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표 변호사
직장 내에서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달 16일부터 시행되었다. 음주를 강요하거나 업무 질책 과정에서 모욕감을 주는 등 직장 내에서의 부조리 행위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드러난 후, 직장 내 갑질 근절 여론이 힘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만 관련법 개정안이 12건 발의되었고, 상임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와 제76조의3에 의하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고, 사용자는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i)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ii)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iii)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구체적 형태는 다양하다. 결속을 핑계로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 흡연, 회식을 강요하는 행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허드렛일과 개인 잔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집단적으로 특정인을 따돌리는 행위, 그 외에 폭언, 폭행, 조롱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법 개정 이후로는 '업무상 핀잔'처럼 기존 관행에선 별문제가 없다 여기던 것들도 상황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생활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해진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토대를 만드는 데 법률이 일정 부분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사업주에게 직장 내 조사와 징계를 맡겼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정작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명확한 기준이 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준만이 제시된 상태라 결국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 관련 사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법원의 판결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률로 강제하기 이전에 서로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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