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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보조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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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3  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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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판결: 대전고등법원 2018. 9. 5 선고 2018누10154 판결

2. 사실관계

가. 2017. 3. 19. 08:15경 인천 웅진군 영흥도 소재 영흥화력 2부두에 접안 하던 화물선 B(B,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가 위 영흥화력 2부두에 접촉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그 당시 이 사건 선박에는 1급도선사(이 사건 사고 당시의 법령에 의하면 1종도선사)인 C이 주도선사로, 3급도선사(이 사건 사고 당시의 법령에 의하면 2종도선사)인 원고가 보조도선사로, 1급항해사인 D이 선장으로 각 승선하고 있었다.

나.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17. 12. 21. 이 사건 사고는 주도선사가 선장에게 도선계획을 설명하지 아니한 채 과도한 속력으로 접근하는 등 부적절하게 도선하여 발생한 것이나, 보조도선사가 도선 보조업무를 소홀히 한 것과 선장이 도선사의 지휘, 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하고, 주도선사 C에 대하여는 1급도선사 업무를 3개월 정지하고, 선장 D에 대하여는 1급항해사 업무를 1개월 정지하며, 원고에 대하여는 3급도선사 업무를 1개월 정지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중앙해심 제2017-021호, 이하 위 재결 중 원고에 대한 징계 부분을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

다. 원고에 대한 재결내용은, 원고는 보조도선사로서, 주도선사가 도선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수로상황, 부두상황 및 입출항 선박의 동정 등을 파악하여 주도선사에게 보고하고, 만일 주도선사가 과도하게 빠른 속력으로 부두에 접근하는 등 도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이를 지적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선박이 지나치게 빠르게 부두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도선사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있는 선장이 부두 접근속력이 빠름을 조언하고 있음에도 주도선사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아니하는 등 주도선사가 도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함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선사에게 지적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이 사고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라. 위 재결에 대하여 원고는, ① 인천항 도선사회의 도선배정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은 사적 단체의 내부 지침에 불과하여 이 사건 재결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고, ② 이 사건 지침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무렵의 상황이 이 사건 지침 제11.2조 제2항 제4호의 '주도선사가 도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원고가 지적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며, ③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약 6노트, 부두로부터 약 0.4마일 떨어져 있을 때 주도선사인 C에게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여 C이 알았다고 답변하였으므로 그 지적의무를 다하였고, ④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장이 주도선사에게 속력이 빠르다는 취지로 4회 지적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가 추가가 지적하지 않은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며, 가사 원고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장과 동일한 수준의 징계를 받은 점, 보조도선사에 대하여 업무 정지의 징계를 한 사례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재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이 사건 지침의 내용

이 사건 지침 제11.2 제1항은 '동일 선박에 2인 이상의 도선사가 승선하여 도선하는 경우에는 그 선박의 도선은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의 책임과 판단 하에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한 실질상, 법률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보조도선사(co-pilot)는 ① 주도선사(main pilot)의 유고시 또는 ② 주도선사와 보조도선사의 역할 분담에 따라 도선하며 ③ 도선 업무에 관련하여 보조적인 업무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조도선사가 수행하는 보조적인 업무로 '① 예인선이 주도선사의 명령대로 행동하고 있는가의 여부, ② 수로상황, 부두상황 및 입출항 선박의 동정 등의 확인보고, ③ 항만교통정보실, 선사, 대리점 및 타 선박과의 연락사항, ④ 주도선사가 도선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 지적'을 열거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주도선사와 보조도선사의 도선 업무는 구간 또는 작업별로 구분'한다고 규정하면서, 영흥화력 부두에 입항하는 경우 보조도선사의 작업 범위는 '장안서에서 창서까지의 항해'로 규정하고 있다.

4. 판결요지

이 사건 지침은 보조도선사에 대하여 주도선사의 예비적, 보조적 업무를 부담시키면서(제11.2조 제2항), 영흥화력 부두에 입항하는 경우에는 보조도선사의 작업 범위를 '장안서에서 창서까지의 항해'로 규정하고 있고(제11.2조 제3항), 2인 이상의 도선사가 승선하여 도선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한 실질상, 법률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1.2조 제1항).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보조도선사인 원고는 장안서에서 창서까지의 항해에 대하여 도선을 수행하는 도선사로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그 이후의 구간에 대하여는 예비적, 보조적인 책임만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인천항 이외의 상당수 항구에서 시행되던 도선사회 운영지침 및 2018. 1. 1. 개정된 이 사건 지침에서 공동도선의 경우 보조도선사가 아닌 주도선사에게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공동도선 시 도선을 지휘하는 주도선사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여야 하고, 보조도선사는 주도선사에 대한 보조 업무, 주도선사 유고 시 예비 업무에 한하여 그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해당 거래계의 실무에 부합한다.

5. 평석

가. 도선법 제18조는 도선사와 선장의 책임관계에 대하여, “도선사가 선박을 도선하고 있는 경우에도 선장은 그 선박의 안전 운항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지 아니하고 그 권한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도3302 판결도 선장이 강제도선구에서의 도선사의 조선지휘사항에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도선사의 운항로 선택 등 조선지휘상황이 통상의 예에서 벗어난 위험한 것임을 알았음에도 조기에 이를 시정토록 촉구하여 안전한 운항로 선택 및 안전운항조치를 취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한바 있다. 그러나 공동도선의 관계나 도선사와 보조도선사의 관계에 대하여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각 지방도선사회의 자치규정인 도선배정지침에만 그 내용을 두고 있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도선배정지침 자체가 아무런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원고의 주의의무 내용 등을 결정함에 있어 이 사건 지침이나 다른 지방도선사회의 배정지침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그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보조도선사라는 원고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C에게 반복하여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가 보조도선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라 할 것인데,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는 도선배정지침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사건 지침에서는 보조도선사에 대하여 주도선사의 예비적, 보조적 업무를 부담시키고 있고, 2인 이상의 도선사가 승선하여 도선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한 실질상, 법률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도선하는 도선사'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도선사에 대한 관계에서 보조도선사의 업무는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성격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라.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단독으로 도선할 법적 자격도 없었고 주도선사보다 도선 경력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원고가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경험에 다소 맞지 않는 방식(속력)의 도선이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원고가 강력하게 C의 잘못을 지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이 부두로부터 약 0.4마일 떨어져 있을 때 C에게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였다면, 이로써 원고가 보조도선사로서 부담하는 지적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보조도선사가 예비적, 보조적 지위에 있다고 하여 모든 사안에 있어 그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할것이다.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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