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7다272103 판결

2. 사실관계

가. 수출업자인 원고는 브라질에 있는 매수인과 크레인 자재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주선업자로서 개입권을 행사하여 운송인이 된 원심 공동피고 L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이 사건 화물을 마산항에서 브라질 비토리아항까지 운송하는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소외 회사는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기 위하여 C선박을 배정하고 2013. 5. 12. 선적을 개시하였는데, 소외 회사가 선임한 검정인이 이 사건 화물 일부를 포장한 나무상자가 손상되었다는 내용의 1차 검정보고서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파손이 지적된 화물은 반송 후 재포장되어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되었다.

다. 소외 회사는 2013. 5. 16. 원고를 대리하여 손해보험회사인 피고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는 각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보험증권을 발행하였다.

라. 이 사건 선박의 일등항해사는 출항일인 2013. 5. 17. 본선수취증을 발행하면서 적요(Remark)란에 '이 사건 화물 일부가 직접 선박 구조물에 닿아 페인트가 부분적으로 벗겨졌음. 322개의 나무상자 포장에 스크래치가 나고 페인트가 벗겨졌고 선적 중측면부가 변형되거나 깨진 상자가 각 1개 있음'이라고 기재하였다.

마. 소외 회사는 피고 보조참가인의 대리점인 D종합물류에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의뢰하였는데, D종합물류는 위와 같은 내용의 본선수취증이 발행되자, 소외 회사에게 고장 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원고로부터 보상장을 발행받아야 무사고 선하증권을 발급 받을 것이라고 통지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회사의 보상장 발행 요청을 거절하였다.

바. 소외 회사가 선임한 검정인은 2013. 5. 12.부터 16일까지 이 사건 화물의 선적 전 및 선적 후 상태를 검정한 결과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적부와 고박이 통상적인 기후 조건 아래에서 해상운송을 감당하기 적절하게 시행되었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2차 검정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사. 소외 회사는 2013. 5. 22. 피고에게 '보상장이 발행되지 않고 무사고 선하증권이 발행될 수 있게 선박회사와 이야기 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2차 검정보고서를 송부하면서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달리 “선적 전까지 이 사건 화물 상태가 양호 또는 정상으로 화물에 이상이 없고, 고장 선하증권이나 보상장이 발행되었거나 그러한 사정이 없다.”고 알렸다.

아. 소외 회사는 피고 대리점에 반복하여 소외 회사에 대한 대위권 포기 특약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여, 피고는 이 사건 대위권 포기 특약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변경하였다.

자. D종합물류는 2013. 5. 28.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을 요청하면서 '무사고 선하증권의 발행으로 인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게 되는 모든 책임에 관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을 면책시키고 자신이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보상장을 발행하고 이사건 선박의 선장을 대리하여 소외 회사에게 무사고 마스터 선하증권(Master B/L)을 발행하였다.

차. 이 사건 화물을 실은 선박이 비토리아항에 도착하여 하역작업을 개시하려고 할 때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원고는 수출계약에 따라 손상된 물품을 교체, 수리하여 주었고, 화물손상에 의한 손해를 보험자인 피고에게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무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3.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17조는 '해상보험계약은 최대선 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한 계약이며, 만일 일방당사자가 최대선의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 선의의무는 해상보험계약의 체결∙이행∙사고 발생 후 보험금 청구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된다. 특히 계약의 체결 단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요구된다. 즉, 이러한 최대선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같은 법 제18조는 피보험자가 계약 체결 전에 알고 있는 모든 중요 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제20조는 피보험자 등이 보험계약 체결 이전 계약의 교섭 중에 보험자에게 한 모든 중요한 표시는 진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을 의미한다. 이처럼 영국 해상보험법상 최대선의의 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공정거래의 원칙(a principle of fair dealing)으로 계약 전반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지만, 보험계약의 이행 단계에서도 최대선의의무를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로 인정하면 피보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계약관계의 형평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단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계약 상대방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계약관계를 해치지 않을 의무로 완화된다고 보아야 한다[Manifest shipping Co. Ltd v. Uni-Polaris shipping Co. Ltd.(The Star Sea), [2001] Lloyd's C.L.C.608]. 특히 영국 해상보험법상 보험계약 계속 중 기존 계약의 내용을 추가 또는 변경할 때에는 해당 변경사항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만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지, 제18조에 규정된 고지의무와 같이 모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평석

가. 영국 해상보험법은 최대선의의 원칙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즉 영국 해상보험법 제17조는 "해상보험계약은 최대선의(utmost good faith)에 기초한 계약이며, 만일 일방당사자가 최대선의를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최대선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은 "이 조항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피보험자는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여야 하며, 통상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어야만 할 모든 사항은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만일 피보험자가 이러한 고지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같은 조 제2항은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모두 중요한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있다.

나. 그리고 같은 법 제20조 제1항은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이전 계약의 교섭 중에 피보험자나 그 대리인이 보험자에게 한 모든 중요한 표시는 진실하여야 한다. 만일 이것이 진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험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같은 조 제2항은 "신중한 보험자가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위험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시는 중요한 것이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피보험자에게 고지의무 및 부실표시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 여기서 제17조에 규정된 최대선의의 의무는 제18조 및 제20조에 규정된 의무보다 넓은 개념의 것으로서 보험계약이 체결된 이후 또는 사고 발생 이후라 할지라도 적용된다. 대상판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최대선의의 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준수되어야 하지만, 보험계약의 이행 단계에서도 최대선의의무를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로 인정하면 피보험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고 계약관계의 형평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일단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계약 상대방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일으키거나 계약관계를 해치지 않을 의무로 완화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라.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인 2013. 5. 16.을 기준으로 최대선의의무의 보호범위가 달라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소외 회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보상장 발행 없이 무사고 선하증권이 발행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대위권 포기 특약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변경한 것과 관련하여, 대상 판결은 보상장이 발행된 일련의 경위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변경된 사항에 관하여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나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최대선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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