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가치 산정은 여전히 역사적 사례를 이용하는 것이 합당하며 이는 조선이 여전히 싸이클 산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조선업의 근본 특성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업의 장기 싸이클은 수요가 아닌 공급요인으로 생성되며 장기 업황에는 수요 교란요인인 코로나 19 보다 선박 과잉공급 해소와 조선사 구조조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한영수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기존 조선사들의 기업가치가 단기 수익성(ROE)에 기반하지 않았음을 감앆하면, 시장이 우려하는 코로나 19 영향은 단기의 생산 혹은 판매 차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코로나 19 관련 우려는 궁극적으로 해상물동량 둔화와 이에 따른 상선수요의 둔화이다. 젂세계 해상 수입의 23%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활동 위축은 이미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젂세계 해상 수입의 35%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으로의 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려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WTI 기준 국제유가가 연초 대비 무려 66.7 % 급락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수요위축 속 산유국들이 감산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원유공급자들의 최근 대응방식은 감산에 대한 합의를 넘어 가격경쟁 의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태이다.
시장이 이번 유가하락을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도 바로 그 원인이 공급 충격 때문이다. 무엇보다 생산 확대로 인한 유가하락은 참고 할만한 과거 사례가 많지 않다. 참고로 가장 최근의 유류 공급충격은 2014 년말 2016 년이다. 하지만 그 이전 공급충격 사례는 무려 1985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1985 년 2014 년 사이의 유가하락 사례들은 대부분이 수요감소에 의한 하락이었다. 또 공급과잉의 해소는 고통스러운 생산능력 감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수요부족보다 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길 수 밖에 없다. 실제 2014-2016 년 유가하락 기간은 이전 저유가시대보다 장기간 지속됐다.
또한 현재 촉발된 유가급락은 주요 산유국 사이의 정치적 문제들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추정 가시성이 높지 않은 상태이다.
수요쪽도 문제가 있다. 지난 2014 년 2016 년 사례에서는 원유가가격 하락이 결국 수요를 자극했다. 즉, 일정부분은 가격 매커니즘 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유가하락이 원유소비를 촉진시킬지 여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조선업체들의 업황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해양구조물 사업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양구조물의 사용 목적이 해양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유가의 구조적 약세는 해양을 포함한 신규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 수요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 또 기존 계획 중인 유전 개발에 대한 투자활동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기준 수주한 해양구조물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도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슈와 유가하락 효과를 반영해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 전망을 기존 71백만GT 에서 56백만GT 로 21%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핵심 가정 변화는 전세계 해상물동량 증가율이다. 올해 전세계 해상 물동량 증가율 가정을 기존 2.7% 에서 1.6%( 톤마일 기준으로는 2.1%) 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Clarkson 이 코로나 19 확산을 가정해 최근 제시한 base case scenario 를 적용한 것이다. 선박 운항속도는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시차를 두고(2021년부터) 2015- 2016년 수준으로 상승함을 가정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유가약세에도 올해 현재까지 주요 선종의 운항속도가 하락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무리한 가정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56백만GT 의 발주량은 2019년 발주량 47백만GT 를 여전히 19%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9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부진했던 만큼 아직 일종의 기저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는 것.
전세계 선박 발주량 51 백만 GT 에 1)2019 년 한국 조선사들의 최종 톤당 수주단가와 시장점유율을 적용하면 국내 대형 5사의 선박 수주는 255억달러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해 예상 방위사업 수주 6.5억달러를 가산하면 올해 총 수주 가능금액은 261 억달러이다. 이는 이들이 올해 초에 제시한 조선 해양 수주 목표 333 억달러의 78% 수준이지만 올해 예상 매출 목표를 약 5% 상회하는 수준이다. 즉, 올해에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사용연한이 매우 긴 재화이다. 이는 선박 구매결정이 상당한 장기 전망에 근거함을 의미한다. 스팟 운임보다는 1년 계약단위의 용선료가, 그리고 용선료보다 신조선가의 변동성이 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수요 교란 요인인 코로나 19 가 장기 조선업 싸이클 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코로나 19 이슈가 결국 안정화됨을 가정할 때에 성립하는 결론이다.
문제는 단기 불확실성이 모멘텀에 미치는 영향이다. 선박의 구매활동도 결국은 일종의 투자활동이다.
미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선박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들 금리, 운임 등 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선주들이 선박 구매계약 시점을 미룰 수 있다. 이는 선주들보다 투자기간이 짧은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 내에는 수주 모멘텀이 현저히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의 신규수주는 상반기 침체 후 연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증명할 단기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양구조물 수요는 유가 급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구조적인 유가하락은 해양유전을 포함한 신규 유전에서의 예상 수익성을 변화시키게 된다. 하락한 유가에서 채산성이 맞지 않는 프로젝트들은 개발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또 낮아진 유가에서도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도 발주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 오일 메이저들이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유전개 발 투자를 미룰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 에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과거와 달리 국내조선사들의 해양구조물 수주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조선 해양수주 목표에서 해양구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이다. 해양구조물 사업을 상대적으로 활발히 영위하는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해양구조물이 수주목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간의 해양구조물 수주 부진으로 기존 시장의 해양구조물 수주 기대감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최근 조선주 주가 조정강도는 해양 수주 부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코로나 19가 영원히 국가간 인력과 물자의 이동을 제약할 수는 없다. 또한 항공과 달리 선박은 물자의 이동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선 박이 운송하는 물품의 약 31%는 (석탄 , 원유 , 가스) 에너지이다. 나머지 28%도 곡물 철광석, 석유화학 제품 등의 포함한 원자재에다 해당 물품들은 경기와 관계없이 일정수준 소비가 불가피한 재화 이다. 또 전세계 모든 국가가 상기 재화를 자 급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교역 위축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선업황의 주기가 생성되는 근본 이유가 선박의 공급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조선업황의 주기가 20 년 이상의 장기인 이유도 , 선박 공급과 관련이 있다. 통상 조선업 호황은 이전 호황기에 대규모로 발주된 선박의 교체주기가 도래할 때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top tier 로의 위치 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 도 현재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유가하락이 선주들의 선박 연비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킨다면 ,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 조선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사용연한이 긴 선박을 구매하는 선주 입장에서 는 향후 환경규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선박 연비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황산화물 배 출규제로 인해 과거 대비 절대 연료비 부담 은 여전히 낮지 않은 상태이다. 2020 년 1월부터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VLSFO 저유황유 혹은 MGO 선박용 경유 를 사용해야 한다. 고유황유 가격은 유가 폭락으로 지난 해 4분기 대비 3 월 현재 톤당 122 달러 하락했지만 VLSFO 가 HSFO 대비 약 120달러 비싼 유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주들 입장에서 절대 연료비 지출 은 크게 감소하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에 조선업종 구 조조정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 코로나 19 와 유가 이슈는 단기적으로 한계상황에 봉착한 중소 조선업체들의 퇴출을 다시 한번 가속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5-2016년과는 재무상태와 해양관렦 리스크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 해양구조물 수주잔고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규모가 2015-2016년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구조물 수주잔고의 젃대 규모가 과거보다 크지 않다. 셰일혁명으로 유가 급락이 시작된 2014년말에,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해양수주잔고는 743억달러였다. 비중으로도 전체 조선/해양 수주잔고의 46%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2019년말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수주잒고는 177억달러로, 2014년말 수치의 24%에 불과하다. 전체 조선/해양 수주잒고에서의 비중도 16% 수준이다.
해양수주잒고가 발주된 시점의 유가도 2014-2016년과는 차이가 졲재핚다. 2014년말에 주요 조선사들의 잔고에 남아 있는 해양구조물은 대부붂 2011-2014년에 걸쳐 발주된 프로젝트들이다. 해당 기간 평균유가가 95달러(WTI기준)였음을 감안하면 당시 해양 프로젝트들은 상당핚 고유가를 가정하여 발주됐을 확률이 높다. 반면 혂재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잒고에 남아있는 해양구조물 수주는 지난 2017년과 2019년에 발주된 프로젝트들이다. 당시 평균유가가 각각 51달러, 57달러였음을 고려핛 필요가 있다. 혂재 유가를 기준으로 손상차손을 읶식하더라도 그 규모는 2014-2016년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재무상태에도 상당핚 차이가 존재한다. 2015-2016년 당시 국내 대형조선소들은 순차입금은 각각 23.7조, 19.1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1)매출채권 회수, 2)사업분할(혂대중공업 그룹), 3)자산매각, 그리고 4)대규모 유상증자로 읶해, 2019년말 이들의 합산 순차입금은 3.8조원 수준이다. 해양구조물 잔고도 2014년말에는 전체 조선/해양 잔고의 49%였으나 현재는 23% 수준이다.
전방산업인 해운업종도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Clarksea(욲임 지수) 지수도 2015년에는 연평균 14,140달러/일을 기록한 뒤, 2016년에 9,441달러/일로 하락한바 있다. 하지만 2019년 평균은 15,082달러로 2018년 12,144달러 대비 상승했다. 올해에도 연 평균 15,509달러/일을 기록 중이며, 이는 2015-2016년 대비 절대 수준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지난 스팟 Clarksea지수는 20,732달러/일로 전년 동기대비 84%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혂재는 맊성적이었던 과잉생산능력이 해소됐다는 점도 2015-2016년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한영수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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