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러 진출 우리 화주·물류 기업의 물류 애로사항 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성준 국제물류투자분석·지원센터 부연구위원,  김은수 국제물류투자분석·지원센터장에 따르면 한중일 중심의 동북아 분업구조의 변화속에서 러시아는 새로운 공급사슬 파트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극동러 지역은 러시아의 가공(비원료) 수출산업 육성 정책과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시장 확대 이해가 만나는 전략적 위치에 놓여 있어 그 중요성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한러 공급사슬상 극동러의 위상은 최근 들어와 격상되고 있다. 2018년 한-극동러 교역액은 97.2억 달러로 같은 해 한러 전체 교역액 248.4억 달러의 39.2%를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 전체의 광대한 영토 및 러시아 서부로의 인구 및 시장 편중에 비춰볼 때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럼에도 한-극동러 공급사슬 구축 노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현재 법인 또는 대표사무소 형태로 극동러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화주·물류 기업을 모두 합쳐 45개 안팎에 불과하다. 또 대 극동러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대러 전체 투자의 2.2%에 불과했다가 최근 들어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 기업의 대 극동러 투자 부진은 기본적으로 국제 가치사슬도 발달되지 못함에 기인한다. 러시아측 자체 평가에 의하면, 극동러는 사하공화국·사할린 주 등 ‘자원 수출형’ 산업이 발달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체 산업발전 수준은 ‘중간 발전’ 또는 ‘저발전’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극동러에 진출한 한국 화주·물류 기업은 이 지역 특유의 물류 애로 사항과 투자 규제·리스크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첫째, 교통·물류 각 분야 인프라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러 해상 교역을 잇는 극동러측 항만은 컨테이너 운송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상업항과 보스토치니글로벌포트가 대표되나 컨테이너장치장이 비좁아 보관료 문제가 발생하며, 화물 하역 속도가 더뎌 항만 혼잡 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농축산업 현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극동러 항만 어느 곳에도 아직 곡물 전용터미널이 없다. 러시아 전체 시장이 아닌 극동러 지역에만 국한하면 공급사슬 구축 측면에서 도로 인프라 확충이 매우 중요하나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인프라가 발달한 남부 연해주에서조차 노면 상태 불량·화물차의 제한된 주행여건 등으로 원활한 산업화 및 물류 거점 연계 기능을 갖지 못한다.

둘째, 통관 문제와 낮은 물류 전문화 수준, 철도 이용의 어려움 등 운영·기술상의 애로 사항이 현지 진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3PL·포워딩 서비스가 자연독점 상태의 러시아철도공사 혹은 항만·터미널 운영사와 수직 계열화되어 있어, 고객 위주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거래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화차 및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은 리드타임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러시아측 자체 조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트럭킹 비용은 철도 운송보다도 35~40%나 비싸면서도 서비스 질은 상대적으로 낮아 우리나라 화주·물류 기업들의 유효한 물류/운송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토지 소유는 물론, ‘수산자원 이용’을 포함 46개 ‘전략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등 법·제도의 규제와 리스크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우리나라 화주·물류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또는 사업 확장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은 상기 전략 부문 규제 외에, 국방·수산·해양 관련 법상의 규제 조항 등 수많은 ‘암초’를 만난다.

극동러에 진출한 우리나라 화주·물류 기업은 이중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첫째, 러시아 서부에 제조업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자재·부품 조달이란 상류부문 동서간 공급사슬을 이어줘야 한다. 둘째, 극동러시아라는 광활한 공간(면적 690만㎢) 내 투자활동을 통해 극동러 자체 발전과 화물창출에 기여하면서 한러간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화주·물류 기업 공통의 애로 사항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선 물류 인프라의 경우, 기존 컨테이너 정기선 항로 외에 기타 항만의 카페리 항로를 증설하는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현재 한러간 유망협력 분야로 떠오른 농업 분야의 공급사슬 구축을 위해선 곡물터미널 건설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우리측의 수요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이 겪는 철송 애로사항과 관련해서는 2018년 6월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한 만큼, 국제철도화물운송협정(SMGS) 등 정부간 협정에 관한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적극 반영하는 한편, 보관시설 측면에서는 최근 현지 기업들의 적극적인 요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동물류센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되는 통관애로 해소방안은 지금까지와 달리 통관이후의 물류 애로 사항과 직결되는 만큼 통관·물류 통합 양자 협의체(가칭 ‘한러 통관물류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협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극동러의 낮은 물류 서비스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러측 시장개방 문제를 ‘한러 서비스·투자 FTA’ 협상에 의제화해야 한다.
또 극동러 지역을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공급사슬 체계 내 편입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교통·물류 연구·조사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현지 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통합 콜센터 1357’ 등을 벤치마킹해 현장의 목소리를 상시 청취할 수 있는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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