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급자 다변화 및 대ㆍ중소기업간 공급사슬 생태계 구축 필요

▲ 일본 동경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한일간 무역전쟁은 공급사슬 위험관리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7월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스 생산 핵심 소재 3개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작한 데 이어, 8월 2일 각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또는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키로 결정함으로써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 공급사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일간 역사 문제로 시작된 일본 정부의 정치적 불만을 ‘수출 규제’라는 경제적 수단으로 치환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한편, 정치적 갈등 및 양국민의 감정악화 등으로 한일무역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 교역과 국가 경쟁력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핵심 소재와 장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수출규제로 공급사슬이 크게 흔들릴 위험에 직면했으며, 우리나라가 이들 제품 분야에서 주요 산업재 공급자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공급사슬
마저 크게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나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 패널 등은 구글/아마존(미국), 화웨이(중국), 소니(일본), 필립스(네덜란드) 등 세계의 주요 IT 및 전자제품 기업들에게 공급되므로, 만약 국내 기업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공급사슬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에 따라, 우리나라 화학․기계․자동차 산업은 물론 산업 전반의 공급사슬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고무․피혁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자일렌의 경우 일본산 의존율이 95.2%, 포장재․건축자재․전선 절연제 제조 등 전 산업 분야에 두루 쓰이는 에틸렌의 경우도 일본산 의존율이 95.2%에 이른다. 이들 제품에 대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할 경우(심사 기간 90일 및 개별 수출 허가, 이를 위한 서류 제출 등), 우리 해당 기업들은 정상적인 제품 생산 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캐치-올’ 규정 등을 악용하여 수소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탄소섬유 등 미래 첨단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소재․부품 등에 대해 자의적으로 수출을 규제할 경우, 미래 성장 잠재력 실현에도 커다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은 공급사슬 비용 증가 및 품질 저하로 예상된다. 즉 공급처 다변화에 따른 수송, 재고 비용 및 리드타임 증가와 균질하지 못한 부품/소재/장비 등의 조달에 따른 생산품 품질 저하의 우려가 있다.

이번 경우처럼 ‘정치적 요인’에 의한 공급사슬위험(Supply Chain Risk, SCR)은 그 범위가 국제적 공급사슬 전반으로 확대가 예상되며, 파급효과가 급격히 현실화하는 자연재해와 달리 시간을 두고 누적적․단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일본 변수’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공급사슬 위험관리 대책이 절실하다.
우선, 기업은 재고확보 및 공급사슬 루트 변경 등 ‘전술적 대응’과 더불어, 국산화 및 생산 포트폴리오 변경, 신규 공급자의 개발 등 ‘전략적 대응’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특히 아무리 특정 공급자 또는 공급국(여기서는 일본 기업 및 일본)이 품질․물류비 등의 측면에서 신뢰성이 높거나 기술우위 및 특허에 의해 독점적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공급국 또는 공급자를 복수로 운영하여 주 공급자와 대체 공급자를 경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7 대 3 구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규모의 경제효과로 70%를 주 공급자로부터 공급받고 경쟁을 위해 대체 공급자에게 30%를 공급받음으로서 상황에 따라 주 공급자와 대체 공급자를 상호 변경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과 더불어 국가 목표에 걸맞은 전략 수립을 위해 공급사슬 외부 및 내부의 ‘투트랙’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공급사슬 외부 접근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동기가 정치적/외교적 요인에 있는 만큼, 일본 정부 및 국제 사회에 정치/외교 및 경제․무역 사안의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구 또는 설득할 필요가 있다.
공급사슬 내부 관점에서는, 단기적으로 ‘할당관세제도’의 선별적 도입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이 제 3의 공급자를 통해 부품/소재/장비 등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국산화 등 공급자 다변화를 위한 투자 지원, 산업별/제품별로 특정 국가/기업별 조달 목표 수준 설정 등을 포함하는 (가칭) “우리나라 주요산업 공급사슬 위험관리 추진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공급사슬 위험관리 도입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 제시 및 맞춤형 교육 등의 방안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산업별/제품별 글로벌 SCM 및 SCRM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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