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대표 변호사
통계청이 집계한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4.8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포인트 감소했다. 물가지수가 감소한 건 지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0%로 나타났는데, 이는 반올림 한 수치고 실제 소수점까지 따지면 -0.038%로 물가가 통계상으로는 하락한 것이다. 특별한 대형 악재가 없는 가운데서도 0%대 물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물가 변화가 가장 큰 부문은 신선식품지수이다. 지난해는 폭염이 오래 이어진 탓에 특히 농축수산물이 비쌌는데 올해는 비교적 기상 여건이 양호해 배추, 무, 수박 등이 풍작이 들어 값이 많이 내려갔다고 한다. 신선식품은 물가 변동폭이 큰 종목이라 지금의 물가하락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0%대 물가는 해외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국이 2.8%, 영국이 2.1%, 미국이 1.8%, 프랑스가 1.3%, 독일이 1.1%였다. 앞서 일본은 2012년에 0%, 2016년에 -0.1% 물가 상승률을 보였는데,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처럼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 투자가 계속 위축돼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 갈 경우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가가 ‘통계상’으로는 내려갔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물가 수준이 내려갔다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2.1%로 통계청의 물가 상승률보다 2.1%p나 높았다. 실제 물가 상승 수준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괴리는 여전히 큰 상태이다. 물가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에서는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지금 상태가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면 기대인플레이션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연동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물가 하락의 폭이 미미해 디플레이션이라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하거나 폭이 확대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쳐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경계를 해야 한다. 특히, 겨우 회생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우리 해운, 조선업계가 다시금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저물가, 저성장, 저금리의 3저 현상이 일반화될 조짐을 보이는데, 이는 이제껏 우리 경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국면이다. 이에 대비할 사회 전반적인 장기적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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