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해운물류 공정거래위원회” 설치 공론화할 듯
일본 해운업계, 위기상황 공감대 형성 빨라...일사분란하게 대처
코로나19 사태이후 리쇼어링 등 확산...세계 교역량 감소 대비해야


 

▲ 김인현 교수
Q. 동경대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하셨습니다. 일본에서 어떤 연구에 주안을 두었는지요?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해운/물류 분야에서 불황을극복하기 위한노력을 경주하시는 해운/물류 업계, 관계, 금융계, 해사언론계 여러 관련자들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작년 9월 1일부터 2020년 2월말까지 동경대학교 법과대학에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연구와 현장방문 등으로 일본 해운/조선/물류를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본선주협회, 일본해사센터, 이마바리 조선소와 도운 기센, 한국의 HMM(옛 현대상선), 고려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동영해운, 태영상선, 시도상선 등 한국지점을 방문했습니다. 판토스 동경지점, 현대중공업 동경지점, 산업은행 동경지점도 방문해서 현지 사정을 들었습니다. 일본의 선주사, 물류회사 담당자들과도 교류했습니다.

우리 선사들이 현지의 지점에서 물동량을 늘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물류의 글로벌한 흐름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해상법 학자로서 저의 사명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동영해운 서명천 부회장님, 시도상선 김기석 부사장님, 서정령 HMM 동경대표님, 국제적 선박관리회사인 빌헬름의 이상수 대표, 한국선급 동경의 김종신 대표, 태영상선의 박영수 대표님, 판토스 동경의 공강귀 대표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일본 해상법 교수, 해상변호사들과 교류했습니다. 와세다의 하코이 교수, 동경대의 후지다 교수, 동경대 명예교수인 오찌아이 교수님, 오까베 야마구찌의 야마구찌 변호사님 등을 만났습니다. 일본은 1898년 제정된 해상법을 처음으로 개정하여 작년 5월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 개정된 우리 해상법은 이제 일본보다 구법이 된 상황입니다.

이에 일본의 신해상법을 검토하여 우리의 개정작업에 반영할 부분도 있습니다. 일본은 또한 금년 10월에 세계해법회(CMI) 대회를 개최하게 돼 이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일본은 1960년대에 이어 벌써 두 번이나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연구결과는 한국해운신문에 일본해운물류 깊이보기라는 제목으로 7회기고 되었고, 해양한국 일본해상법교실이라는 제목으로 5회 기고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연구한 것은 작은 책으로 펴낼려고 합니다.

Q. 전통적 선진해운국인 일본 해운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일본 중핵 해운 3대 선사는 모두 그룹소속으로 그룹산하의 조선소, 철강, 보험등과 긴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불경기 등에 잘 견디는 구조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해운산업은 고도(孤島)에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차가움과 외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도 이런 구조를 만들어야 할 터인데 안타까웠습니다.

2자 물류회사를 유심히 봤습니다. 화주의 물류자회사는 히다찌물류와 같은 것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대형물류자회사가 공존하고 있어서 2자 물류회사의 규제문제는 없었습니다.

일본 중핵 해운사인  NYK, MOL, K-Line이 모두 물류자회사를 가지고 있고, 하역회사인 가미구미도 물류자회사를 가집니다. 육상운송업자인 일본통운도 마찬가지입니다. 창고업자인 미쯔이, 미쯔비시 창고도 물류자회사를 가집니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종합물류업에 진출해있으니 화주 물류자회사가 우리와 달리 독점적인 지위를 갖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선제적인 대응을 잘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개 일본 중핵해운사가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을 통합해 'ONE' 이라는 해운사를 별도로 설립해 경쟁력을 갖추나가고 있습니다.

일본 해운/물류 업계는 집단지성이 잘 갖추어졌구나 판단했습니다. 해사재단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가보았는데, 해운관련 월간지등 저널이 30여종은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5종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실무자들이 자신이 경험한 것, 유의해야할 것을 기록으로 끊임없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자세가 돋보였습니다.

해운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해운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보다 높기 때문에 위기에도 공감대 형성이 쉬워서 일사분란하게 위기탈출이 되고 안정적으로 해운업이 영위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조그만 책자나 저널에 글로 남겨서 같이 공유해야 하는데, 너무 더디고 그런 분위기도 잡혀있지 않습니다.

Q.현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데, 향후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공장가동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외국에 공장을 두고 생산, 자국으로 이동시켜던 물류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한 자국내에 공장을 두던가, 아니면 가장 가까운 이웃에 두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식량과 같은 경우 자급자족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두가지 요소는 세계교역량을 줄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해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복이 과잉인데, 앞으로 선복량을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 건조량도 줄어들 것이고요.

경제활동이 축소되기 때문에 선박 운항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연료비가 감소되는 것은 선사들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거리 운항보다 단거리 운항이 많아지면 초대형선보다 중형선이 더 선호되는 반전이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Q.우리 해운업계나 물류회사들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대책은?

금융기관이 해운 물동량이 장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 해운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는 것이므로, 대출금 만기상환의 연장이나 운영자금 대출 등을 꺼리게 될 여지가 많습니다. 이자율도 높아질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애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하여 선사들의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습니까? 다량의 차입으로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는 자기 자본 10%에 금융차입이 90%에 달합니다.

일본은 선주사가 자기 자본 30%에 금융차입이 70%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자율도 우리가 4%정도 높기 때문에 이러한 불경기가 닥쳤을 때 우리 선사들이 더 견디기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는 우리 선사도 몇 회사가 있습니다.

더구나, 물동량이 줄어들면, 공급도 줄어야하므로 계선하는 선박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선가도 떨어질 것인데, 고정된 원리금과 높은 이자는 그대로 상환해야할 처지에 우리 선사들이 놓일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선주사/운항사 구별제도와 달리 우리는 선사들이 모두 선주처럼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일본에 비하여 더 타격이 클 것으로 봅니다. 일본은 선주사들이 그 충격을 줄여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물동량이 준다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선복의 감축이 필요할 것인데, 우리나라는 충격없이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업계에서 자주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몇 개월 묵혀있던 물동량이 확 나타나서 단기 상승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잘 견디어 내고 상승기를 잘 올라타야겠습니다. 그 몇 달을 잘 견디어 내도록 금융지원이 이루어져야겠습니다. 대출금 상환 연기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해상법 분야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해사분야 경쟁법입니다. 경쟁법은 해운 선사들을 경쟁시켜 운임을 자유화시켜 소비자인 화주를 보호하는 것이 큰 목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선복이 넘칠 때는 운임은 그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을 정도로 낮아지게 됩니다. 결국 한진해운이 파산에 이르게 되었고 화주들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경쟁법이 지향하는 바가 무언지 헷갈리게 됩니다.

공급이 과잉으로 선사들이 도산에 이를 정도이면 운임인상을 위한 공동행위는 인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장차 모든 것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서 생존을 위해 해운선사들이 공동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경쟁법 예외규정을 근거로 유효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FMC와 같은 가칭 “해운물류 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주기업도 비용절감과 인력감축을 위해 종합물류화를 더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우리 선사들도 정기선, 부정기선 할 것 없이 이런 추세에 맞출 수 있도록 공급측면에서 종합물류 기업화돼야 할 것입니다. 이에 맞춰 종합물류계약을 상법에 독자적인 계약형태로 두도록 해서 법률이 이를 뒷받침 해야 합니다.

지금은 해상운송, 육상운송, 창고업, 하역업, 주선업(포워딩)을 따로 따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문제를 처리했습니다. 앞으로는 종합물류기업이 전체 계약상 하나의 의무자가 되어 화주기업은 이 기업에게 계약상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지, 건건 별로 채무자를 찾아 손해를 청구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됩니다.

해상법의 기능이 분쟁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지만, 장기불황의 경우에는 조장하는 기능이 더 중요하게 기능해야합니다. 어떻게 하면 해상법이 해운선사 혹은 화주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줄 것인지, 법률을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해운 회계법이나 해운세제법도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해운산업, 물류산업은 국제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화주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기업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무역과 물류의 흐름에 종사하는 이들 기업은 외국과의 경쟁이 없는 내수용 산업과 다릅니다. 그래서 상법에도 이를 반영한 해상법을 따로 두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있음에도 이와 독립된 선원법이 있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은 해운산업을 위한 특별한 규정이 없습니다.

한진해운 사태에서 해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와 같이 각 기본법에 무역이나 해운의 특성을 반영한 특별규정을 두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 특별법이 잘 만들어 집니다. 미리 미리 준비를 하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서 해운물류업계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정기선의 경우입니다. 포워더 및 물류회사들은 고가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해운사들 보다 나을 것입니다. 이들은 금융비용의 지출이 적다고 봅니다. 물류회사들은 물류의 전과정에 대한 계약상 책임을 부담합니다만, 해상운송을 위한 선박을 보유하지 않고 선사들에게 하청을 주는 형식입니다.

전체 물류의 흐름에서 가장 큰 덩치인 해상운송에서 필요한 선박의 확보는 전적으로 선사들에게 일임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불황의 파도를 해운사들이 가장 크게 받게 됩니다. 고정된 원리금상환과 높은 이자부담입니다. 이런 물류생태계를 관련 당사자들이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선사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더 급하고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물량이 작아지고 공급이 많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져서 운임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낙오하여 회생절차에 들어가서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몇 개 선사끼리 풀(Pool)을 형성해 수입을 균등하게 나누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에서 이런 형식으로 구조적으로 적자가 나는 지방 우정국의 적자경영을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매출이나 수입에서 최소한 -10%는 각오를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큰 위기를 잘 넘어가야겠습니다. 세계는 보호주의와 자국우선주의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화주, 선주, 조선소, 선박금융, 물류는 자국우선주의를 취하면서 우선 국내사들이 생존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