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미래 논할 시 정책의 시야 다방면화 돼야
유입될 가능성 높은 화주들 자본 적극 유치해야
일반인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운항만물류론” 집필 계획

 
 

▲ 양창호 교수
Q. 3년간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직을 수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명실공히 국내 유일의 해운분야 국책 연구원의 수장직을 떠나면서 소회 한 말씀 부탁합니다.

2016년 8월 KMI 원장으로 선임된 바로 다음 날 한진해운 대책 팀을 구성했으나, 3일 후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사실상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한진해운사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KMI에게 국책연구원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급하게 현안연구, KMI 동향분석 등 정책연구기능을 신설해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평가제도 개선, 현안주제 발굴시스템 구축, 그리고 연구 성과의 정책화 등 관련 후속조치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정책연구기관으로 위상 강화가 시급했습니다. 우선 급변하는 국내외 해양수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해양수산 정책 아젠다 발굴 노력을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국책연구기관 유일의 정책현안 심층분석 주간지인 「KMI 동향분석」과 이슈별 「현안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여 해양수산 정책현안 상시 대응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또 다음 해에 출범한 신정부 국정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해양수산 정책과제’를 발굴했고, 해양수산부의 정책 및 사업범위 확장을 위해 향후 5~10년에 추진할 미래 해양수산 비전 및 전략을 수립에 공을 들였습니다.

연구관리는 연구의 양적,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전자는 기본연구과제 등 자체 연구과제를 연간 30-40건 수행하던 것을 80건 정도도 2배 이상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후자는 어떤 연구주제를 선정하는가 하는 것과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연구기획에 대한 것으로 각 실별 연구철학과 연구과제 선정에 대한 기준을 갖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효율적 연구는 연구책임자가 연구진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시행착오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로 착수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연구인력 충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3년간 20여명의 신규 연구인력을 증원시켰으며, 기간제 연구원 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정원 기준으로 보면 원장부임 당시보다 2배 이상 그 규모를 키웠습니다. 또한 연구원이 부산에 위치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세종시 등을 출장가면 낭비하는 시간을 메꿀 연구수행의 효율성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각종 보고서의 원문검색 시스템을 구축했고, 해양수산 통계 공유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연구수행 시 연중추진사항’ 지침을 만들어 연구과제 발굴부터 공동연구 수행, 정책성과 마련 등 연구과제의 기획-실적-성과로 이어지는 전 주기별로 연구책임자와 행정관리자가 추진해야 할 일을 상세히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 연구가 아직 정착되지 못했고, 국내외 대학연구실을 활용하는 노력도 아직은 본격적인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해양수산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을 오가는 출장과다와 같은 연구수행의 비효율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세종시에 집적해 있는 타 국책연구원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지방이전 기관 연구자들의 교육, 교통, 주거 등의 불리한 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미래에는 지금 보다 더 많이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확신을 합니다. 지난 3년 연구원들이 보여준 가능성이 그 확신의 이유입니다. 새로운 주제의 KMI 동향분석이나 현안연구 등의 연구혁신에, 그리고 경영혁신과 연구기획 개선에 동참하고 헌신하신 KMI 식구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KMI 연구원으로, 그리고 원장으로 근무한 약 30여년의 KMI 시절은 연구와 보고서,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들로 둘러싸인 영광스러운 시절이었습니다. KMI 원장 퇴임시 전화로, 문자로, SNS로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께서도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이분들의 사랑을 받았기에 제가 원장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선주협회의 감사패를 정태순 회장님으로부터 받게 돼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습니다. 

Q. 당초 지난 9월 10일자로 원장직을 마칠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후임 인사가 늦어지면서 한달간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저는 25년간 KMI에 근무하다가 2008년에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KMI 원장으로 선임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에 복귀합니다. 교수라면 연구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강의도 중요한 책무입니다. 아쉽게도 원장 선임이 10월초에 이루어지면서 이번 학기 강의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수강하려했던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대신 강의가 없는 이번 학기에 그동안 원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느라 하지 못한 연구와 집필을 하려 합니다. 저희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해운산업과 항만산업, 그리고 물류산업을 금융정책담당자들이나 일반인들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운항만물류론”을 집필해 보려 합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 여러 미디어에 기고한 글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집필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상중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운경기 하락 그래도 회복된다, 세계 컨테이너선 경쟁의 미래, 초대형선화와 해운혁신의 방향, 해운과 조선, 그리고 금융 및 무역 경쟁력의 일체적인 정책이 가능한가, 컨테이너 운송사업의 구조변화, 해운산업의 부를 늘리는 방안, 선박관리업 고도화로 일자리 창출, 미래 기술혁신이 해운에 미치는 영향, 항만건설의 목적이 무엇인가, 항만의 경쟁력이란?, 항만을 이용한 도시발전 전략, 세계경영전략은 물류경쟁력부터 시작해야” 등입니다.

Q. 한진해운의 파산을 지켜보시고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에 깊이 관여하시면서 한국 해운산업이 화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을 누구보다 피부로 인지하셨을 텐데요?

하나는 선사의 기업 경영적 문제점, 두 번째는 해운정책의 전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응 하는 전략 측면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선사들의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차입 경영에 의존하다보니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선박금융이라는 특이한 것들이 있어서 타 산업에 있어서 타행자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외국 선사들에 비해서 국내 선사들이 갖고 있는 자기자본력이 굉장히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없는 자본을 늘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가장 유입될 가능성 높은 자본은 화주들의 자본입니다. 화주들의 자본이 들어와서 자본 형성이 되면 부채비율이 좀 낮아지고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 높은 용선 구조라든지 그런 문제점들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금 유입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선사 의사결정 측면에 있어서는 경험에 의존하기 보다는 과학적이고 데이터에 기반 한 의사결정모델이 필요할 것입니다. 보통 중고선을 도입하거나 신조선을 발주, 또는 용선하는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지금도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경험에 기반 한 휴리스틱 의사결정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이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과학적이고 통계와 빅데이터에 기반 한 과학적인 분석 모델을 통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정책적인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가 계속 해운강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매출액을 얼마 이상 되어야 한다든지, 선대가 몇 만톤 이상이라든지 이런 것만으로 과연 해운강국이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GDP의 80%가 넘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인 무역경쟁력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해운력이 돼야 그게 해운강국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출입하는 화주들의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그런 해운회사가 되는 것이 시급한 일입니다.

해운산업은 고유한 경기순환성 때문에 불황 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호황시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불황시마다 지원을 요청하는 현상이 너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 정책도 단순히 어려울 때 지원해주는 정책뿐만 아니라 호황 시 해운업계가 불황에 대비하여 자생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해운업 이외로부터 자본 투자가 이루어져 선사경영이 안정되고, 호황시 해운사들의 해운공제기금을 구축하는 방안 등 안정적인 해운업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자생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정책과제는 금융정책이외에 해운 조세정책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우 해운산업정책에 조세정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법인세상 특별상각, 압축기장제, 등록면허세의 과세특례, 고정자산세의 과세특례, 중소기업 투자촉진세제 등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조세정책 중 ‘해운불황 조건’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선사에게 선박을 새로 짓게 해주고 거기에 어느 정도 자금을 지원해줬을 경우 그 대신 선사는 그 신조 자국적선에 자국선원을 몇 명 이상 반드시 태워야 하는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해운 시황이 불황일 경우에는 그 조건을 면제해주는 조항입니다. 이처럼 조세정책이 산업육성과 세밀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많은 세제 정책을 다 없앴는데 이러한 조세정책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미래에 대응하는 전략의 시급성입니다. 해운산업 자체의 미래를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머스크나 MSC, CMA CGM과 같은 세계적인 해운기업들이 하고 있는 행태를 살펴보면 과연 해운업을 하자는 것인지, 디지털 플랫폼을 하자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운이라고 하는 그 수단은 화주 입장에서 본다면 공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육상, 해상, 육상, 창고에 이르기까지의 운송 중 한 파트입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전부 디지털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플랫폼을 먼저 차지하고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미래 해운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선사는 NVOCC, E-commerce company, Digital platform company 등과 선점 경쟁을 해야 하고, 동시에 선사들끼리도 경쟁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결국 해운업이 거기서 자기의 일을 찾아내면 결국 미래 해운업은 로지스틱 서비스 프로바이더(LSP)로 가야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거기에 디지털 플랫폼까지 주도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시급히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장영태 신임 원장은 과거 KMI 연구실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해운물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 KMI가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보다 발돋움하기 위해선 어떠한 숙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신임 장영태 원장님은 이미 KMI와 인하대에서 해운항만을 연구하고 가르치신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계십니다. 학계에서도 가장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신 분이고 동시에 행정능력도 탁월해, 연구과 행정을 겸비한 분이십니다. KMI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됩니다.

특히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검토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책개발은 기술개발과 마찬가지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혁신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임기간 중 새로운 정책개발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신임원장께서 더욱 혁신적인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해운물류업계와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이제까지 우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우선 원양정기선의 재건을 위한 틀은 만들어 놓았으니 원양해운의 경우 이 상태를 잘 유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점은 해운재건 5개년이 5년에 재건을 끝낸다는 것이 아니라 해운재건의 기본 틀을 5년 내에 만들고 무역입국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해운강국을 만들 때 까지 해운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이제부터는 또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다른 분야에 정책에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해운산업은 원양 정기선해운 이외에도 건화물선, 유조선 또 근해선사 등 여러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양정기선 너무 한군데만 해운산업에 중심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국해운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벌크선사, 유조선사, 연근해선사, 중소해운사 등으로 정책의 시야가 다방면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선사들의 사업다각화, 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터미널 운영도 하게하고 수익성 있는 다른 복합운송이나 LSP도 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대로 해운업 자체의 자본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그러한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화주입니다. 선주와 화주가 SC(service contracts)로 연결되는 파트너로 발전하기 위해 제일 좋은 모습은 화주가 선사에게 자본투자를 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화주의 자본이 해운업으로 들여오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원천은 은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을 비롯한 많은 은행들이 해운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황이 나쁠 때 화주와 은행이 함께 공조할 수 있는 이유가 해운업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화주와 은행이 해운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자본 흐름을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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