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 신규도입선 경쟁력있는 KP&I에 맡겨주세요”
세계 선주들 KP&I의 사고처리 우수성 인정
지난 8년간 한번 제외하곤 연속 보험요율 일괄인상 않해

 

 

▲ 문병일 전무이사
Q. 해상보험시장의 국제적 경영환경부터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국제해상보험시장에서 철수하는 보험자가 늘었다는데 어떠한 영향이 있습니까?

작년에 이어 금년까지 해상보험시장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국제적으로 해상보험을 취급하는 24개의 보험자들이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인수규모를 크게 줄였습니다. 런던의 12개 로이드신디케이트가 철수했고, 싱가포르에선 10개 로이드신디케이트가 철수했습니다. 해상보험시장이 오래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자, 흑자 계획을 내지 못하는 신디케이트에게 Lloyd’s Central Fund가 사업철수를 강권했기 때문입니다. 선주입장에선 해상보험을 인수하겠다는 보험자수가 줄어 보험자간 경쟁이 느슨해지면, 결국 보험요율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Q. 그렇다면 P&I시장은 어떠한가요? P&I보험자중에도 시장에서 철수하는 곳이 있습니까?

P&I 보험자들도 철수를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운 해상보험시장을 헤쳐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Osprey와 Navigator가 Thomas Miller Specialty에 합병됐고, Hanseatic도 Thomas Miller가 경영을 맡기로 했습니다. Lodestar는 RSA가 back-up을 철회하는 바람에 금년도 갱신을 포기했었다가 하반기에 와서야 겨우 back-up을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 클럽은 IG가 아닌 P&I보험자 중에서는 China P&I, QBE, MS Amlin에 이어 4번째 규모인데,  그 중 MS Amlin이 해상보험시장에서의 철수여부를 검토중에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만큼 P&I 보험은 소규모 Fixed 방식으로는 출혈을 마다않는 IG Club을 상대로 한 경쟁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Q. 대부분의 IG Club이 작년에 적자를 기록했다면서요?

올해 6-7월에 발표된 실적표를 보면,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큰 P&I Club인 노르웨이의 Gard Club은 여유자금이 9천만불이나 감소했습니다. 보험료수입이 1억불 정도 되는 London 클럽은 26백만불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합산비율이 무려 140%나 됐습니다. 합산비율이란 재보험료, 관리비, 지급보험금을 합한 금액이 순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인데요, 100%가 넘으면 보험적자를 의미합니다. 실적을 발표한 IG 13개 Club 중 10개 Club이 작년도에 보험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들 전체 IG Club의 평균 합산비율이 110%를 넘었습니다. 때문에 IG 13개 Club 전체의 여유자금도 3억 8천만불이나 감소했습니다.

Q. IG Club이 작년도에 대거 적자를 기록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Tradewinds에 따르면 전체 IG Club 가입톤수는 지난 5년간 20% 증가한 반면, 톤당 보험료는 오히려 20% 감소해서 5년전 대비 톤당 보험료가 35%나 줄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5년간 대부분의 클럽이 보험요율 일괄인상(General Increase)을 자제한데다 보험요율이 높은 노후선들의 퇴역이 예전보다 빨라졌고, 신규도입선박에 대한 클럽간 요율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요율 수준이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1천만불 이상 대형 클레임이 최근 10년이래 최고수준으로 발생했고, 투자수익율도 2%를 밑돌아 예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결국 이들 클럽이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상품가 상승, 수리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까지 고려할 때, 현재의 보험요율 수준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Q. 전년도 적자에 대응하는 IG Club들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IG들이 내세우고 있는 전략은, 우선 일괄인상을 통한 보험요율의 현실화입니다. 다만 아직 해운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선주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두 번째는 수입선 다변화(Diversification)입니다. 이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경영위험을 분산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수입선을 다변화하더라도 용선자 책임위험, 전쟁위험, 사이버위험과 같은 해상위험에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이러한 위험을 인수하는 것도 아직은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Gard Club의 선박보험 매출이 24천만불이나 되고 Skuld와 Swedish Club도 거기서 43백만불, 4천만불의 매출을 각각 올리고 있으니, 이에 참여하고 싶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박보험시장은 투자하기에는 아직은 매력적인 곳은 아니라고 봅니다.

Q. 그렇다면 KP&I의 경영실적은 어떤가요?

우리클럽은 연초에 대형사고를 몇 건 겪었지요. 8월말 중간 결산을 해보니 15.8억원 적자였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연말까지 통상의 평균적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연말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2000년에 총자산 34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작년 말 기준 총자산 1,200억원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10여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적자입니다.

지난 8년간 한 번을 제외하곤 연속해서 보험요율 일괄인상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율이 낮은 면도 있고, 규모가 작다보니 대형사고 몇 건에 적자를 보게 된 면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입선사는 꾸준히 늘고, 가입척수나 톤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금년도와 같은 사고는 아주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해난사고감축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매출 증가를 위해 노력하고 외국적 선박 및 노후선에 대한 위험평가와 인수조건을 계속해서 엄격하게 시행할 예정입니다. 매출증가를 위해 위험을 같이 늘릴 의사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Q. IG Club과의 추가제휴는 이러한 매출 증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지요?

많은 선박금융계약, 정기용선계약, 항해용선계약과 무연탄이나 철광석과 같은 상품매매계약에서 IG Club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간의 노력으로 국내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신규 금융계약에서는 KP&I도 인정한다는 조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기존의 선박금융계약이나 해외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많은 선박금융계약에서는 여전히 IG Club 가입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외 선사와 화주가 개입되는 용선계약상의 IG Club 가입요건을 개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는데는 우리클럽의 명성이 축적돼 있어야 하므로 그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G Club 가입증명서가 요구되는 선박의 P&I보험을 인수하기 위해선 KP&I가 IG 멤버가 되든지, 아니면 개별 IG Club과 제휴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별다른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냥 로컬의 소형클럽으로 남게 되는 것이고요.

현재는 Standard Club과의 제휴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트너인 Standard Club이 우수한 클럽이고, 우리클럽과의 케미도 맞고 상호신뢰도 높지만, 다른 IG Club에 가입하고 있거나 타 클럽을 선호하는 선사가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한 개 클럽과의 제휴를 추가하게 되면 그 만큼 선사의 선택지를 확장하는 것이 돼 KP&I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가 제휴 여부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Q. 솔로몬제도에서 발생했던 좌초사건은 어떻게 처리됐는지요?

사고가 난 곳은 수도 호니아라가 있는 메인 섬으로부터 비행기로는 1시간, 배로는 24시간 걸리는 원주민 3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조그만 섬 해안입니다. 수도와 오가는 정기선은 한 달에 한 번 있고, 비행기는 12-16인승 쌍발기가 하루 한 번 뜨는데 비가 많이 오면 잔디활주로가 미끄러워 운행하지 않습니다. 쌍발기는 작기 때문에 무게제한이 엄격해 생활용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비는 선박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사고해역 주변마을에는 전기도 안들어 오고, 인터넷도 안됩니다.

상하수도시설도 정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오지인 셈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처음 선박인양과 본선의 연료유 선외이송을 위해 팀을 보내서 가장 먼저 실시한 일이, 발전기를 여러 대 가져다가 전기시설을 갖추고 위성안테나를 설치해 통신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섬내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구입하고, 사고 선박까지의 해상이동을 위해 모터보트를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섬주민들은 대게 고기잡이와 야채를 길러 생활을 하고 물물교환을 한다고 합니다. 전기시설이 안되어 있으니 내일 먹을 물고기를 오늘 미리 잡지 않는 곳이지요. 

지난 5월 중순에 사고선박을 인양해서 6월에 매각을 위해 현지에서 출항시켰습니다. 방제작업은 7월 말에 완료했습니다. 사고난 섬의 일부가 유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서 유엔에서 현지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해서 방제작업도 높은 수준으로 진행됐습니다.

Q. 솔로몬제도 좌초사건이 KP&I에게 위기가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요?

사고 자체로만 보면 위기였지요. 현지 인력, 장비, 통신 어느 하나 쉬운 부분이 없었고 유엔까지 주목하고 있었으니까요. 각고의 노력 끝에 호주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방제방식에 만족을 표시했고, 특히 솔로몬 방재당국으로부터는 잘 처리해줘서 고맙다고 감사팬던트를 전달받기도 했습니다.

또 홍콩의 선주측은 홍콩해운당국에 KP&I의 사고처리우수성을 전하면서 KP&I를 지정보험자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IG Club도 오지에서의 사고처리 경험을 공유하자고 해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논의 중에 있습니다. 사고초기부터 우리나라의 인양전문가, 방제전문가 및 우리클럽 직원을 파견하여 현장작업진과 교통하고 작업을 감독하게 했는데, 우리클럽은 물론 우리해운업계 전반에 소중한 기회이자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해난사고 경감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본선과 본사에서 제 규정을 준수하고 안전에 더욱 유의한다면 해난사고의 상당 부분은 경감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클럽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 해양교통안전공단 및 해운조합과 함께 해난사고 경감을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고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데이터 구성과 활용가능성을 논의하고, 향후 활용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나갈 것입니다. IG P&I Club은 지금까지는 경쟁력 요소라면서 IG Club 서로간에 손해데이터를 기밀로 취급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쟁보다는 안전한 해상운송과 효율적인 무역 증진에 방점을 두어 데이터 공유 방안을 논의 중이며, 우리클럽도 여기에 동참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경주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데이터공유가 시작되면 풍부한 데이터에 기반한 보다 실효성있는 사고경감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업계나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보험시장이 선주마켓일 때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만, 보험자마켓일 때는 대체재가 있느냐가 보험요율협상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KP&I가 확실한 대체재로 성장하기 까지는 더 많은 선박이 가입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험요율도 경쟁력이 있고, 사고 처리 능력도 이번에 입증됐습니다.

따라서 당장의 가입이익이 있을 뿐만 아니라, KP&I가 성장할수록 우리 해운업계가 누리게 될 향후 이익도 함께 커지게 될 것입니다. 신규도입선이 있으면 KP&I에게 요율을 문의해 주시고 가입을 타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클럽도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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