사실상 동일한 주체간의 운송(예, 지점이나 본사간의 운송), 연지급(Usance)조건으로서 화물을 먼저 인도하고 결제를 하는 경우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화물이 선하증권보다 먼저 도착하는 경우에도 대금회수에 대한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서렌더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서렌더 선하증권의 법리에 대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나. 서렌더 선하증권은 통상의 선하증권과 달리 권리증권성, 문언증권성, 상환증권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하증권에 수하인으로 표시된 자에게 인도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서렌더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선박대리점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하증권 원본의 회수 없이 운송인의 지시에 따라 운송계약상의 수하인에게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를 발행하여 수하인이 이를 이용하여 화물을 반출하도록 할 수 있다.

다. 본건에서는 추가적으로 선박대리점의 화물반출과 관련하여 피고의 선적서류 검토과정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 즉 피고가 운송인의 국내 인도대리점으로서의 주의의무를 해태하였는지 문제되었는바, 피고가 운송인과 선박회사의 통보나 지시를 믿고 그에 따라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으로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고 더 나아가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위조하였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의 거래방식을 허위로 고지하였는지에 대해서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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